정부 조직 개편의 특징은 방송ㆍ통신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 것으로 결국 기능 조정 과정에서 신설 부처와 힘겨루기 발생 IPTV 같은 갈등 가능성
창조경제를 두고, 부처간 해묵은 갈등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2파전에서 앞으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통위, 그리고 문체부간 3파전으로 갈등 양상이 더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러한 갈등은 구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간에 IPTV의 정체성과 관할권 다툼, 콘텐츠 진흥 업무를 두고 방통위와 문체부가 벌였던 갈등의 연장에 다름이 아니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의 특징은 방송ㆍ통신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 것이다. 진흥을 위해서 미래부를 신설하고, 규제를 위해서 방통위를 존치시켰다. 진흥과 규제 분리는 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능적으로 나누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기능 조정 과정에서 신설 부처와 힘겨루기가 발생할 수 있다.
여야 합의에 따라 미래부가 종합유선방송국 등 뉴미디어 사업을 인허가 및 변경허가나 법령 제개정을 하려면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사전동의는 과거 방송 정책을 두고 방송위와 문체부와 합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적 진흥을 강조하는 미래부와, 공익적 규제를 강조하는 방통위의 철학과 시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콘텐츠 진흥을 두고, 미래부ㆍ방통위ㆍ문체부간에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문체부의 콘텐츠 진흥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였다. 그렇지만,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8조에서 미래부와 방통위 모두 방송 콘텐츠를 포함하여 방송통신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양부처간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12조에서는 애매모호하게 `정부'가 방송통신콘텐츠의 유통ㆍ활용 또는 수출 지원과, 제작 지원 등을 위한 진흥계획을 수립ㆍ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콘텐츠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는 문화부가 방송영상물 및 디지털문화콘텐츠 등의 문화산업 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제4조), 창업ㆍ제작ㆍ유통(제2장)과 문화산업기반 조성(제3장)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과거 문화관광부가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의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조성하여 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하여금 콘텐츠 지원을 하였고, 구 정보통신부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정보통신진흥기금을 확보하여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진흥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구 방송위원회는 방송법에 근거해 방송발전기금을 확보하여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을 통해 경쟁적으로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이 결과, 부처간 갈등은 물론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성이 발생했던 점과 유사하다.
최근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해 미래부와 방통위는 서로 자신들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올해 개정한 방송법에 따르면, 과거 방통위가 행하던 의무 재송신 대상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지정, 고시 권한을 미래부장관에게 이관했다.(방송법 제78조2항) 이러한 결정은 조직 개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상파 재송신 정책은 행위 규제 정책에 해당된다. 지상파 재송신 업무는 진흥이라기보다는 시청자 복지나 분쟁 조정 업무여서 방통위 소관이 바람직하다.
현 정부는 ICT 융합을 강조하지만, 융합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수직적 규제 틀을 수평적 규제 틀로 선진화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통신용ㆍ방송용 주파수를 나눠 관리함에 따라 현재 지상파 방송들이 사용하고 있는 700㎒ 주파수대역의 통신용 전환도 훨씬 어려워졌다. 지상파는 방통위, 유료방송 플랫폼은 미래부로 이관한 점, 보도 채널 등은 방통위에 남기고, 비보도 상업 채널(PP)은 미래부로 이관한 점 역시 수평적 규제 틀, 매체간 비대칭 규제의 해소라는 시각에서 보면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정책의 역사성을 무시한 채, 전문성 없이 정치적으로 결정한 국회의원들이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 활동 효과성을 131위로 평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