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얼마전 서울의 사교육의 메카라는 대치동을 지나다 동승하고 있던 집사람이 "코딩 학원이 뭐냐?"고 내게 질문하였다. 집사람이 코딩 학원이 무엇인지를 문의한 것은 본인이 문과출신이어서 코딩이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라는 걸 몰랐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보다는 이제는 자녀가 성장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코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소위 4차산업혁명이란 대세에 적합한 교육개혁이 논의되고 있고, 수능·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대입 수시전형 및 학생부 전형 개선,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제도 개선, 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 등 문재인 정부 중 바뀌는 입시제도의 변화에 발맞추어 사교육의 메카인 학원가도 또다른 사교육을 등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해도 사설학원가는 정말 빨리 변신한다. 정부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벤치마킹하는 논술시험을 등장시키자 논술학원, 철학수업, 글쓰기학원이 우후죽순 생겼던 시절이 있었듯이, 최근에는 창의적인 발명을 평가해준다고 하여 수천만원을 받고 특허를 컨설팅(?)해주는 학원이 등장하고, 청소년 소논문(R&E)이라는 입시유형이 등장하니 전담 학원이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빠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야 말로 교육정책이 잘못되고 있다는 증표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을 쥐고 흔드는 대학교육은 역대 정부의 숙제이고 공약이었지만 성적표는 결코 나아지고 있지 않다. YS, 이명박, 박근혜 등 보수정부의 대학정책은 YS정부 때의 5.31교육개혁이란 것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5.31교육개혁 당시에 강조했던 '대학설립준칙주의', '대학정원 자율화', '대학모형의 다양화와 특성화',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의 연계강화', '학부제 강화' 등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또 다른 문제점들을 낳았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내다보지 못하고 입시를 쉽게 하고자 사립대학 설립을 쉽게 해준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두고두고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되었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설립준칙에 따라 신설된 일반대학 52개 중 2015년 당시 5개가 폐교되고 5개가 통합되고 14개가 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등의 부실대학으로 선정되었을 정도의 역대급 실패정책이다. 개혁진영의 입시정책은 DJ정부의 입시정책이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주장으로 유명했던 당시 교육부장관이 "학교가 학원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됐다"고 한탄할 정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 뒤이은 노무현 정부는 '교육의 평등주의 확립', '학생부 비중 강화', '수능과 내신의 상대평가 등급제' 등이 핵심정책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수능 등급제를 강력히 밀어 붙이자 대학은 '논술 전형' 강화로 맞섰고, 결과는 학생들이 수능·내신·논술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이었으니 결과는 또 하나의 실패다.
필자는 지난해말 이 컬럼 지면을 통해 새로 탄생할 정권에 대해 교육정책과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몇 가지 바람을 적은 바 있다. 골자는 교육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여 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립하자는 것과 선거를 위해 교육을 수단처럼 사용하지 말자는 것과 이제는 성장한 국가체제에 맞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제 정부는 교체되었고 국민적 지지도는 아직도 역대급으로 높다. 이런 시기는 오히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합당하고 적정한 시기이다. 교수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학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활동인 학회논문지를 운영하는 일을 책임지는 학회논문지의 편집장은 학회장이 임명하지 않도록 하거나 임기를 학회장보다 길게 정한다. 학회 회원들의 직간접선거로 뽑는 학회장보다는 학술지의 편집 방향이 더 먼 미래를 바라보아야 하고, 지속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하물며 우리나라의 교육도 정권의 방향보다는 더 긴 시간을 고려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