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취업 위해 1년 정도 휴학하는 게 관례처럼 돼버렸다 그들의 시간과 비용을 청의활용에 쓰도록 해야
신병에게 상관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라고 가르치는 이스라엘 교관도 있다. 장군들은 예전 방법으로 이겼기에 옛날 프레임에 갇혀있다고 본 것이다. 세월이 흘러 세상은 크게 변했다. 그러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게 이스라엘에서 젊은 병사의 창의성과 책임감을 중시하는 이유다.
레셉스는 수에즈 운하를 완성시킨 프랑스 외교관이다. 그는 10년 후 파나마 운하에 도전했다. 파나마 지역의 풍토병, 낙차 큰 하천의 급류로 인한 수문의 필요성을 예상치 못했다. 한때 크게 성공했던 74세의 이 노인은 고집과 독선으로 밀어 부쳤다. 그리고 파산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성공의 함정'을 두려워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간진입전략, △추격형 연구개발, △국내시장보호로 오늘의 한국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 머리에서 이런 공식을 빨리 지워야 한다. 이제는 △선두유지전략, △선도형 연구개발, △세계시장주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창의적 인재를 육성,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어느 때부터인지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1년 정도 휴학하는 게 관례처럼 돼버렸다. 명분은 어학연수. 그게 영어학습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논외로 하자. 비용도 잊자. 그 소중하디 소중한 1년을 그냥 날려버린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영어학원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사교육비도 지극히 비생산적이다. 이런 것만 해결해줘도 반값등록금 문제는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자면 그들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창의적인 곳에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왜 입사시험에 영어가 들어가야 하지? 글로벌경영 때문에? 영어와 수학의 변별력이 높다는 미신 때문에? 입사시험에서 영어를 빼고 수학을 넣거나, 전산학이나 전공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면 어떨까? 그럼 변별력과 업무역량 모두 높이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학생들도 창의성 함양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인턴 제도나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유럽의 에라스무스 문두스 프로그램, IAESTE의 인턴 제도 등이 그것이다. 미국ㆍ호주ㆍ캐나다 등 영어권으로 유학생들이 몰리자 우수한 인재를 유럽에 유치하려고 만든 게 에라스무스 문두스다. 두 개 이상의 대학에서 공부시키고 공동학위를 주는데 이를 통해 유럽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제고시킨다. IAESTE 인턴 제도에 따라 80개국에서 매년 4000명 정도의 우수한 인재를 교환해 기술연수와 국제경험축적이 이루어진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우수학생을 다수 유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국의 고등교육 체질개선이 이루어진다.
세계 어디서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입대하기 싫어한다. 젊은 시절을 병영에서 무익하게 썩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약간 다르다. 8200 같은 엘리트 부대 때문이다. 거기 출신들이 병역을 마치고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게 한둘이 아니다. 나스닥에 미국ㆍ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상장시킨 게 이스라엘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두 번째였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라 정의한 책도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서는 왜 안되지? 한국에도 그런 엘리트 부대가 있다면 첨단기술 개발에 참여한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하려고 자발적으로 줄을 설 텐데. 유도무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부터 감청한 대용량 신호정보까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청년들이 한국에도 충분할 텐데. 상위 1%에 드는 한국의 영재들이 모인 사이버국방학과. 앞으로 그곳 졸업생들이 장교로 복무할 엘리트 부대가 필요하다.
8200부대는 이스라엘 방위군 산하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역할은 미국의 NSA와 유사하다. 2007년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의 핵 시설을 폭격한 일명 "과수원작전"이 있었다. 이때 은밀히 킬 스위치를 써서 시리아 방공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킨 게 이 부대라고 한다. 이란의 핵 시설에 타격을 입힌 스턱스넷 개발에도 이 부대가 관여했다고 한다.
이 부대는 국가의 보호 아래 온갖 실험을 다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다른 곳에서는 쉽사리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 이 부대에서는 일상다반사였을 수 있다. 이 나라의 나스닥 상장기업 대부분이 보안, 통신, 군사 분야에 몰려있다. 그 흥미로운 배경을 바로 이런 엘리트 부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환경이 한국에는 왜 없지?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틀을 만드는 데서부터 창조경제는 시작된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