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계엄과 탄핵 사이에서 혼란스럽던 지난해 12월 10일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이 들려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16~65세)의 역량이 세 부문에서 모두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소식이었다. 언어와 수리능력도 평균보다 낮았지만 특히 적응적 문제해결력은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문제를 정의하여 정보를 찾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능동적 역량을 말한다. 그나마 16~24세는 평균은 되었으나 나이가 많아질수록 평균 아래로 멀어졌다. 특히 우수 그룹의 비중이 OECD에 비해 현저히 낮았는데 이는 적응적 문제해결력에서 더욱 심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은 우수한 인재가 이끌어 왔다는 믿음은 이제 막을 내리는 것인가? 한국인의 역량과 관련, 두 가지 트렌드별로 그 원인을 살펴 보자. 첫째, 왜 성인은 나이 들며 외국에 비해 더 빠르게 역량이 떨어지는가? 물론 연령대가 높을수록 대학 다닌 비중이 떨어지는 것도 한 요인이다. 대학취학률은 2023년 기준 76.2%이나 1990년에는 23.6%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명
2025-01-08 17:22
전한나 K정책플랫폼 ESG연구위원·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탄소를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 제6조는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비용효율적인(cost-efficient) 탄소감축 활동을 하고 이를 해당 선진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1월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동 조항의 세부 사항
2024-12-29 20:09 박영서 기자
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모두 대통령 대행인 국무총리의 권한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싶어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궐위면 몰라도 직무정지 상태의 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난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할 뿐, 대행의 권한 범위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2016년 11월 30일 당시 민주당의 민병두, 우원식 의원 등 41인은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으나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대행자는 현상유지를 위한 범위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세 가지(국민투표 부의, 사면·감형·복권, 헌법개정안 발의)는 못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였다.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었다. 아울러 동 법안은 대통령 권한 대행자가 급격한 정책 변경이나 인사이동 등을 하면 국회가 해당 권한 행사
2024-12-23 18:11
유가영 K정책플랫폼 기후환경연구위원 · 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 올해 76년 만의 9월 폭염을 거쳐 117년 만의 11월 폭설을 겪었다. 혼란스러운 시국에도 기후변화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과학자만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시민의 문제이다. 이렇게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파리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로 인해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9년 동안 끌어온 국제 탄소시장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였다. 하지만, 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는 이제 시민 삶의 일부가 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대응을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요즘 우리 사회는 자신의 태생을 수저의 색깔로 표현한다. `동수저`가 아니라 `흙수저`를 최하위로 놓은 것은 흙을 그저 먼지처럼 흩날리고 부서져 없어지는 존재로 보기 때문일까? 흙은 과거 농경시대에 사회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흙을 갈고 퇴비를 주고 토질, 즉 흙심을 길러야 작물이 잘 자라고 찰진 밥과 싱싱한 푸성귀가 우리의 밥상에 올라온다. 하지만 현재
2024-12-16 18:18
최안나 K정책플랫폼 경제연구위원·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 출산율이 왜 이렇게 낮나요? 원인이 무엇인지요?"라는 질문을 들었던 게 10여 년 전이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범정부 종합정책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다. 예산도 많이 투입되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하여 15년간 280조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10년 전보다 더욱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높은 양육비, 주거비, 교육비,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 경력단절 우려 등을 꼽는다.지난달 유엔인구기금과 통계청이 공동주관한 `제8회 저출산 고령화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한 토마스 소보트카 박사는 동아시아의 매우 낮은 출산율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중 한국은 제도적 불일치가 특히 강하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시간, 한국 청년층의 낮은 삶의 만족도와 불안감 그리고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 시기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수립한다고 해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제도들이 현장에서 잘 사용되어야 한다. 유
2024-12-09 18:14
조시준 K정책플랫폼 기후환경 연구위원·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연구교수 트럼프 당선으로 관세율 인상과 기술 봉쇄를 포함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최혜국 대우 박탈과 60%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 확대와 전면적 디커플링을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도전과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무엇보다 중국의 수출과 경제성장에 타격이 예상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동안 미국의 중국산 제품 평균 관세율은 2018년 초 3.1%에서 2020년 초 21.1%로 상승했고, 중국산 제품의 미국내 수입 비중은 2017년 21.9%에서 2023년 14.1%로 하락했다. 60% 관세가 부과되면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다음으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봉쇄 강화는 중국 관련 산업의 성장을 억제할 것이다. 트럼프는 `제조업의 미국 회귀`를 목표로 핵심 공급망을 미국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양자기술, 인공지능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이를 첨단 제조업과 바이오 기술 등으로 확대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내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다.끝으로, 미중 간 디
2024-12-02 18:19
오정희 K정책플랫폼 젠더연구위원·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대표변호사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특정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몸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는 것처럼 이를 방치할 경우 조직의 생산성이 악화되고 구성원의 소속감이 낮아져 결국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에 대한 대응 방식은 조직의 의사소통 및 조직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의사소통 구조가 원활하고 조직 문화가 건강하면 사전 예방이 잘 되어 있어 발생 빈도가 적을 것이고 설사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적정하게 처리될 것이다.사업주는 본인은 물론 모든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행위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구제절차를 마련하며, 이를 취지에 맞게 운용되도록 관리할 책임을 진다. 구제절차의 주된 내용은 피해자의 신고 접수, 조사,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 등이다. 2024년 4월 가결된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은 사업주의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
2024-11-25 18:30
임채영 K정책플랫폼 에너지연구위원·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본부장 트럼프 2기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는 한미 원자력 협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기조는 철저히 실용적 이해관계와 거래 중심의 접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 협력에서 새로운 기회와 함께 도전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한미 원자력 협력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모색해 보자.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원자력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전망하려면 지난 트럼프 1기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를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의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모두를 해체해야 한다"는 새로운 제안으로 맞섰다. 그리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 이 일화는 트럼프가 자신이 만족할만한 거래가 아니면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가
2024-11-18 18:16
김진하 K정책플랫폼 국제관계 연구위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가 돌아왔다. 지난 5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초박빙을 예상하던 이들의 다분히 희망(?)이 섞인 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압승이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백악관을 넘어 의회의 상하 양원까지 석권했다. 정치적 반대세력은 물론이고 많은 우방국 지도자들도 재발한 `트럼프 공포증`(Trumphobia)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흔히 `트럼프 공포증`의 원인을 대중영합적이며 반자유주의적(Illiberal)인 그의 스트롱맨(Strongman) 리더십에서 찾는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나 전통에 대한 존중은 없다. 분열과 갈등을 불사하는 거친 수사, 관례를 무시하는 멋대로 정치, 예측 불가한 광인 전략(Madman Strategy), 필요에 따라 동맹국들과 동지들도 주저 없이 겁박하고 적과는 서슴없이 거래하는 행보….그의 변칙적인 통치 스타일은 우리가 알던 표준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소환`을 선택한 과반수 미국 시민들을 자칫 증오 선동과 거짓 음모론에 굴복한 우중(愚衆)으로 폄훼한다면 이는 오만과 편견일 것이다.
2024-11-11 18:16
박병종 K정책플랫폼 이머징이슈연구위원·자리톡 CEO 가끔 돈이 얼마나 생겨야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겠냐는 질문을 받는다. 내 입장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일을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 쯤으로 폄하하기 때문이다. 나는 워크와 라이프가 분리되지 않는 `워라일체`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즐겁다. 물론 내가 특이한 경우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나의 지금 상황은 성격, 주어진 환경, 운이 결합된 결과이다. 그래서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라고 말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처한 성격, 환경, 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이 좀 생기면 언제든 그만두고 싶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은 불행하다. 결국 내가 이 일을 원해서 선택했는지, 그 선택에 지금도 후회가 없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은 원치 않는 일을 하며 불행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이런 불행한 사람을 줄일 수 있을까?사회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출발 지점은 다른데 목표 지점은 같은 사회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
2024-11-04 18:06
안수현 K정책플랫폼 ESG연구위원·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20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기업은 1인 이상의 여성이사를 이사회에 포함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상장기업 내에 다양성과 포용성 문화는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 특히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이사의 수와 이사회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사회 뿐만 아니라 임원 및 중간관리자 단계에서도 인적 자원의 다양성이 기업가치와 기업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임원 수는 여전히 매우 적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4~10%로 중국 19%, 미국 27%, 호주 29%, 싱가포르 33%에 비해 여전히 크게 낮다. 상장기업의 60%는 여성임원이 아예 없다. 외부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할 수 있지만, 단순히 여성 사외이사의 숫자를 늘리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성인재를 키워야할 이유다.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여성임원 확대를 위해 공시제도 등 자본시장 관련 제
2024-10-28 18:24
김영철 K정책플랫폼 교육연구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2008년 이후 16년째 동결 상태다. 740만원 안팎이던 4년제 사립대학 등록금은 2024년에도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6년간 약 1.4배의 물가상승이 있었으니, 이는 실질등록금이 약 530만원 수준으로 하락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지속적 재정 압박에 시달렸고, 그 결과 교직원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사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대학 건물과 시설은 노후화되고, 각종 장비와 기자재는 시대에 뒤처진 상태다. 최근 OECD에서 2024년 교육보고서(Education at a Glance, 2021년 통계)를 발간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등록금 동결 16년이 남긴 우리 대학재정의 황폐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첫째, 대학의 지출총액을 학생 수로 나눈 `대학생 1인당 교육비`에서 우리는 1만3573달러로,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일본(2만518달러) 및 독일(2만1963달러)은 물론이고, 영국(3만3574달러)과 미국(3만6274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째, 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교육비로 측정해도 마찬가지다. 한국(28%)은 독일(35%), OECD 평균
2024-10-21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