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임기관련 논의 요청 등
공석인 재판관 1명 지명 계획
야 "임명동의 절차 무시"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개월째 권한대행으로 운영되고 있는 헌재는 김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기만료 시점인 내년 9월 19일까지 사실상 수장이 공석인 상태가 될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9월 1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수행에 동의했다"며 "이에 청와대는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 문제와 관련한 법적 미비점을 조속히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발표 당시 "헌재소장 임기는 논란이 있는 사안인 만큼 국회가 이 부분을 깔끔히 정리해 달라"고 한 바 있다.
현행 헌재법은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명시했을 뿐 헌재소장 임기가 규정돼 있지 않다. 앞서 박한철 전 헌재소장도 재판관 임기 중 지명을 받아 남은 임기 4년 동안만 헌재소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법안이 2건 계류 중이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원유철 의원 등 11명이 제출한 개정법률안 등 2건 등이다.
청와대는 김이수 대행 체제 유지 결정에 대해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입법 미비와 재판관 전원의 의견 일치를 이유로 들었다. 결국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는 청와대가 새로운 후보를 지명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한철 소장은 본인이 남은 임기를 스스로 해결한 상황으로 입법 미비에 따른 것"이라며 "다시 헌재소장을 지명하는 것보다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는 재판관 1명을 임명해 불안한 현재 체제를 해소하고 국회가 먼저 입법 미비를 해소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는 조만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된 대통령 추천 몫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청와대의 김이수 대행 체제 유지 결정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 결정을 무시한 꼼수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청와대가 김 권한 대행을 대체할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국회에서 낙마한 후보자에 권한 대행을 계속 맡기는 것은 임명동의 절차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며 공석인 재판관 1명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할 것을 요구했던 국민의당도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다시 지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김 권한대행을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5부 요인 초청 오찬은 지난 7월 12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