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2주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서로가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전쟁의 역사는 강자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장면이 나온다. 힘의 격차가 분명하면 약자는 정면 충돌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싸움의 방식 자체를 바꾼다. 이것이 약자의 전략이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왔다. 이란 전쟁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결국 전쟁은 누가 더 강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냐의 문제다. ◆나폴레옹 무너뜨린 약자의 전략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수적 열세였던 그리스 연
2026-04-10 07:42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 공수부대가 대(對)이란 지상전에 투입된다. 미 NBC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육군 최정예 제82공수사단(82nd Airborne Division) 소속 병력 1000명 이상의 중동 지역 투입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하늘에서 투입되는 공수부대는 그동안 미군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美 공수전력의 두 축, 82·101 공수사단 미국 공수사단의 역사는 현대 전쟁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낙하산을 타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공수부대
2026-03-27 07:51 박영서 논설위원
“이것은 네타냐후의 전쟁이다.”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이번 이란 전쟁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의 불씨는 미국도 이란도 아닌, 이스라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래전부터 미국을 이란과의 충돌에 끌어들이려 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기습으로 촉발된 ‘12일 전쟁’이었다. 네타냐후는 ‘12일 전쟁’을 두고 “반쪽짜리 승리였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스라엘의 힘만으로는 이란 체제
2026-03-13 07:37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지만, 그의 행보는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 판결 직후 그는 곧바로 10% 추가 관세로 맞대응했고, 다음날 15%로 올렸다. 국정연설에서는 노골적인 대결 구도와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일관성 대신 변덕, 숙고 대신 오기가 앞서는 그의 행보는 세계를 불안의 롤러코스터로 밀어넣고 있다. ◆판결 이후 더 강해진 강공 드라이브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에 입각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6대3으로 판단했다. 9명
2026-02-27 07:15 박영서 논설위원
일본이 중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자민당의 선거 압승은 정권 연장의 의미를 넘어, 전후(戰後) 질서가 부여한 울타리 밖으로 나설 수 있는 ‘개헌 동력’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평화국가’에 머물지 않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간다면 이는 제국주의 복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파장은 동아시아 전체로 번질 수 밖에 없다. ◆자민당 압승, 개헌 현실화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 해산이라는 고위험 카드를 던졌고 성공했다.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쓸어 담았다. 강단과 계산이 동시에
2026-02-13 07:07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의 이웃이자 핵심 우방국 캐나다에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가 ‘미군 침공’을 가정한 국방 시나리오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은 미·캐나다 동맹을 당연시하는 북미 지역의 상식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두 나라 사이에는 실제로 전쟁이 있었다. 묻혀 있던 전쟁의 기억이 고개를 들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또 “미국의 51번째 주(州)” 모욕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끈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미국의 51번째 주(州)’라는
2026-01-30 07:27 박영서 논설위원
워싱턴 외교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베네수엘라 총독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독은 왕이 아니지만 왕을 대신해 통치한다. 주권을 위임받은 통치자가 아니라, 주권을 박탈당한 땅 위에 내려앉은 대리 권력이다. 그래서 총독은 지배의 ‘노골적 얼굴’이다. 지금 베네수엘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총독’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제국의 선택지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빌라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총독 고대 로마 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직접 통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속주마다 총독을 파견했다. 총독은 로마의 이익을 현지에
2026-01-16 06:43 박영서 논설위원
새해가 시작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전쟁이 2022년 2월 시작됐으니 4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전쟁이 길어지는 이유는 전선 교착 문제도 있지만, 전쟁 당사국과 개입국들이 각기 다른 목표와 시간표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0일(현지시간) 전쟁 종전을 중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항목의 종전안 초안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 초안은 우크라이나군 축소와 영토 양보를 요구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줄곧 요구해온 실질적 안보 보장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다. 침공을 당한 국가보다
2026-01-02 07:25 박영서 논설위원
일본에서 ‘올해의 한자’로 뜻밖에도 ‘熊’(웅)이 선정됐다. 산속에 머물러야 할 곰이 마을로 내려와 일본 사회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관계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밀어낸 대가를 결국 인간이 치르는 것이다. ◆올해의 한자는 ‘熊’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는 지난 12일 교토(京都)에 있는 사찰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서 올해의 한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의 한자로 선정된 ‘熊’은 엽서나 인터넷을 통해 접수한 18만9122표 가운데 가장 많은 2만3346표를 받았다
2025-12-19 07:28 박영서 논설위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이 촉발한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오키나와(沖繩)로 향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미·일 동맹의 핵심 거점으로, 대만 사태가 발생하면 미·일 연합 전력의 출발점이 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이 최근 이 지역을 흔드는 것은 일본의 대만 개입 의지를 사전에 꺾고 미·일 동맹의 응집력을 흔들려는 전략적 계산과 맞닿아 있다. 긴장이 높아지는 대만해협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둘러싼 경쟁이 오키나와를 무대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중·일 군사긴장 고조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2025-12-12 06:11 박영서 논설위원
일본 스모(相撲)는 ‘국기’(國技)이자 일본 문화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스포츠다. 지름 4.55m에 불과한 원형 모래판(도효·土俵)에서 펼쳐지는 짧은 승부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의식(儀式)에 가깝다. 그래서 외국인 역사(力士)의 등장은 “성역을 흔든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스모는 외국인 없이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그 변화는 전통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을 더 단단하게 만든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신화 속 의례에서 국민 스포츠로 스모의 기원은 일본 신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2025-11-28 09:45 박영서 논설위원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후보가 미국 뉴욕시장으로 선출됐다. 뉴욕시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 자본주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이슬람 신앙을 가진 지도자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이 한 단계 성숙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다. 종교적 편견과 인종적 차별을 넘어선 많은 무슬림 인사들의 도전과 헌신이 있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무슬림은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다. 처음 링에 올랐을 때 그의 이름은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였다. 그
2025-11-14 09:28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