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1990년대 초 우리나라는 극심한 인력부족 사태를 겪은 적이 있었다. 서비스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제조업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대거 노래방, 호프집 등 서비스 업체로 전직하는 바람에 중소제조업에서는 인력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노동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전문가들이 문제는 인력 부족이 아니라 인력의 운용, 배분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당시에도 주부, 고령자, 장애인, 청년 등 실제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욕도 있는 200만 이상의 유휴 가용인력이 있는데도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3D 제조업 기피 풍조로 기존 제조인력이 빠져나가 서비스업에 흡수되는 바람에 막상 제조업에 인력이 부족하게 되었던 것이다.중소제조업에서는 급한대로 외국인력을 데려다 쓸 수 있게 허용하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였다. 외국인을 산업연수라는 명목으로 들여와 중소제조업에서 일하게 하자는 것인데,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연수를 시킬만한 역량이나 의지가 없다는 점이었다. 외국인으
2024-10-10 18:43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요새 전등 하나 밝히는 비용은 우리가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싸다. 그동안 인류 역사에서 조명을 밝히는 비용은 매우 비쌌는데, 그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일상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19세기 후반 전기혁명 이후에 불과하다. 지난 1996년 경제학자 노드하우스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100와트 전구를 1시간 밝히는 정도의 조명을 얻기 위해서 기원전에는 400시간의 노동이 필요했고, 1800년에도 50시간의 노동이 필요했다. 그런데 전기의 실용화로 그 비용이 1880년대에는 3시간으로 줄어들고 현대에는 1초 정도에 불과하여 획기적으로 감소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조명을 밝히는 비용이 너무 비싼 나머지 밤이 되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창문을 만드는 유리값도 비싸 자연채광을 위한 창문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창문도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했다. 영국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이른바 `창문세`를 도입하여 유리창문의 숫자에 따라 세금을 비례적으로 매기는 제도를 19세기 중반까지 무려 150년 동안 운영했다. 조명 수단이 제약된데다
2024-08-29 18:15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인공지능(AI) 시대가 급격히 도래함에 따라 사회 각 분야에 혁명적인 도전이 몰아치고 있는데 한국 사회의 대응, 특히 미래세대의 교육 방향에 대해서는 미진한 것 같다. AI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도록 컴퓨터를 학습시켜 수많은 데이터의 분석을 토대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AI 능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점차 AI는 현재 대표적인 전문직인 의사와 변호사 업무까지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대규모 의료 데이터와 영상 이미지를 비교·분석하여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AI가 인간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법을 실험해 개인 맞춤형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의료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 비용, 속도에서도 인간의 능력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다. 법률 서비스 영역에서는 방대한 법률문서나 판례 등을 신속하게 검색하고 분석하여 특정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소송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AI 챗봇과 기본적인 법률상담이나 질의 답변
2024-07-25 18:34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스웨덴의 타게 에를란데르 전 총리는 현대 정치인 중 스웨덴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45세에 총리로 선출되어 무려 23년간이나 재임하며 스웨덴을 자유롭고 풍요로우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는 국가로 만들었다. 에를란데르 총리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 사는 사회, 반목과 질시가 없는 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통치 철학을 정립했다. 그의 업적 중에서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차별화되며 후대에 기억되는 가장 뛰어난 공훈은 사회 지도자들과의 정례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었다. 에를란데르는 매주 목요일 저녁 노조지도자, 경제계 인사, 정치인 등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며 주요 현안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했다. `목요클럽`이라고 불리웠던 정례적인 대화 모임은 대립·반목하지 말고 상생하는 정치를 구현해 보자는 국가 지도자의 의지와 집념의 산물이었다. 정치적 대립, 노사 갈등, 주요 정책현안 같은 문제를 같이 식사하며 대화로 풀어 가자는 의미였다. 당시 스웨덴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 이 대화의 장에 초청받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개방적이
2024-06-13 18:47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사회지도층은 국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책임을 맡은 리더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몸 바쳐 일하겠다는 정신과 자세를 가졌는지, 그런 책임에 걸맞는 확고한 국가관을 가졌는지가 될 것이다. 리더로서의 역량보다도 더 중요한 덕목이라 믿는다.사회지도층에 있는 리더들은 당연히 그런 국가관을 가졌다고 말하겠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사회지도층의 행태를 보면 국가의 위기상황, 또는 국가와 자신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이 올 때 과연 이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국가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선택을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한양이 함락되고 왜군이 파죽지세로 평양까지 쳐들어 오자 선조와 조정 관료들은 혼비백산하여 의주까지 피난을 갔다. 허둥지둥 피난 가는 과정에서 선조 임금이 신세를 한탄하며 울면서 중신들을 불러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몇몇 중신들은 함경도로 도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관료는 국경을 넘어 명나라로 가자고 제안한다. 선조 임금은
2024-04-29 18:54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한국 사회는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 의견이 너무도 심하게 양분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객관적인 사실에서 벗어나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자료에서 형성된 확증편향에서 비롯되고 심화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의견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 점점 더 그 신념이 옳다고 믿고 이를 강화하는 성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고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하거나 모호한 증거를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때 이런 편견을 나타낸다. 흔히 자신이 선호하는 SNS 정보에만 의존하고 다른 정보를 외면하거나 틀린 정보라고 무시하며 편견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본연의 의견도 아닌 편향된 의견에 우리가 왜 휘둘리는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편향된 의견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문제이지만 이런 정보의 왜곡이나 유포를 저지하려는 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못된 편향을 극복하려면 객관적 정보에 입각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중요하다. 유대인 랍비
2024-02-22 18:37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이 늘고 있다는 뉴스는 충격적이다. 정년이 없고 고소득 직군인 의사에 대한 선호현상이 이 정도에 이른 것인가. 한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의사협회는 이런 방침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의 필수 의료인력 부족과 지방 의료인프라 낙후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의대 정원 카드를 꺼낸 것인데, 과연 이런 문제가 의대 정원의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의대정원 이슈와 관련한 다른 문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다. AI, 반도체, 바이오를 위시한 첨단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고급 기술인력이 산업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공계 최고 인력이 너도나도 의대로 몰리는 바람에 공과대학은 차순위로 밀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EU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 등 경쟁국까지도 최우수 인재가 공과대학을 지망하여 첨단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세계
2023-12-25 18:18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현대는 `혐오의 시대`라 할 만큼 온갖 거친 표현이 난무한다. 혐오의 언어는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나타난다. 대개 극단적인 혐오의 표현을 공개적으로 남발하는 것은 정치인들인데 지금은 혐오의 표현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일반인들의 언어가 되고 혐오의 정서가 형성된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다는 성악설이 맞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울한 현실이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가.보통의 인간이 강한 권위에 직면하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가 여부를 실험하기 위해 예일대 심리학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이 1961년 실시한 전기충격 실험은 너무도 유명하다. 밀그램은 이 실험을 토대로 합리화할 수 있는 명분 있는 상황이 생기면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통상의 윤리 규범을 무시하고 잔혹한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밀그램 실험은 실험대상 학생을 의자에 묶어 놓고 기억력 검사를 해서 오답을 내면 그 벌칙으로 전기충격을 가한다는 규칙으로 시작했다. 오답이 반복되면서 전기충격이 점차 강화되자 실험대상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실험 중단을
2023-11-15 19:08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새만금잼버리 대회는 초기의 대실패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긴급 개입과 지원으로 그나마 의미있게 마무리되었다. 중앙정부가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태풍으로 상황이 급박해지자 하루 만에 1000대 이상의 버스로 참가자들을 신속하게 소개시켜 기업과 대학의 기숙사, 종교시설 등에 수용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지방의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하게 하고 마지막 날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4만명 이상 모두 참가하는 K팝 행사를 열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했다. K팝 축제도 당초 예정된 전주에서 태풍 때문에 갑자기 상암경기장으로 변경되었고, 초단기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치러내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청소년들을 열광시켰다.이런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한국의 문제해결 능력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역동적인 대응은 전세계에 한국이 아니면 해낼 나라가 없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인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적절한 리더십으로 이끌어준다면 언제든 이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한국은 잼버리대회가 문제
2023-08-21 18:53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노동부 차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국 대사관저로 초빙해 놓고 우리 정부를 향한 훈계조 성명을 15분간 일방 낭독한 사건의 후유증이 거세다. 급기야는 조선 말의 원세개(袁世凱·위안스카이)까지 소환되어 중국 외교관들의 오만한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한반도를 속방으로 지배한다는 의식이 있었고 조선이 취약한 상황에 처하면 가차없이 이를 악용하곤 하였다. 조선말의 원세개는 임오군란에서 청일전쟁에 이르는 기간 조선에 주재하며 총독 이상의 권한을 행세했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청나라는 3000여명의 군대를 조선에 파견했는데 이때 원세개가 참전했다. 원세개는 흥선대원군을 임오군란의 수괴로 지목하여 톈진으로 압송, 연금하며 임오군란을 진압하고 1894년 청일전쟁 직전까지 앞장서 갑신정변을 제압하는 등 마치 조선 주재 총독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23세의 일선 지휘관에 불과했던 원세개는 속방체제에 방해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위협과 폭력으로 제거하고 조선 정부에 군림하여 자신의 직책인 `감국대신`을 넘어 마치 조선의 왕
2023-06-22 18:49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노동부 차관 `징비록`은 대한민국 국보 132호로 지정된 소중한 역사기록이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과 도체찰사로 그 자신이 전쟁을 총괄 지휘하며 전란을 치뤄낸 생생한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징비(懲毖)`라는 말은 `내가 그 잘못을 뉘우쳐 경계하여 나무라고 훗날의 환란이 없도록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로 유성룡이 유학 경전 시경에서 선택한 것이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70여개를 보유하며 대한민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무기를 선제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북한을 적극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불장난하면 타죽을 것`이라는 등 모욕적인 언행으로 협박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심히 불안한 안보의 위기상황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안보문제조차도 정쟁의 대상일 뿐 상대당을 공격하고 정부의 외교 노력을 폄하하는데 여념이 없다. 미국의 정치권은 여야 간에 치열하게 대립하다가도 국가 안보 문제에 관련해서는 여야 없이 한 목소리로 국익을 대변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징비록에서는 임진왜란이라는 국가 위기에서도 당시
2023-05-17 18:53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노동부 차관 얼마 전 대학생들의 고전학습 모임인 `아름다운서당`에서 플라톤의 `국가론`을 교재로 택한 적이 있다. 학생들 과제는 국가론을 읽고 후배들에게 이 책을 필독 고전으로 추천하는 보고서를 써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이 책의 내용도 훌륭하지만 플라톤식 토론 방법과 토론 자세가 특히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소크라테스를 주연으로 내세운 토론에서 플라톤은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아테네 지식인들이 `정의란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불의가 정의보다 이익이 더 크다`는 등 엉뚱한 논리를 펴더라도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 주장에서 옳은 것은 바로 수용하고 잘못된 부분은 차근차근 반박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유도해가는 토론을 진행한다. 이런 토론을 통해 정의의 원칙이나 이상적인 국가 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다. 자기 생각과 다르고 잘못된 주장을 하더라도 소크라테스가 일단 상대방 의견을 경청한 뒤 하나하나 문제를 지적하며 상대방이 수긍하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합의에 이르는
2023-04-05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