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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ㄷㅁㅌ 사료` 의심 고양이사망, 결국 100마리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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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검사의뢰 사료 30여건 중 3건은 '적합'…추가 검사 중"
`ㅂㄷㅁㅌ 사료` 의심 고양이사망, 결국 100마리 넘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신경질환과 신장질환 등을 겪는 반려묘가 속출하는 가운데 10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사망했다. 반려인들 모임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사태가 특정 사료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관계부처도 조사에 나섰다. 수의업계에서는 관련 피해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발생하는데다 피해 고양이들의 연령과 품종이 다양해, 특정 연령이나 품종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22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라이프에 접수된 반려묘 피해 사례는 총 300마리(180가구)로 이 중 103마리가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라이프에서 이달 15일 공지를 올릴 때만해도 피해 사례 80마리 중 31마리 사망이었으나 일주일만에 피해는 4배, 사망은 3배 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라이프 관계자는 "21일 기준으로는 총 236마리(163가구)로 이 중 94마리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관련 사례가 알려지면서 하루 만에 신고가 크게 늘었고 더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사망 고양이 연령은 4개월~10살, 품종은 먼치킨부터 브리티쉬숏헤어, 노르웨이숲 등 다양하고, 서울, 인천, 경기(김포, 의정부, 성남, 양주)는 물론 대구, 부산, 광주, 김해 등 전국적으로 '창궐'하는 수준이라 특정 전염성 질병이나 원충 감염 의심도 어렵다.

피해 반려묘들의 공통 특징이 있긴 하다. 대부분 올해 1~4월 특정 제조원에서 생산된 고양이 사료를 먹였다는 부분이다. 특히 제조원 M, E, H사는 상호명만 다를 뿐 제조공장 주소지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반려묘가 E사료를 먹은 뒤 많이 아프고 걷지못한다. 병원 검사결과 간수치가 4800까지 올라가고 근육염증수치(CK) 수치는 아예 측정이 안됐다", "사료에 무슨 성분이 추가됐길래 초단기간에 다리를 절고 간수치가 올라가고 혈뇨를 보느냐"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사료문제 발생 시 사료명을 직접 언급했다가 업체의 사죄가 아닌 고소·고발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어 반려묘 온라인카페 등에서는 소설 [해리포터]의 악역인 '볼드모트'(이름을 거론하면 안되는 존재) 이름을 붙여 사료명 리스트를 구하고 있다. 이마저도 소송 증거가 될까봐 초성인 'ㅂㄷㅁㅌ사료'로만 올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19일에야 관련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고양이 사망 관련 사료 중간검사 결과를 긴급발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울산 소재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의뢰한 사료 3건에 대해 유해물질(78종), 바이러스(7종)·기생충(2종)을 검사한 결과 '음성(또는 적합, 불검출)'으로 확인됐다"며 "추가로 검사 의뢰를 받은 사료 30여건 및 부검 의뢰받은 고양이에 대해서도 유해물질, 바이러스 등을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대한수의사회에서도 "증상을 보인 고양이들의 주요 감염병에 대한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라며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정밀 검사가 진행중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가 소요된다"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사료 제조원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료 성분 중 단백질 원가가 가장 비싼데 OEM 업체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단백질에 다른 성분을 섞어 열량 등을 보충하고, 여러 브랜드 사료를 동시 생산하기 때문제 제품간 오염이나 품질관리 소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생산된 일부 사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부분에 착안한 추론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농식품부가 '수입사료 사후관리기준' 등을 개정한 직후 발생한 사태라 '타이밍'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기준 개정으로 통관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조갯살이나 치즈 등 동물성 원료와 이를 가공한 식품을 사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됐다.

문제 사료 생산공장으로 지목된 한 OEM 의뢰업체들은 "해당 사료는 모두 120도에서 최소 20분간 익히는 가열공정을 거친다. 제조공정은 철저히 지킨다"며 "정확한 원인 파악 전까지 물품 공급을 임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는 "사망이나 치명적 질병 관련 이슈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사실 확인 전까지 급여를 중단해달라"며 "해당 제품 구매자 등 희망자에게는 이번 이슈와 무관한 다른 제조사 사료를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펫푸드를 생산하는 한 대형식품업체는 아예 선제 대응에 나섰다. H사는 "자체 공장에서만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며 "100% 휴먼그레이드 식재료만을 사용하고, 원재료 입고부터 포장까지 식품 공장 수준으로 까다롭게 관리하니 안심하고 급여해도 된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정부가 해외수출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펫푸드 수출액을 1억5000만 달러에서 2027년까지 5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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