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명화산책
  • [강현철의 명화산책] 美 최초 추상화가 도브의 ‘나와 달’

    美 최초 추상화가 도브의 ‘나와 달’

    '나와 달'(Me and the Moon, 1937년)은 20세기 초 미국 최초의 추상 화가이자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아서 가필드 도브(Arthur Garfield Dove, 1880~1946)의 대표작이다. 자연의 본질을 추상화한 '미국식 추상 풍경화'의 정수로 꼽힌다. 도브는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뿐만 아니라 왁스 에멀션(Wax Emulsion)을 혼합해 사용했다. 이로 인해 화면 전체에 독특하고 은은한 광택과 두터운 질감이 느껴진다. 화면 중앙의 달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유기적 형태들은 빛과 소리가 파동처럼 퍼져 나

  • [강현철의 명화산책] 獨 추상주의 이끈 바우마이스터 ‘검은 유령’

    獨 추상주의 이끈 바우마이스터 ‘검은 유령’

    '블랙 팬덤'(Black Phantom·Fantasma negro, 검은 유령)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추상 미술을 개척한 거장 빌리 바우마이스터(Willi Baumeister, 1889~1955)가 말년인 1952년에 발표한 걸작이다. 화면 중앙에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비정형의 거대한 검은색 생명체(유령)가 이리저리 얽힌 채 둥둥 떠 있는 형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검은 유령의 덩어리에서 곤충의 더듬이나 다리, 혹은 작은 눈구멍 같은 미세한 흔적들이 발견된다. 묵직하고 어두운 검은색 중심부의 가장자리를 따라 빨강, 노

  • [강현철의 명화산책] 인상주의에 담긴 야수파 불꽃, 기요맹 ‘이브리의 일몰’

    인상주의에 담긴 야수파 불꽃, 기요맹 ‘이브리의 일몰’

    프랑스 화가 장 바티스트 아르망 기요맹(Jean-Baptiste Armand Guillaumin, 1841~1927)의 ‘이브리의 일몰’(Soleil couchant a Ivry·Sunset at Ivry, 1873)은 초기 인상주의 걸작으로 꼽힌다. 미술사 최초로 산업화 풍경과 인상주의를 결합한 작품으로, 가난과 노동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기요맹의 예술 혼이 잘 드러난다. 19세기만 해도 풍경화는 신화 속 낙원이나 아름다운 시골 전원을 그린 그림을 의미했다. 하지만 기요맹은 파리 남동쪽 교외의 공업지대인 이브리의 공장 지대

  • [강현철의 명화산책] 佛 낭만주의 연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佛 낭만주의 연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e Gericault, 1791~1824)의 ‘메두사호의 뗏목’(Le Radeau de la Meduse·The Raft of the Medusa)은 1816년 프랑스 해군 전함 메두사호가 난파했을 때, 뗏목을 타고 표류하던 생존자들이 구조선(알귀스호)을 극적으로 발견하고 절규하는 극적인 순간을 그린 프랑스 낭만주의의 걸작으로 꼽힌다. 세로 4.91m, 가로 7.16m의 거대한 화폭에 인간의 극한 비극과 희망을 담아내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림은 실제 발생한 사건에 근거했다. 1816년 부르

  • [강현철의 명화산책] 야외 채색의 정수, 포브스의 ‘수녀원’

    야외 채색의 정수, 포브스의 ‘수녀원’

    19세기 말 서양 미술계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사방이 막힌 어두운 아틀리에 안에서 촛불에 의존해 신화와 영웅을 그리던 고전주의 화풍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화가들은 캔버스를 짊어지고 문밖으로 나섰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 대기의 습도, 그리고 피부로 느껴지는 자연의 빛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근대 회화를 개척하고 영국의 후기 인상주의 화풍을 이끈 이가 스탠호프 알렉산더 포브스(Stanhope Alexander Forbes, 1857~1947년)다. 그리고 그의 파란만장한 예술 여정의 서막을

  • [강현철의 명화산책] 고독한 인간의 뒷모습, ‘안개바다 위 방랑자’

    고독한 인간의 뒷모습, ‘안개바다 위 방랑자’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Der Wanderer uber dem Nebelmeer)는 19세기 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풍경화가인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 ~ 1840년)의 걸작이다.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담아낸 이 작품은 미술사를 넘어 현대 대중문화에서도 '운명과 대면하는 위대한 인간'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오마주되고 있다. 험준한 바위산 꼭대기에 녹색 외투를 입은 한 남자가 우뚝 서 있다. 산 정상에 부는 세찬 바람에 짧은 금발이 흩

  • [강현철의 명화산책] 유화의 아버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유화의 아버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기름으로 갠 물감을 사용해 캔버스나 목판 등에 그리는 유화(油畵, Oil Painting)는 서양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림 기법이다. 서양 회화사는 유화 이전과 유화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 15세기 북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플랑드르(현재 벨기에 북부와 프랑스 북동부, 네덜란드 남서부 지역)의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0~1441년)는 바로 이 유화 기법을 발전시킨 ‘현대 유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The Arnolfini Portrait·네덜란드어 Portret

  • [강현철의 명화산책] 전쟁이 만든 광기, 고야의 ‘1808년 5월 3일’

    전쟁이 만든 광기, 고야의 ‘1808년 5월 3일’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는 벨라스케스, 피카소와 함께 스페인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천재 화가다. 궁정 화가로 부와 명예를 누렸으나, 청력 상실과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인간의 광기와 어둠을 그리는 화가로 변모했다. 거친 선을 사용하면서도 질감을 농밀히 표현하는 붓터치는 근대 회화의 문을 열어 인상주의와 표현주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808년 5월 3일'(El Tres de Mayo·The Third of May 1808)은 1808년에서 1814년까지 프랑스와 스페인 간 일어난 '반도 전쟁'(Pe

  • [강현철의 명화산책] 전원 생활의 행복, 앨링엄의 ‘빨랫줄’

    전원 생활의 행복, 앨링엄의 ‘빨랫줄’

    자본주의의 맹아기, 근대적 공장과 노동자 계층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하던 19세기 후반 영국에 수채화로 전원 생활의 소박한 행복을 그린 화가가 있었다. 시골의 오두막(코티지·Cottage)을 즐겨 그려 ‘오두막의 화가’(The Painter of Cottages),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그림으로 ‘노스탤지어(Nostalgia)의 화가’로 불리는 헬렌 앨링엄(Helen Allingham)이 바로 그다. 그녀는 산업혁명으로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찬 도시 대신 영국 남부 서리(Surrey)와 서식스(Sussex) 지역의 전통적인

  • [강현철의 명화산책] 삶의 기쁨 노래한 ‘니스, 천사들의 해변’

    삶의 기쁨 노래한 ‘니스, 천사들의 해변’

    태양이 작열하고 바다는 쪽빛으로 빛나는 지중해는 누구나 꿈꾸는 곳이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도시는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 휴앙지인 니스와 칸이다. ‘삶의 기쁨을 그리는 화가’ 라울 뒤피의 ‘니스, 천사들의 해변’(La Baie des Anges a Nice)은 지중해의 밝은 햇살과 경쾌한 리듬을 푸른 색조로 담아낸 풍경화다. 뒤피는 특유의 유려한 선과 투명한 색감을 통해 지중해의 생동감을 잘 보여준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는 ‘천사들의 해변’, 야자수가 늘어선 ‘영국인의 산책로’를 따라 한가롭게 걷는 사람들, 남빛 바다위에 떠 있

  • [강현철의 명화산책] 북유럽의 모나리자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북유럽의 모나리자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665년경)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걸작으로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처럼 어두운 배경에 밝은 소녀를 대비해 존재감을 강조하고, 윤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활용해 ‘북유럽의 모나리자’로도 불린다. 눈썹과 속눈썹도 모나리자처럼 생략돼 있다. 네덜란드 황금시대는 17세기 네덜란드가 유럽의 무역, 과학, 예술을 주도한 시기로, 종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상의 가치를 발견한 시대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프란스 할스

  • [강현철의 명화산책] 파리 상류 패션 그린 제르벡스의 ‘파캥 살롱’

    파리 상류 패션 그린 제르벡스의 ‘파캥 살롱’

    마담 잔 파캥(Jeanne Paquin)은 1900년대초 파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살롱엔 새 옷과 모델들을 구경하기 위해 파리의 멋쟁이 여인들이 물려들었다. 앙리 제르벡스의 ‘파캥 살롱에서 다섯시간’(Cinq Heures Chez Paquin)은 20세기 초 파리 상류사회의 화려한 패션과 ‘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 문화를 담은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오트 쿠튀르는 최상급의 맞춤복 패션을 뜻한다. 파캥의 살롱은 단순히 옷을 사는 곳을 넘어, 부유한 여성들이 최신 유행을 공유하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