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 선문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
대한민국 호의 성장엔진이 제조업으로부터 꺼져가고 있는데 속 시원한 해결책이 안보이는 것 같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오던 핵심 산업으로서 성장 둔화추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주요 대기업과 일부 혁신기업을 제외하고는 ICT 융합은 꿈도 못꾸고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비율 역시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서비스화 비율은 17.7%로 주요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기에 유독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요란한지도 모르겠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으로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의 하나가 스마트 공장 아닌가! 세계 스마트 공장은 2016~2022년 사이 연평균 10.4%의 성장률로 인해 2022년 시장규모는 74.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체돼 있던 제조업 분야에서 소위 '황금시장'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GE의 경우, 공장시설에 IoT, 클라우드 등 SW기술을 적용해 실시간 대화 및 정보 공유로 최적화된 생산공정을 가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기다가 '제조의 서비스화' 혁신도 추진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스마트공장추진단을 설립해 중소 제조업체에 스마트 공장을 보급해왔다. 나름 성과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공장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는 견해가 많다. 또 MES, 센서, CAD 등에서 국내 기술력이 취약해 외산 의존도가 높다. 산업용 로봇, 공정 제어 등 하드웨어 부분도 선진국의 20~40% 수준에 불과하다. 디지털 설계(20%)와 공정제어(70%) 등의 기술 수준도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가 스마트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대안이 요구되는 것이다. 첫째, 지능형 스마트 공장을 위한 솔루션 개발, 보급, 확산 등이 ICT산업 진흥과 연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생산, 공정, 설비의 지능적 자동화 기반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SW, HW 및 관련 기술과 지능형 스마트 공장 솔루션 개발 지원의 연계가 절실하다.
둘째, 제조혁신 3.0, 디지털 공장 지원 등의 정책이 고도화돼야 한다. 기존 정책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올리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지능형 스마트 공장 솔루션 보급을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술 도입 지원에 이어 지속가능한 운영까지 지원돼야 한다. 도입 초기에는 지속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전담 컨설턴트를 배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제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SW·스마트 공장 전문가를 양성해 각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및 노동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셋째, 제조의 서비스화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제조의 서비스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달성케 해준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은 많은 부문에서 서비스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진입장벽을 구축해 가고 있다. 우리도 서비스화를 통해 시장 통제력을 강화할 우선 분야를 선별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대안 마련이 긴요하다.
넷째, 누구든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 제작이 가능하도록 소비자 직접생산 및 1인 제조(생산) 장려가 필요하다. 현재는 개방형 혁신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넘는 대규모 맞춤형(mass customization)을 지향하는 시대이다. 누구든 혁신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 테크숍(Techshop), 팹랩(FabLab) 등 다양한 민간주도의 창작공간을 마련해 각종 첨단 SW 및 HW를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화 및 창업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3D프린터, 레이저커터, CNC 등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메이커 장비를 전국에 보급하고, 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의 뿌리산업 기술을 교육용 콘텐츠화한 MOOC-T 개발 지원과 확산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MOOC가 정부주도가 아니라 민간주도로 진행되도록 하면서 MOOC 교육에 대한 다양한 교육인증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MOOC-T는 실무형 전문인력 양성 및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역량 강화, 나아가 개도국 제조인력 교육 시장 개척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호의 성장엔진을 새롭게 교체하여 신성장이 출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제조 기반의 제조혁명이 절실하다. 부처간 소통과 협업을 통해 제조혁명을 위한 산업간 융합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때 정부의 총력지원 성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