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회 모임에 가도 담합 의혹이 있다네요. 이제 동종업계 사람들 만날까 무서워 언론사 행사도 못 가겠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조사를 받은 한 대기업 간부는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국제가격을 누구나 뻔히 볼 수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가격 담합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공정위가 물가 관리를 위해 무턱대고 기업 흔들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한탄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는 최근 1년 간 생리대를 비롯해 설탕, 인쇄용지, 밀가루, 전분당 등 총 20조원 규모의 담합을 적발·제재했고
-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사후조정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총파업 예고일이 오는 21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화로 파업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다. 과정을 보면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지난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외에는 파업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자”고 나섰고,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사후조정 녹취를 공개하는 등 갈등은 고조됐다.
-
주식회사란 각각의 개인들이 공동의 목적, 즉 영리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한 만큼 유한한 책임을 나누고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 형태다. 투자한 만큼 책임을 지는 대신 그 과실도 나눠가진다. 주식회사의 근간은 주주에 있다. 노동자도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이익을 배분할 때 주주가 우선이고 노동자는 그 다음이다.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가가 통제해 노동자에게 똑같이 나누는 사회주의식 기업과의 차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인 ‘반도체’ 산업에서 사회주의 기업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
지방선거보다 중동 전쟁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요즘, 국내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용인 반도체 산단의 새만금 이전을 유도하는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반도체 산단 이전’에 찬성하는 응답률이 53.5%였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후보자인 안호영 의원은 “삼성 반도체 팹 1~2기 새만금 유치를 대한민국 산업 전략의 새로운 대안으로 끝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은 “용인 반도체 흔들기 목적의 기획조사”라며 강하게 반발하
-
한 친구가 물었다. 코스피 5000을 찍으면서 주가는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것 같은데 이제 어디에 투자해야 하냐고. 바로 답을 못 했다. 코스피 5000 시대의 안착이라고 보기에는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나절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여전히 반도체고, 앞으로도 반도체라고. ‘26만 전자’와 ‘150만 닉스’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적만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다. 실적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 시장의 특성 상 그렇다는 것이다. 잠깐 실적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시장
-
반도체 인재는 귀하다. 중국은 물론 미국 마이크론도 한국의 반도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억대 연봉을 더 주고 모셔갈 정도다. 덕분에 반도체 인재는 늘 부족한 상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려면 매년 1600여 명의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그러나 관련 전공 대학 졸업생은 연 650여 명, 고급 인재로 분류되는 석·박사급 인재는 150여 명에 불과해 매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성장했다. 전체 수출의 30%를 챙기며 수출 7000억달러 첫 돌파의
-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향후 2년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은 믿어도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사실 인공지능(AI) 거품보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시작될까 두렵습니다. 잘 나갈 때 중국의 추격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최근 세계를 뜨겁게 달군 AI 거품론 논란을 두고 20년 가까이 반도체 업계에 근무한 지인이 한 말이다. 필자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지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이제 막 시작한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엔 관심이 많다. 일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위시한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은 여러 지표
-
한국전력거래소의 1조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2차 입찰이 다가오면서 모처럼 국내 배터리 업계에 큰 장이 열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잇따라 터진 20여건의 태양광 발전용 ESS 화재사고 이후 사실상 멈췄던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달 국가정보자원관리(국정자원) 화재로 또 다시 배터리 포비아(공포증)가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발화점이었던 배터리의 결함보다 관리 부실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면서 한시름 덜었다. 이번 입찰은 내수 뿐 아니라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도 중
-
“후배들을 위해 내가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지.”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또래 대기업 팀장이 지난주 건넸던 말이다. 물론 그 전에도 여러 대기업 임원들에게 들었던 말이지만, 느낌이 남달랐다. 마음은 여느 과·차장급과 경쟁에서도 지지 않을 것 같은데…. 졸지에 필자까지 소위 후배의 앞 길을 막는 ‘똥차’ 직장인이 된 것 같아 우울해졌다. 걱정은 안 한다. 왠만해선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않는 한 버티면 정년까지 자리가 보장받을 것이고, 지금 그만두면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 역시 그는 잘 알고
-
최근 미국에선 100여 년 전 자동차 대중화를 선언했던 포드 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모델 T’의 순간을 재연할 것을 선언했다. 모델 T는 포드 창립자인 헨리 포드가 1908년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해 세계에서 처음 대량 생산한 모델이다. 필자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이라 예전부터 생각하면서, 그 이유로 친환경이 아닌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일단 내연기관차 부품 수가 2만5000개에서 3만개 정도라면, 전기차 부품 수는 그 절반인 1만5000개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전장부품의 모듈화, 자율주행 등
-
“중국 기업들만 배 불리는 정책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해 이 같이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해 “중국 제품에 보조금을 다 줘서 국내 전기버스 업체가 죽어버렸다”며 “지금이라도 보조금 정책을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50.9%까지 치솟았다. 이후 정부는 국산 제품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보조금 제도를 개편했으나, 지금도 저가 중국산의 공세는
-
與 상법 개정안, `코스피 5000` 달성 만능키 아니다
박정일 산업부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처리를 연기하면서 높아졌던 재계의 기대감이 다시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김병기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15일 기자들과 만나 "상법은 워낙 중요하고, 코스피 5000으로 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법안"이라며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다.지난 12일 여당에서 상법개정안 처리를 차기 원내대표단에 위임하겠다고 밝힐 때까지만 해도,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상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 간담회를 했을 당시에도 그랬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 각 기업이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기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협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사업보다 소송 대응에 급급할 것이라고 재계는 한결같이 주장한다. 소수 대주주의 횡포를 억제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악용해 소송을 걸고 이익을 취하는 것은 `개미들`보다는 조직과 자본이 풍부한 외국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