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 [박영서 칼럼] 이란은 무엇으로 전쟁을 버텨내는가

    이란은 무엇으로 전쟁을 버텨내는가

    미국-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양국은 합의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중동 전체가 화약고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도 누그러지고 있다. 이렇게 전쟁이 끝을 향해 가는 기류 속에서 세계는 이란이라는 나라의 '버티는 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한 가지 질문이 따라붙는다. "왜 이란은 저토록 오래 버텨내는가?"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 제재,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군사력이나 전략만으

  • [박영서 칼럼] 신(神)이 되고싶은 남자, 도널드 트럼프

    신(神)이 되고싶은 남자, 도널드 트럼프

    지난해 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 탄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 수 없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교황 레오 14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정책을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고, 베네수엘라 작전 직후엔 '힘에 기반한 외교'를 문제 삼으면서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이는 이란 전쟁 국면에서 다시 표면화됐다. 갈등의 강도는 더 커졌다. 교황은 평화와 대화, 협력을 강조하면서 전쟁에 맞서 계속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을 정당화하며 내

  • [박영서 칼럼] 트럼프, 동맹을 전장으로 부르다

    트럼프, 동맹을 전장으로 부르다

    13세기 몽골 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정복 국가였다. 몽골군의 기세는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나라를 굴복시켰다. 그러나 몽골의 전쟁은 단순히 몽골인들만의 것은 아니었다. 몽골은 정복했거나 복속한 나라들의 병력을 몽골군에 편입시켜 다음 전쟁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제국을 확장했다. 동원된 병사들은 위험한 전방 임무에 투입되었다. 성벽을 오르는 최전방 돌격대가 되거나 공성무기 운용 등의 임무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몽골 기병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 전력’이었던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나라다. 몽골은

  • [박영서 칼럼] 통제 없는 핵, 세계는 종말로 향하는가

    통제 없는 핵, 세계는 종말로 향하는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핵 억제 질서의 마지막 안전핀이 풀렸다. 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종료된 것이다. 세계는 다시 '제한 없는 핵 경쟁'의 문 앞에 서게 됐다. 어렵게 유지돼 온 상호 통제의 틀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불신과 핵 경쟁이 대신하는 분위기다. 1945년 8월 6일 미군 B-29 폭격기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원폭의 엄청난 파괴력은 핵 경쟁에 불을 당겼다. 4년 후인 1949년 8월 소련도 핵을 만들어냈다. 예상보다 빨랐던 소련의 핵 개발에

  • [박영서 칼럼] 트럼프가 흔든 지난 1년, 더 거칠어질 올해

    트럼프가 흔든 지난 1년, 더 거칠어질 올해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이 지구촌을 뒤흔든 한 해였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그는 세계를 상대로 실험을 시작했다. ‘미국 우선’을 넘어 ‘미국만 우선’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세계관은 자유무역·다자주의·동맹이라는 전후 국제질서의 기본 문법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취임 직후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했고, 불법 이민자들의 대규모 추방에 착수하는 등 전임 행정부와의 단절에 나섰다. 이는 국제 협력보다 국내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식 국정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각 나라들을 당혹과 충격에

  • [박영서 칼럼] ‘美 패권주의’ 시험대, 베네수엘라

    ‘美 패권주의’ 시험대, 베네수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향해 ‘전면적 압박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카리브해에 군함과 항공모함 타격단을 보냈고, 베네수엘라에서 가까운 푸에르토리코에는 F-35 전투기를 파견했다. 현재 해병대를 포함한 1만5000 병력이 카라브 주변 해역에 모여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마약 선박을 격침하면서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공세의 바탕에는 트럼프의 야심이 깔려 있다. 그는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잘못된 세계화와 무기력한 외교로 스스로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형편없는 세계화 전략이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방위산

  • [박영서 칼럼] 트럼프와 신라 금관

    트럼프와 신라 금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신라 금관’을 선물받았다. 외교적 기념품이지만, 묘한 상징성을 품고 있다. ‘왕이 되고 싶어하는’ 대통령에게 ‘왕관’을 건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무궁화대훈장을 수훈한 뒤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로 받았다. 이는 지난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금관의 복제품이다. 국보 188호 천마총 금관은 신라 22대 지증왕의 금관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을 선물받으면서 “정말 아름답다, 특별하다”며 기쁨을 숨기

  • [박영서 칼럼] ‘21세기 지킬과 하이드’ 트럼프를 읽는 법

    ‘21세기 지킬과 하이드’ 트럼프를 읽는 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공개 석상에선 거칠고 적나라하고 황당한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나 막후에선 미소와 유머, 그리고 인간적인 온화함으로 상대를 끌어당긴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시간 가까이 유엔과 동맹국들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유엔은 쓸모없다”고 거세게 질타했고, 유럽을 향해서는 “당신들의 나라는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연설을 마친 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뉴욕타

  • [박영서 칼럼] 트럼프의 ‘글로벌 부동산 사냥’

    트럼프의 ‘글로벌 부동산 사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돌발 발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안보 거점조차 부동산 자산처럼 거래 대상으로 다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는 우리가 가진 큰 군사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한국으로부터 넘겨받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 요새를 짓는데 막대한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대가 아니라 땅의 소유권을 얻을 수

  • [박영서 칼럼] 콜마 그룹, 누구의 것이어야 하나

    콜마 그룹, 누구의 것이어야 하나

    경영권 분쟁은 기업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불씨다. 내부 균열은 리더십 공백으로 이어지고, 방향성을 잃은 조직은 결국 신뢰와 가치를 함께 잃는다. 최근 콜마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은 이런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가족 간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기업 가치 훼손을 불러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콜마그룹은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이란 ‘삼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한국형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대표 기업이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한국 ODM 산업의 기반을 닦은 1세대 경영인이자, ‘품질은 곧 생명’이라는 철학으

  • [박영서 칼럼] 트럼프의 이란 공습, 남은 건 ‘핵의 유혹’

    트럼프의 이란 공습, 남은 건 ‘핵의 유혹’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이 순식간에 폭음과 화염으로 뒤덮였다.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작전명은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였다. 이스라엘은 이란 상공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테헤란 뿐만 아니라 나탄즈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생산기지, 군 고위직·핵 과학자 거주지 등 이란 각지의 목표물 100여곳에 무차별 선제 공격을 퍼부었다. 한밤 중 허를 찔린 이란은 ‘혹독한 반격’을 천명하며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이스라엘로 날렸다. 서로 1000㎞ 이상 떨어진 두 나라는 타격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 [박영서 칼럼] 줄라이 패키지, 밀릴 것인가 이끌 것인가

    줄라이 패키지, 밀릴 것인가 이끌 것인가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발 통상 압박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고, 그 여파로 한국 수출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수치만 보면 소폭의 감소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안정성과 직결되어 있는 대미 수출이 무려 14.6%나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운 해법이 바로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다. 한미 간 2+2 통상·산업 협의체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포괄적 협상 방안이다. 7월을 타결 시점으로 잡고 있어 `줄라이 패키지`로 불린다. 협의 대상은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가 될 전망이다.핵심은 이 패키지가 실질적인 관세 방어막이 될 수 있을지 여부다. 협상이 선언적 수사에 머물거나, 미국 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귀결된다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더러운 15개국` 중 하나로 지목하며 일괄 타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만약 줄라이 패키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다.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