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 통제기관 독립…선진국 체계ㆍ위상 갖춰
국산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등 산업육성 기여
방사선 융합기술ㆍ차세대 시스템 개발 역량 집중
■ 대덕 40년, 미래 40년
(5-2)원자력 R＆D 주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은 1990년대 들어 한국표준형원전 원자로계통 설계 기술과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의 자력 설계 및 건조 등 원자력 발전분야의 핵심 기술 국산화를 통해 원자력 기술 자립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자립된 기술은 관련 산업체에 이전,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기틀을 놓았고, 원자력 안전규제 기관과 핵물질 통제ㆍ관리 전담기관을 독립시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기여하며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면모와 위상을 갖춰 나갔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고부가가치 방사선 기술 개발을 위한 방사선융합기술의 핵심기지인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도 개소했다.
이후 기술자립의 고도화에 나서 안전성과 경제성, 핵확산저항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꿈의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건식 처리 기술), 원자력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초고온가스로(VHTR) 등 제4세대 미래형 원자력 시스템 개발과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및 연구용 원자로를 원자력 대표 수출상품으로 키워가며 세계 시장 공략에 본격 뛰어 들었다.
◇안전규제 및 핵물질 통제기관 독립=198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 산업과 원자력발전소 인허가 및 규제 통제를 책임지는 독립 규제조직에 대한 법적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국제적 안전규제 제도의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당시 국내는 원자력 안전규제 대상과 영역이 확대되면서 조직의 확대 개편이 요구되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안전 규제 조직의 분리ㆍ독립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해 1989년 12월 정기국회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을 통과시켜 이듬해인 1990년 2월 15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연에서 분리ㆍ독립해 출범했다.
이어 1994년에는 핵물질 통제 관리 및 국가 사찰을 수행하는 원자력통제기술센터를 연구소 내에 설립했다. 원자력통제기술센터는 2004년 10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설 국가원자력관리통제소로 확대ㆍ개편된 데 이어 2006년 원자력 통제 전담기관인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으로 독립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원자력 선진국에 걸맞은 체제와 위상을 갖추게 됐다.
◇한국표준형원전 국산화 등 기술자립 고도화=내부적으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 온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자력 건설과 원자로계통 설계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발빠르게 진행됐다.
우선 1985년 열출력 30㎿급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설계ㆍ건조 사업'에 착수했다. 1993년 12월 하나로 내에 원자로 설치를 마치고 1995년 2월 2일 핵연료를 최초로 장전해 2월 8일 역사적인 첫 임계에 도달했다.
우리가 자력으로 설계ㆍ건조ㆍ가동하는 첫 연구용 원자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나로는 의료용 및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 이용 연구 및 신소재 개발, 고품질 반도체 생산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원자력 연구개발 반세기만에 연구용 원자로를 요르단에 처음으로 수출하는데 값진 자산이 됐다.
하나로 가동에 이어 원자력연은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계통 설계 기술을 국산화하는데도 성공했다. 이 설계 기술은 울진 3,4호기에 그대로 적용돼 한국표준형원전을 탄생시켰다. 울진 3,4호기의 성공적 건설은 세계에서 최단 기간 내 가장 적은 연구비를 들여 원자력 기술자립을 일궈낸 결과물로, 이후 영광 5,6호기 계통 설계와 울진 5,6호기 계통설계 등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현재 23기 원전 중 9기가 한국표준형원전을 채택해 가동하고 있다. 이 무렵 기술 자립에 성공한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을 산업체에 이관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결국 1996년 원자로계통 설계, 핵연료 설계 및 중수로 핵연료 제조 업무는 한국전력기술과 한전원자력연료 등 관련 산업체에 이관돼 국내 원자력 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
사업 이관 이후 원자력연은 연구개발 중심의 연구소로 조직 및 경영체제를 개편하고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의 지원을 받아 소듐냉각고속로 등 신형 원자로 개발과 파이로프로세싱 등 미래형 원자력 시스템 개발 및 방사선 이용 연구 등에 주력하게 된다.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하다=2000년대 들어서도 원자력연구원의 체제 변화는 계속됐다.
2007년 과학기술부 직할기관에서 연구회 산하로 이관됨에 따라 명칭을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변경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부설기관이던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분리ㆍ독립됐으며, 방사선융합기술의 활성화를 위한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가 2006년 전북 정읍에 문을 열었다.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는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 방사선 이용 전문 연구기관으로, 방사선융합기술(RFT) 연구개발 성과의 실용화 및 산업화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연간 2조원 매출, 1만명 고용창출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글로벌 원자력 R&D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과 원자력 산업 수출화를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우선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보다 안전성과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면서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고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순환형 원자력 시스템의 기술 완성에 연구 역량을 모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우라늄 활용도를 높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대폭 감축할 수 있는 친환경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실용화'와 이를 연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원형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원자력을 이용해 미래 청정에너지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초고온가스로(VHTR) 실증로를 건설해 원자력 수소 생산 시스템을 완성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구현하기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전주기적 안전 관련 핵심ㆍ원천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원자력 수출 산업화를 향한 도전도 주목된다. 원자력은 지난 2009년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 일괄 시스템을 첫 수출한 이래 `제2, 3의 연구용 원자로 수출신화'를 이어가는 한편 연구용 원자로의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출용 신형 연구로 사업화에도 뛰어 들었다.
아울러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및 중성자 소자 전용로로 건설되는 신형 연구용 원자로 완공을 통해 점점 커지고 있는 세계 연구용 원자로 수출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거는 기대도 크다. 대형 상용 원전의 10분의 1수준인 열출력 330㎿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는 전력 생산과 해수 담수화가 가능해 원자로 1기로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전력과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스마트 건설 및 수출에 본격 나서 소형 원전 시장의 점유율을 40%까지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나노공학, 단백질 구조분석, 중성자 과학, 핵물리, 고에너지 물리 등 미래를 이끌어 갈 융복합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과학기술 영역 개척에도 힘을 모아가고 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