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때론 가장 가까웠던 이들을 가장 잔인하게 갈라 놓는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그 극적인 예다. 오늘날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겨누는 이란과 이스라엘, 이 두 국가는 마치 태생부터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적(敵) 같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협력과 우호의 순간들이 훨씬 많았다. 반전된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이 끝없는 적대의 고리를 누가 먼저 끊어낼 수 있을까. ◆고대 페르시아, 유대인을 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인연은 고대 중동의 패권을 쥐고 있
2025-06-27 01:47 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하버드 대학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트럼프의 `하버드 때리기`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란 분석이다. 하버드대를 향한 공세는 미국 정치가 얼마나 분열과 갈등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청교도의 꿈에서 정권의 표적이 되기까지 하버드대학교는 영국 식민지 시절이었던 1636년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됐다.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1732~1799)이 태어나기 한참 전의 일이다.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이 목회자 양성을 위해 만들었다. 명칭은 영국 출신의 청교도 목사 존 하버드(John Harvard)에서 따왔다. 그는 사망하면서 자신의 도서 400권과 재산의 절반(약 800파운드)을 기증했고, 이를 기념해 학교 이름이 `하버드`가 됐다. 영국 정부가 만든 대학은 아니지만, 하버드대의 뿌리는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 정신에 있다. 미국 최초의 대학이자, 미국 엘리트주의의 시작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후 4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하버드대는
2025-06-13 06:55 박영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동을 순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3개국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 2조 달러(약 2765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카타르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4억 달러(약 5530억원)에 달하는 보잉 747-8 항공기까지 선물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동맹국 이스라엘은 찾지 않았다. 자신과 밀월 관계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정상의 누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 순위가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동 외교는 한마디로 `거래`였다. 과거 미국 외교가 `가치와 원칙`이라는 이상을 내세웠다면, 지금은 수익, 그리고 투자와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트럼프 일가의 비즈니스 확대는 대통령직이 국익을 위한 공적 책무가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수혜자는 트럼프 일가의 개인 사업체인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이끄는 이 회사는 현재 중동 각
2025-05-30 06:31 박영서 기자
베트남이 4월 30일 베트남 전쟁(1955∼1975) 종전·통일 50주년을 맞았다. 50년 전 포성은 멎었고, `통일 베트남`은 전장의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개혁·개방 정책으로 전환했고, 미국·한국과도 화해했다. 이후 외국기업 유치 등을 통해 신흥공업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한 나라의 `반세기 여정`은 고통을 넘어 희망을 일군 인간 정신의 증거이자, 살아 있는 서사다.◆피로 쓴 승리의 여정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프랑스는 베트남을 다시 식민지로 삼으려고 했다. 이에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이 이끄는 독립운동 세력은 결연히 저항했다.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베트남은 분단됐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남베트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1964년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 전쟁에 본격 개입했다. 그러나 정글과 진흙탕에서 미군은 발목이 잡혔다. 미 본토에서는 반전 물결이 들불처럼 번졌다. 결국 미국은 1973년 베트
2025-05-02 06:17 박영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전 세계 경제와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그야말로 우왕좌왕이다. 그렇다면 왜 트럼프는 이처럼 고비용의 무역전쟁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는가. 표면적으로는 제조업 회귀와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국내 지지층 결집 등 복합적 의도가 얽혀 있다. 그러나 경제적 현실과 정치적 이상 사이의 괴리가 심각해지고 있다. 트럼프가 택한 이 `위험한 길`에 대한 경계와 대비가 시급하다.◆정치적·경제적 의도, 그리고 지정학적 계산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밀어붙이는 첫 번째 이유는 국내 정치, 특히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역)의 백인 노동자층은 트럼프 지지세력의 핵심이다. 이들은 오바마 시대의 자유무역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믿는다. 트럼프는 이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의 실체는 곧 `보호 무역`이다. 두 번째 동기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있다. 트럼프는 단순히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을 넘어, 글로벌 가치사슬을 미국 본토로 끌어들이고
2025-04-18 06:03 박영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이제 자유무역 기반의 글로벌 통상 질서는 격변기를 맞았다. 그동안 낮은 무역장벽에 힘입어 대미수출로 경제를 일궈온 국가들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이 구축한 글로벌 동맹체제도 뿌리째 흔들릴 판이다. 각자도생은 현실이 됐다.◆`해방` 아닌 `분노`의 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하겠다면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오늘은 미국의 해방일이다. 이제 우리가 번영할 차례"라며 나라별 상호관세 세율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161개 국가 및 지역에 관세를 매겼다. 세율이 높은 국가가 많은 곳은 유럽과 아시아였다. 10%를 초과하는 고율관세가 매겨진 지역 및 국가는 총 67곳이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EU 27개국과 스위스(31%), 세르비아(37%), 노르웨이(15%)까지 총 30개국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각각 18개국과 11개국이었다. 중동에선 시리아(41%), 요르단(20%), 이스라엘(17%) 등 3개국이, 미주에선 니카라과(18%)
2025-04-04 06:31 박영서 기자
북극의 기득권자인 러시아는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과 `북극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저지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둘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는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있고, 이는 `북극 패권`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극의 얼음은 녹고 있지만 강대국 간 전략적 대결은 뜨거워지고 있다.◆북극해 항로 핵심거점 `블라디보스토크` 손에 넣은 中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중국에 경제적·군사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서방의 제재를 받자 러시아는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 및 군민양용(軍民兩用) 보급품을 제공하고 있다. 원유도 대량으로 구매해 러시아 경제를 지원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그 대가로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국경 통관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 중·러 관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특혜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블라디보스토크 항 이용권을 획득한 것은 단순한
2025-03-21 06:59 박영서 기자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정은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셈법이 우선된 전략적 거래로 보인다. 실질적인 채굴 가능성과 경제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정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고 한다. 양국간 광물협정의 숨은 계산을 살펴본다. ◆젤렌스키가 먼저 내민 자원 카드 광물협정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10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른바 `승리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그는 서방 국가들의 군사 지원 강화를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면서, 그 대가 중 하나로 서방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 자원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단순히 `받기만 하는` 제안을 내놓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방 기업들이 개입해 정체된 우크라이나의 자원 개발이 활성화된다면 `윈-윈`이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에 자원 이권을 가진 국가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2025-03-07 06:49 박영서 기자
오는 24일로 만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 취임 전부터 조기 종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러시아 두 나라의 `밀실 협상` 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의 종착지가 `평화`가 될지, 아니면 강대국 간 이해관계 속에서 또 다른 불안과 갈등을 낳는 `타협`이 될지 국제사회는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 배제된 `속전속결` 종전 협상 발발 3년이 다 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급속도로 종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전쟁을 끝내려는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있다. 그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이 미국의 외교·군사적 자원을 분산시키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대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그는 임기 초반 6개월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 외교력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것을 목표로 잡는 듯
2025-02-19 17:43 박영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외교 방식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른바 `협박 외교`다.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관세 부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멕시코와 캐나다를 일단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동맹국 간 신뢰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키면서 국제질서에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이 성공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병 주고 약주는 협상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다. 두 나라가 국경 보안 강화 조치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캐나다는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한 캐나다-미국 국경에 인력 1만명을 배치하고 국경 강화에 13억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멕시코 역시 마약 및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1만명의 군인을 파견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에는 예정대로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이에 중국은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
2025-02-07 09:17 박영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를 무력으로 장악할 가능성도 암시했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한다고도 말했다. 농담처럼 들리긴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식 `협박 외교`다. 이런 접근법이 효과적 전략이 될지, 아니면 위험한 실험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그린란드에 계속 `눈독`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스웨덴 대사를 지냈던 켄 호워리를 덴마크 대사로 발탁했다고 발표하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였던 지난 2019년 이후 꾸준히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펼쳐왔다.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에 있는 미국의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건네겠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렇게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계속 눈독을 들이자 덴마크는 그린란드 방위비
2024-12-25 21:02 박영서 기자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시리아는 물론이고 중동 지역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건이다. 13년 내전 끝에 이루어진 독재정권의 몰락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지만 앞날은 불확실하다.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큰 것이다. ◇`50년 독재` 아사드 정권 붕괴 무장반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를 `해방`했다고 선언했다. 바
2024-12-11 20:12 박영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