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충당금 등 잇단 악재… 전년수준 유지
부실채권 비율 하락에 '자본안정성' 되레 강화
신한금융지주, 순익 2조원 넘어 '8년 연속 1위'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지속과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속에서도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이 지난해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조건 속에서도 순이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부실채권비율을 낮추는 등 자본 안정성도 강화했다.
4일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은 일제히 2015년 실적을 발표했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실적은 썩 좋지 않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 수익이 감소한 데다, 대외 경제환경 악화로 기업 구조조정이 선제적으로 진행되면서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마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도 수익감소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여러 암울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순이익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증가시켰고 부실채권비율을 낮추면서 자본 안정성을 강화했다. 다만 올해도 저금리와 경제 불안 요인은 계속될 전망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핀테크 기술 접목 등을 통한 창구 혁신으로 비용을 효율화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지주의 경우 순이익 기준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곳은 여전히 신한금융지주다. 신한지주는 2015년 순이익 2조3722억원을 기록, 전년 2조811억원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2위 KB금융지주의 추격이 매섭다. KB지주는 지난해 총 1조727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여전히 신한지주와 큰 격차를 보였지만, 2014년에 비해 차이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KB지주의 경우 2014년 은행의 수익비중이 72%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보험, 증권 등 비은행 분야 사업의 확대로 은행 의존 비중을 64%로 낮췄다. 아울러 사업 다각화에 따른 수익 확대도 이뤄져 신한지주와의 차이를 소폭이나마 좁힐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는 9368억원으로 유일하게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외환은행 합병에 따른 일회성 통합 비용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은행 역시 신한은행이 순이익 기준 1조4897억원으로 선두를 달렸다. 2위는 IBK기업은행으로 연간 순이익 1조1506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1조1072억원, 우리은행이 1조590억원, KEB하나은행이 99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요 경영지표별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경우 신한은행이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ROE가 6.71%로 시중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신한은행은 전년보다는 수치가 0.79%포인트 하락해 ROE가 다소 악화됐다. 자기자본비율(BIS)이 가장 높아 건전성이 제일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의 11.9%보다도 높은 13.74%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신한은행이 0.80%로 가장 낮아 두각을 나타냈고 대손충당금은 IBK기업은행이 173.7%를 적립해 가장 많은 충당금 적립을 했다.
올해도 금융권 영업 환경은 녹록치 않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마저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이자수익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자산관리나 핀테크 등의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도모해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은성·조은국기자 esth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