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에는 수많은 책사(策士)가 등장한다. 권력자나 지도자의 곁에서 계책을 세우고 조언하며 정책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주군(主君)을 도와 자신의 기량과 포부를 펼치며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평천하’(平天下)의 꿈을 실현시키려 노력했다. 전국시대 위나라 문후의 오기, 월나라 구천의 범려, 오나라 합려의 오자서, 진시황의 이사, 촉나라 유비의 제갈량, 당태중 이세민의 위징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가운데 중국 제일의 책사를 꼽히는 이는 단연 항우와의 ‘초한 전쟁’(楚漢 戰爭) 끝에 천하를 평정한 한(漢) 고조 유방을 도운
2026-04-03 06:00 강현철 논설실장
예로부터 동양인들이 인생에서 추구했던 것은 ‘복록수’(福祿壽) 세 자로 압축할 수 있다. 평안하고, 가족과 자손이 번창하며, 사회적 지위를 얻고, 무병장수하는 삶이다. 이같은 사상은 유교와 도교에 잘 반영돼 있는데 ‘신선(神仙) 사상’도 그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선인’(仙人)으로도 불리는 신선은 중국, 한국, 일본 등의 도교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얻은 인간을 가리킨다. 신라 말기의 문신이자 유학자로, 최고의 문장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운(孤雲) 최치원은 삶의 말년에 합천 해
2026-03-20 06:00 강현철 논설실장
‘등왕각’(滕王閣·텅왕거)은 중국 강서성(江西省·장시성) 난창(南昌·남창)에 있는 누각이다. 호북성(湖北省·후베이성) 우한(武漢·무한)의 ‘황학루’(黃鶴樓), 호남성(湖南省·후난성) 웨양(岳陽·악양)의 ‘악양루’(岳陽樓)와 함께 ‘강남 3대 누각’으로 불린다. 중국의 문인들은 산천 수려한 곳에 자리잡은 누각에 올라 명시와 명문장을 남겼다.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당(唐)의 두보(杜甫)는 ‘등악양루’(登岳陽樓·악양루에 올라)를 지었으며, 성당(盛唐) 시기 최호(崔顥)는 당 나라 칠언율시 중 최고라는 ‘황학루’(黃鶴樓)를 남겼다. 강남
2026-03-06 06:00 강현철 논설실장
“인생은 연극과 같고, 연극은 인생과 같다.”(人生如戱, 戱如人生) 중국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이 구절처럼 중국식 오페라로 불리는 ‘경극’(京劇) 무대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는 인생사의 축소판이다.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하고 장국영, 공리, 장풍의가 주연을 맡은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는 중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경극(京劇) 배우들의 삶을 통해 그려낸 명작 영화다. 1924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 국공내전, 그리고 문화대혁명이라는 시대적 비극 속에서 부대껴야 했던 중국 인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
2026-02-20 06:00 강현철 논설실장
당(唐)나라 2대 황제 태종이 ‘정관의 치’(貞觀之治)라 해서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곁에서 국정을 보좌한 명재상 위징(魏徵, 580~643) 같은 충신들의 힘이 컸다. 태종은 위징을 비롯, 방현청, 두여회, 왕규, 이적, 이적 같은 뛰어난 인재들의 간언을 잘 받아들였고, 이들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다. 그래서 그의 시대에는 “백성들이 길거리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았고, 대문을 잠그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사회를 이루었다. 수(隋)나라 말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위징은 혼란기에 이밀(李密
2026-02-07 06:00 강현철 논설실장
- ‘현실적’이면서 ‘이중적’인 중국인 중국인이라고 하면 흔히들 ‘만만디’(느긋하게)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온당하지 못하다. 한국인처럼 ‘콰이콰이디’(빨리빨리) 또한 중국인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중국 문화의 특성은 과연 뭘까? 중국학자인 이인호 교수에 따르면 중국인과 중국 문화의 키워드는 ‘현실적’, ‘보수적’, ‘이중적’ 등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특징의 바탕에는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오랜 전쟁의 역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민중들의 ‘처세’(處世)가 존재한다. 그래서 일본의 저명한
2026-01-23 06:00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의 식자(識子)들 사이에는 “대화를 할때 ‘홍루몽’을 말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시서(詩書)를 읽었더라도 헛 읽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와 글을 많이 읽었다 하더라도 홍루몽을 보지 못했다면 헛수고하는 뜻이다. 그만큼 홍루몽이 주옥같은 시(詩)와 문(文)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홍루몽’(紅樓夢)은 중국 4대 고전 소설 중 하나로, 중국 고전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18세기 중반 청나라 건륭제 시기 조설근(曹雪芹)이 저자다. 조설근의 본명은 조점(曹霑)이다. 조설근이 80회까지 썼으며, 후대에 고악(高鶚)이 40회를
2026-01-09 06:31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의 4대 전통 명절로는 춘절, 청명절, 단오절, 중추절이 꼽힌다. 춘절 (春节, 춘지에)는 음력 1월 1일로 한국의 설날이다. 중국 최대의 명절로, 새해를 맞이하며 가족들이 모여 만두, 떡 등 다양한 음식을 나누어 먹고 복을 기원한다. 청명절 (清明节, 칭밍제)은 봄이 와 농사일을 시작하는 24절기인 청명(清明)을 기리는 명절로 양력 4월 4일이나 5일경이다.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묘 주변을 정리하는 날로, 우리의 한식과 유사하다. 단오절 (端午节, 돤우제)는 음력 5월 5일로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 굴원(屈原)을 기
2025-12-26 06:00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은 장대한 역사만큼 책사들이 많았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이사, 한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재통일한 장량, 촉나라 유비의 제갈량을 비롯해 전국시대 위나라 문후의 오기 등이 대표적이다. 서로 적국인 ‘오나라와 월나라가 한배에 타다’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주인공 오나라 합려의 책사 오자서와 월나라 구천의 책사 범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가운데 월나라 범려 얘기를 해보자. 책사(策士)는 ‘계책을 세우는 사람’이다. 황제나 왕을 도와 천하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지혜와 능력을 갖춘 사람을 가리킨다. 지모와 능
2025-12-05 08:30 강현철 논설실장
장예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紅高粱·홍고량)은 1920~1940년의 중국 산동성 지방을 배경으로 한 민초들의 모습을 통해 중일전쟁을 고발한 영화다. 고량주 증류업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로, 장예모의 감독 데뷔작이자 영화 배우 궁리의 데뷔작이다. 두 사람은 이 영화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영화에는 주인공 궁리가 한센병 환자에게 시집을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마가 수수밭을 지날 무렵 궁리의 발이 가마 밖으로 살짝 나온다. 가마꾼의 한 사람인 장원(姜文)은 그녀의 발을 만지며 가마 안으로 넣어준다. 잠시 후 수수밭
2025-11-23 09:45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에는 요괴(妖怪)와 귀신(鬼神)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많다. 그 원류가 바로 기원전 6세기경 만들어진 ‘산해경’(山海經)이다. 산해경은 고대 신화와 전설을 모아놓은 신화집이자 중국의 산천과 동물, 조류, 풍속 등을 기록한 최초의 지리서이기도 하다. 원래 23편이었으나 지금은 ‘여왜보천’, ‘과보추일’, ‘정위진해’, ‘형천쟁재’ 등 18편이 전해 내려온다. 대우의 치수사업 이야기, 후예가 태양을 향해 활을 쏜 이야기, 황제가 치우를 붙잡은 이야기 등은 다 산해경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큐정전’을 쓴 중국 근대의 대문호인
2025-11-07 09:57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에서 ‘글씨’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징표일 뿐 아니라 예술 장르의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몸 가짐과 쓰는 언어, 글씨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서예(書藝)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발전해왔다. 중국 여행때 상당히 인상깊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큰 붓을 물에 적셔 공원의 타일 바닥위에 글씨 연습을 하는 광경이다. 주요 도시를 방문할때마다 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중국이 가진 문화의 힘을 드러내는 듯 해 부러웠다. 중국의 서예는 세계의 여러 문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독립적인
2025-10-24 06:51 강현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