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세대의 공간 욕망과 아파트의 미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사람의 주거 공간에 대한 욕망은 세월을 함께 보낸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편의를 추구하는 시대,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쏠림현상은 쉽게 사라지 않을 것 같다. 요즘 2030세대인 MZ 세대, 이보다 더 어린 1020세대인 `잘파` 세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주거 트렌드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포착된다. 아래 세가지 에피소드를 읽어보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아파트 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1. 대기업에서 30년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60대 A 씨는 경기도 양평에서 살기 위해 전원주택 전셋집을 구하러 다녔다. 전원주택에 살고 싶었지만, 나중에 팔기 어렵다고 하니 굳이 구매하고 싶지는 않고 대신 전세살이를 선택한 것이다. 며칠간 물색 끝에 마음에 드는 전세 매물이 나왔다. 그런데 계약을 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타난 집주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30대 후반의 남자였다. 이른 나이에 전원주택을 짓느라 고생했다고 덕담을 했더니 답은 의외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힘들여 지으신 집이에요. 팔고 싶지 않아서 전세를 놓는 겁니다." 젊은 집주인은 양평 읍내 아파트 전세로 살
-
`슈퍼 파워` 시장을 제대로 읽는 법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 할수록 시장의 힘이 세진다. 돈이 많이 풀려 시장은 한마디로 `슈퍼 파워`가 된다. 시장의 힘이 세졌다는 것은 그만큼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그 자체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고 변덕을 부릴 수 있다.시장의 힘이 세어진 만큼 정부의 정책 수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힘도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힘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던 개발도상국 시절 정부의 힘과 인공지능(AI) 시대 정부의 힘을 같이 비교하면 안된다. 정부가 나서 공룡처럼 너무 커버린 시장을 직접 통제하긴 어렵다. 잠시라면 모를까, 장기간은 그 효과가 이어지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시장을 이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정부를 이긴다. 요즘은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정보의 민주화로 시장 그 자체가 `고지능 집단`이 되면서 통제하려고 해도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가격과 거래량의 변동 폭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10% 변동률이 나타날 수 있는데 정부의 개입
-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두 시선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상류 사회의 위선과 욕망을 그린 영화 `상류사회`(2018)에서 주인공 박해일은 갑자기 "건물주는 다들 나쁜 놈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건물주를 감싸는 듯한 그의 말에 다들 놀란다.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책은 있는가?`라는 주제의 영화 속 TV 토론에 참석한 그가 갑자기 돌출 발언을 한 것이다. 박해일은 사회자로부터 최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르는데 이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박해일은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임대료 통제 카드`를 거부한다. 그는 세입자는 임대료를 당연히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 임대료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편 토론자(정치인)는 박해일에게 "눈물로 쫓겨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비장하게 토론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박해일도 가만있지 않고 재반박에 나선다. "세입자도 시민이고 건물주도 시민이다. 돈이 좀 더 있고 덜 있고 차이일 뿐 모두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다. 공존과
-
우연의 가치를 높게 새겨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가끔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도중에 넘어지는 경우를 본다. 과연 다른 선수가 다리를 걸어서 넘어지는 걸까, 아니면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걸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자가 더 많을 것 같다. 정치인, 연예인 같은 유명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보도가 잇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유명 인사의 비리를 폭로하기보다는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다. 도박이나 대마초에 한 번 손을 댔다가 재기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은 비근한 예다. 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순식간에 무너진다. 주식을 거래할 때 주문 가격과 거래량을 잘못 입력해 손실을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온라인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25년 주식 베테랑 김순환(가명·54) 씨는 황당했던 과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사려는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올라가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제가 주문 가격과 거래량을 뒤바꿔 입력한 겁니다." 그날은 1만주를 9500원에 매수 주문을 내야 하는데, 9500주를 1만원에 사는 것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 바람에 주가가
-
전원 생활, 중년 남자의 로망과 현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누구나 유행가 한 구절처럼 도시의 답답한 콘크리트 공간을 벗어나 멋진 곳에서 살고 싶은 소망이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보다는 좀 더 개성 있는 나만의 집을 갖고 싶을 것이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긴장된 도시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전원의 삶을 누리는 `공간 이동`을 꿈꾼다.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은 `언덕 위의 하얀 집`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대부분은 체념한 채 도시 아파트에서 그냥 하루하루를 산다. 은퇴자들은 조용한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으로 이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한 연구 조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 은퇴자들(48%)이 가장 많고,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길 때 고르는 주택 유형도 주로 아파트다. 아파트 살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내의 반대가 큰 요인이다. 전원주택 살이는 주부의 동선이 짧아지는 주거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에서 살면 쇼핑도 너무 힘든 데다 수다를 떨 이웃이 없어 여성들이 꺼린다. 사실 전원주택
-
부동산도 결국 물가 문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A씨가 서울 강남권에 사옥을 짓더니 최근 완공했다. 연면적 264.46㎡(80평)의 미니 빌딩이다. 공사비가 얼마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12억원이라고 했다. 3.3㎡(평)당으로 따져보니 1500만원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랬더니 모퉁이가 경사진 땅이라 공사하는데 비용이 좀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비싸다. 요새 원자재값이나 인건비 급등으로 건축비가 껑충 뛰었다. 5~6년 사이 곱절 이상 오른 것이다.한 건축가는 도심에 오피스텔을 지으려고 해도 평당 1200만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이제 서울에선 아파트 공사비가 평당 1000만에 육박하는 곳이 생겨났다. 또 다른 지인 B씨의 얘기다. 그는 은퇴 이후 거주할 생각으로 10년 전 강원도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당시 평당 가격은 350만원. 그런데 최근 대출받을 일이 생겨 감정평가를 받아보니 450만원이 나왔다. 그는 단독주택도 지으려면 평당 700만원 가량 소요되다 보니 감가상각을 무시하고 이런 감정평가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건축비가 많이 오르다 보니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
-
`양자 얽힘`과 주택임대차 2법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이 세상 인간만사는 칡넝쿨처럼 얼기설기 서로 엉켜 있는 법이다. 상호 간에 끊임없는 되먹임을 통해 정보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세상은 일방보다는 쌍방이다. 이런 현상은 양자물리학의 `양자 얽힘`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초미세 영역에서 양자 얽힘은 고전 물리학에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얽힌 상태의 입자들은 공간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연결된 것처럼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서로 보이지는 않지만 독립적이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양자 얽힘은 음택풍수(陰宅風水)에서 동기감응(同氣感應)과 비슷하다. 조상을 명당에 모시면 조상과 유전자가 같은 후손들이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복을 받는다는 것이다. 얼핏 이해되지 않지만 양자 역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동기감응도 전혀 엉뚱한 얘기는 아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을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일상생활에 정보혁명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된 사회가 되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진화로 사람과 사물의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이어진 사회라는 얘기
-
집값 흐름, `현장 지표` 중심으로 판단하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작년 전국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떨어졌다고 생각하세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물어본다. 가격 변동을 어떤 기준으로 삼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런 질문에 어떤 이는 가격이 올랐다고 답변하고, 또 어떤 이는 내렸다고 말한다. 답변을 들어보면 제각각이다. 그런데 다 맞는 얘기일 수 있다. 어떤 지표는 하락, 어떤 지표는 상승을 가리키고 있어서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이하 실거래가)는 연간으로 3.5% 올랐다. 이 지표는 실제 거래된 가격을 이전 거래 가격과 비교해 변동 폭을 지수화한 것이다. 하지만 표본조사 통계는 같은 기간 오히려 4.8% 떨어졌다. 이는 전국 3만6,800개의 아파트 표본을 토대로 집계하는 것으로 국가 공식 통계이다. 서울은 격차가 좀 더 심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9.9% 올랐지만, 표본조사 통계는 2.2% 떨어졌다. 그러니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해도 틀린 게 아니고, 내렸다고 해도 틀린 게 아니다. 그 기준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논문을 쓸 때 많이 얘기하는 `조작적 정의`를 하지 않으면 같은 시장흐름을
-
`투자 중독사회` 행복 찾는 법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 김혁기(가명·45) 씨에게 지난 월요일은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퇴직연금에 넣어둔 주식형 펀드가 드디어 플러스를 기록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3년 만이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 씨는 기다리면 해 뜰 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주가는 장기로 우상향을 할 테니 인내하면 언젠가 보답할 것이다. 김 씨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럼 지금 나의 행복은?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속담을 계속 믿고 가는 게 맞을까? 만약 인내는 쓰고 열매에 단맛이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의 앞날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미래의 꿈을 위해 현재의 내 삶을 너무 도외시하는 것은 아닐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전 명지대학교 교수는 인간은 미래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부터 불안에 시달리고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걱정 대부분은 지금보다 미래에 대한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라는 격언도 있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지금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못
-
부동산정책 성공 위한 3가지 심리 코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 시장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한다. 정보 전달 속도 역시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시장 지능도 갈수록 고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고위 인사가 시장의 욕망을 부정하면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하지만 `고지능 집단`인 시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비이성적 투기집단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면 잠시 성공할 수 있으나 이내 시장의 역습에 흔들린다. 시장의 욕망을 무시한 당위의 찬미는 실패로 이어지기 일쑤라는 얘기다. 그래서인가, 한 전직 관료는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정책을 펴야 효과를 발휘하더라"고 했다. 시장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은 겉돌기 마련이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첫째, 시장 참여자에게 불이익보다 인센티브를 주는 게 훨씬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헨리 조지의 사상에 `좌도우기(左道右器)`라는 개념이 있다. 진보 지향의 개혁이더라도 방법
-
우리 시대에 집을 산다는 것은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출중한 지혜를 갖는 것보다 유리한 기회를 잡는 것이 더 낫고, 좋은 농기구를 갖는 것보다 적절한 농사철을 기다리는 게 낫다."중국 고전 `맹자`에 나오는 얘기다. 인간의 지식이나 재주보다 좋은 때와 기회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타이밍(timing, 시점 포착)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가령 농사꾼에게 아무리 좋은 삽과 괭이가 있어도 때에 맞춰 씨를 뿌리지 않으면 곡식을 거둘 수 없다. 농기구는 수확량을 조금 더 늘리거나 줄일 뿐이다. 이보다는 `때`가 한 해 농사에서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난해 봄에 아파트 발코니 화분에 더덕 모종을 심어보니 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4월 중순에 `아기 모종`을 종로 꽃시장에서 사서 심었을 때는 금세 땅 내음을 맡고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5월 중순이 넘어 심은 `청소년 모종`은 적응을 못 해 비실비실 잘 크지도 않았다. 한여름을 지나도 이 두 더덕 모종은 튼실함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때를 잘 만나면 순풍에 돛 단 듯 모든 게 순조롭다.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치면 훨씬 많은 공을 들여
-
SNS시대, 부동산 소비자 더 현명해져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디어가 막강 파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 방송 등 전통미디어 매체인 레거시 미디어를 압도할 정도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사회의 핫이슈가 생기면 거의 반나절이면 다 알게 된다. SNS 미디어가 늘면서 부동산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 부동산정보 유통에서 신문이나 방송보다 유튜브나 카페, 단톡방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전통 미디어가 지배하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을 구매할 때 가족이나 친지의 이야기에 의존했다. 하지만 요즘은 SNS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피데스개발이 최근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이 부동산정보를 수집하는 채널로 SNS나 검색 포털을 꼽았다. 신뢰도(45%) 역시 공인중개사(10%)보다 훨씬 높았다. 과거에는 의사결정을 할 때 친인척의 조언에 많이 의존했지만, 요즘은 그 역할을 디지털 미디어나 SNS가 대신한다. 예전처럼 친인척을 자주 만날 일이 없고 세상의 많은 일을 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