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 '엇갈린 희비'
임직원 인사평가·임금 등 성과평가체계에도 반영
금융권, 기술금융 과도한 실적압박 이어질까 우려
금융당국의 첫 은행 혁신성평가 결과에 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평가 결과가 좋은 신한은행은 7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 반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47억원의 출연료를 더 지불해야 한다.
은행 혁신성평가는 보수적 금융관행을 개선하고 기술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권에 창의적 문화를 정착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술금융 실적 압박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2015년 1차 금융혁신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2014년 하반기 은행 혁신성평가 결과'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본격적인 은행 혁신성평가를 통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금융권에 확고히 정착하도록 하겠다"며 "혁신성평가 결과와 보수총액을 함께 공시하고 임직원의 성과보상체계와도 연동시켜 창의적인 금융인이 우대받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확산(40점),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50점), 사회적 책임이행(10점) 등의 항목으로 2014년 하반기 은행들의 성과를 평가했다. 또 은행들의 특성을 감안해 일반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3개 리그로 구분했다.
그 결과 일반은행 부문에서는 신한은행이 1위, 우리은행이 2위, 하나은행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외환은행이 4위, NH농협은행이 5위, KB국민은행이 6위를 기록했으며 SC은행과 씨티은행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방은행 부문에서는 부산은행이 1위, 대구은행이 2위를 차지했으며 수협은행과 제주은행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금융위는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들에 인센티브와 불이익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위와 2위를 차지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0억원과 23억원의 신보·기보 출연료(2015년 3월∼8월)를 감면받는다. 반면 SC은행은 47억원, 씨티은행은 28억원, NH농협은행은 19억원의 출연료를 더 내야 한다.
이번 혁신성평가 결과는 은행 임직원 성과평가체계에도 반영된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성과평가체계 등 은행 내부관행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 혁신성평가 항목 중 기술금융 평가지표를 직원 성과평가체계(KPI)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은행장, 임원의 성과보상 평가 시에도 혁신성평가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장, 수석부행장 등 최고 경영층의 평가에는 혁신성 평가 결과 전체가 반영되고 영업담당 임원에게는 기술금융 공급규모 등 혁신성평가 항목 중 주요사항이 반영된다. 즉, 혁신성평가 결과에 따라 인사평가가 달라지고 임금, 성과급 등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은 보수적인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들에 기술금융을 지원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실적 압박과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 금융권에서는 기술신용대출 실적 부풀리기와 기존 대출실적 돌리기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적을 위한 대출이 단기간 급격히 증가했을 때 부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 경쟁보다는 우수 중소기업에게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진규기자 kjk@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