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이 순식간에 폭음과 화염으로 뒤덮였다.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작전명은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였다. 이스라엘은 이란 상공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테헤란 뿐만 아니라 나탄즈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생산기지, 군 고위직·핵 과학자 거주지 등 이란 각지의 목표물 100여곳에 무차별 선제 공격을 퍼부었다. 한밤 중 허를 찔린 이란은 ‘혹독한 반격’을 천명하며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이스라엘로 날렸다. 서로 1000㎞ 이상 떨어진 두 나라는 타격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2025-07-01 18:23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발 통상 압박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고, 그 여파로 한국 수출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수치만 보면 소폭의 감소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안정성과 직결되어 있는 대미 수출이 무려 14.6%나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운 해법이 바로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다. 한미 간 2+2 통상·산업 협의체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포괄적 협상 방안이다. 7월을 타결 시점으로 잡고 있어 `줄라이 패키지`로 불린다. 협의 대상은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가 될 전망이다.핵심은 이 패키지가 실질적인 관세 방어막이 될 수 있을지 여부다. 협상이 선언적 수사에 머물거나, 미국 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귀결된다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더러운 15개국` 중 하나로 지목하며 일괄 타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만약 줄라이 패키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다.굴
2025-05-27 18:03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단호하게 외쳤다. "우리는 수십 년간 중국에 속아 왔다. 더 이상 미국은 바보처럼 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고율의 보복관세를 중국에 때렸다. 그것도 한 두 품목이 아닌, 사실상 모든 대중 교역 물품에 `관세 폭격`을 퍼부었다. 엔비디아의 H20 칩 중국 수출까지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수조 원의 타격을 입게 됐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사람들이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맷집을 키워놓은 터다. 이미 대외무역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을 다변화해 대미 의존도를 많이 줄여놓았다. 이번에 트럼프가 선공하자 미국산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제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미 국채 매각도 강력한 보복 수단이다. 이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중국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먼저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화하고자 하면 문을 열어놓겠지만 싸우겠다면 끝까지 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양
2025-04-20 17:45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1938년 9월 말, 유럽의 운명을 결정짓는 극적인 무대가 뮌헨에서 펼쳐졌다. 당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지역을 요구했다. 독일계 거주자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거부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체코의 동맹국인 프랑스가 발끈하면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을 원치 않았던 유럽 강대국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 프랑스의 에두아르 달라디에 총리, 독일의 히틀러 총통,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총리 등 4개국 정상들은 9월 30일 뮌헨에 모였다. 이들은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해 `세계 평화를 위해 체코가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뮌헨 협정을 체결했다. 당사국인 체코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참석도 하지 못했다. 유럽은 평화를 지켜냈다는 착각에 빠졌다. 대독 유화정책의 핵심 인물이었던 체임벌린 총리는 협정을 체결한 후 런던으로 돌아와 다우닝가 10번가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체임벌린은 `평화`를 선언했지
2025-03-16 18:21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상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였다. 지난 4일(현지시간) 두 사람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접 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그 지역을 `소유`해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지중해의 유명한 휴양지 리비에라처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자 땅을 `대규모 부동산 부지`로 생각하는 듯 하다. 네타냐후 총리에겐 `깜짝 선물`이었다. 당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와의 휴전 연장, 사우디와의 수교 등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백악관을 찾았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아버린다는 계획을 알린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혁명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칭송했다. `트럼프 식`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도 신호탄을 쏴올렸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약 40분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종전 협상
2025-02-16 18:13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우리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고 있는데 미국이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 "캐나다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고 싶다. 아름답고 적절한 이름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쏟아낸 팽창주의적 발언이다. 나아가 군사적 압박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당장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린란드는 북극권에 위치한 세계 최대 섬이다. 면적은 한반의 9.7배이고, 인구는 약 5만6000명이다. 덴마크 영토이지만 외교·군사 문제를 제외하고는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그린란드의 인류 역사는 약 4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키모로 불리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수렵과 어업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10세기에 이르러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바이킹들이 정착했다. 노르웨이계 `붉은머리 에릭`(에릭 더 레드·Erik the Red)은 이 곳으로 이주해 정착지를 세우며 섬의 이름을 `그린란드`라고 지었다. 더 많은 이주자를 모으기 위해 마치 살기 좋은 땅인
2025-01-14 18:43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기원전 202년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마지막 결전인 해하(垓下) 전투가 벌어졌다. 한신·영포·팽월의 군대가 해하 지역에 고립된 초나라 군대를 겹겹이 포위했다. 항우의 병력은 적었고 식량도 바닥난 상태였다.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밤이 깊어지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초나라 포로들을 일부러 노래하게 하여 항우의 병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이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밤에 한나라 군대가 포위한 사면(四面)에서 일제히 초나라 노래가 울렸다. 항우는 크게 놀라 말했다.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모두 차지한 것인가? 어찌 초나라 사람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漢皆已得楚乎 是何楚人之多也)"사면초가는 단순히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이 아니라, 민심과 신뢰를 잃은 지도자의 고립을 상징한다. 항우는 탁월한 군사적 재능과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잔혹한 통치 방식으로 민심을 잃었다. 반면 유방은 민심과 동맹을 얻기 위해 유연하고
2024-12-10 18:02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우크라이나군이 현지시간으로 20일 영국산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로 발사했다.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공격이었다. 영국 언론들은 스톰섀도가 쿠르스크 마리노 마을에 위치한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군사시설을 겨냥했으며, 공격 대상이 지휘본부나 통신 센터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에서 스톰섀도 파편이 발견됐으며, 미사일이 최소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스톰섀도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250km의 사거리를 갖췄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본토 공격을 금지했던 영국이 제한을 해제한 첫 사례다. 서방 관계자들은 영국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스톰섀도 사용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사거리 약 300km의 에이태큼스 전술 탄도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1000일을 맞은 지난 19일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 에이태큼스 6발을 발사했다. 미국은 에이태큼스에 이어, 대인 지뢰에 대한 사용 허가까지
2024-11-21 18:14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 대통령 선거는 긴 마라톤과 같다.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예비선거가 치러지고 전당대회가 열리고 TV 토론도 벌어지는 등 숨가쁜 일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유독 길게 느껴졌고 열기도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한 마디로 다사다난했던 대선이었다.4년 전 재선에 실패한 전직 대통령이 다시 대권에 도전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나섰다가 선거운동 도중 사퇴하고 부통령이 대타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대통령 후보를 겨냥한 두 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도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세계 최고 부자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도운 것 역시 `낯선` 장면이었다. 이렇게 장편의 할리우드 정치 영화가 펼쳐지면서 미 언론들은 한결같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초박빙 승부`를 예측했다. 개표가 끝나도 상당 기간 승자가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트럼프는 `7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며 압승했다. 트럼프는 개표를 지켜보다 7곳의 경합주에서 우세 소식이 들리자 곧
2024-11-12 18:33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1964년 박정희 정권은 베트남에 병력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그해 7월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이 통과되자 정부는 두달 후인 9월 1개 의무중대, 태권도 교관들을 베트남으로 보냈다. 1965년 3월에는 공병부대인 비둘기부대가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그해 10~11월에는 전투부대가 파병됐다. 맹호·청룡부대가 각각 캄란과 퀴논에 도착해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다음해 백마부대 등의 추가 파병이 이뤄졌다. 문제는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이 한국 본토에서의 대북 방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국회에서 파병안이 심의되었을 때 이 문제는 최대 쟁점이었다. 북한은 이 약한 고리를 치기로 했다. 백마부대 파병이 본격화됐던 1966년 10월부터 `무장공비`로 흔히 부르는 게릴라 부대를 남한에 침투시켰다. 남북 간 군사대결의 강도가 높아지는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투부대 추가 파병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추가 파병 협상이 진행됐으나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1968년 1월 21일 저녁 북한 124군 부대 소속 특수부대원 31명이 "박정희 모가지 따기 위해" 청와대 앞까지 왔다가 우리 군경과 교전한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전투
2024-10-22 17:56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우크라이나가 전장에 로봇을 투입했다. 네발로 움직이는 로봇 개 `배드 원`(BAD one)이다. 최대 5시간 동안 시속 10㎞ 속도로 일반 무인항공기가 접근하기 힘든 곳을 탐색할 수 있다. 고화질 영상 카메라가 탑재돼 러시아군을 감시한다. 열화상 센서를 사용해 지뢰 같은 폭발 장치도 탐지하고, 탄약이나 의약품을 운반하는 수송병 역할도 가능하다. 게다가 소총이나 화염방사기를 탑재하면 공격용 무기가 된다. 러시아군에 포획되면 운영자가 비상 스위치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 중국 로봇 전문기업이 만든 모델을 바탕으로 영국이 공급한 무기다.로봇 개는 동물 개처럼 먹이를 줄 필요도 없고, 늙어서 일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가성비가 좋아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장에 로봇개를 투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상군 전투 지원용 무인지상로봇 `퓨리`(Fury)도 최전선에 배치해 운용 중이다. 기관총이 장착된 작은 탱크 모양의 이 로봇은 보병과 정찰병에게 화력 지원을 해준다. 4개의 바퀴로 이동하는데 최대 주행거리는 20㎞이다. 한 번 충전하면 사흘간 자율주행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작
2024-09-09 18:01 박영서 기자
박영서 논설위원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20대 미국 여성이 사망한 사태의 충격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평온한 시점에 비무장 상태로 총을 맞았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관련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전날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 베이타 마을에서는 튀르키예 출신 미국 시민권자인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사진)가 머리에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친팔레스타인 단체인 국제연대운동의 자원봉사자로 서안에 온 에이기는 당시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을 맞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현지 주민 알리 모할리에 따르면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종종 그의 집 옥상을 점령하는 이스라엘군이 이날도 옥상에 올라갔으며, 이후 집안을 울리는 총성이 들렸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에이기를 죽였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이날 시위에 동참했던 이스라엘인 조나단 폴락은 수십명의 팔레스타
2024-09-08 09:44 박영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