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뿌리를 내린 두 명의 외지인 교수가 있다.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양민호 교수와 최민경 교수다. 전주와 서울 출신인 이 두 명의 외지인 교수들은 처음 부산에 내려와 살았을때 ‘마’, ‘쫌’, ‘단디’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계속 들으니 그 속의 정서와 리듬을 알게 됐다. 거칠게 느껴지던 언어가 정감 있는 언어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사투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마침내 부산 사투리를 소개하는 책을 냈다. 이들은 현재 TBN 부산교통방송에서 운영하는 목요일 인기 코너 ‘배아봅시데이’에 2년 넘게 고정 출연하며 외지인의 시
2025-07-09 18:33 박영서 논설위원
저자인 볼레벤이 사는 산림관리인 관사 뒤편엔 늙은 너도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는 1991년부터 거의 매일 나무의 안부를 살피러 그곳에 간다. 나무는 나이가 200살 넘었고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지만, 그의 삶은 절대 따분하지 않았다. 저자는 나무와 우정을 맺었고 온갖 위기를 무사히 넘겼으며, 정교한 소식통을 통해 저 먼 숲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전해 들었다. 저자는 너도밤나무에게 목소리를 빌려주어 씨앗이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되기까지 늙은 너도밤나무의 일생을 들려준다. 이야기에는 놀라운 일이 가득하다. 나무도
2025-07-08 18:22 강현철 논설실장
인류 역사에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은 오랫동안 지배적 틀로 작용해 왔다. 이 체계는 남성과 여성을 위계적으로 나누고, 여성의 성과 몸을 마치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 왔다. 그 결과,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여성성을 탐색할 수 있는 존재임에도, 사회가 만든 두려움과 금기에 갇혀 그것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남성 중심적 상징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성 주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프랑스의 페미니즘 이론가 엘렌 식수(1937~)는 그 답을 ‘여성적 글쓰기’에서 찾는다. 그가 말하는 여성적
2025-07-07 17:43 박영서 논설위원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친위쿠데타로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 탄식을 자아낸 12·3 비상계엄은 국민의 연대와 국회의 빠른 대응 조치를 통해 두 시간 반 만에 막을 내렸다. 비록 짧은 계엄 상황이었지만 국민을 혼돈에 빠트리고 경제·안보·외교 등 전방위로 국가적 타격을 유발했다. 외신들은 경제 및 군사 안보의 중추적 글로벌 파트너이자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의 위상이 널리 알려진 이 시점에 계엄령이 선포된 충격적인 사
2025-07-06 18:10 강현철 논설실장
우리나라 평생학습 분야 최초의 전문사전이다. 평생학습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막상 ‘평생학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선 입이 막힌다. 그런 막연함을 풀어줄 길잡이가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한국평생교육학회(회장 양병찬)가 총괄 기획했고, 분야별 최고 전문가 77명에게 집필을 의뢰해 3년에 걸쳐 완성했다. 사전은 평생학습 이론의 핵심 개념부터 실천 현장의 주요 주제까지, 학문과 현장을 아우르는 총 102개의 표제어를 수록했다. 이를 통해 평생학습의 지형을 지도처럼 펼쳐 보인다. 사전 구성은 체계적이다. △관점과 이론 △성인학습자
2025-07-02 18:17 박영서 논설위원
우리는 수많은 생각과 가치 판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때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신념이다. 신념은 우리가 틀린 것과 옳은 것을, 악과 선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준이 되어준다. 그것이 종교적 사안이든 정치적 사안이든 아주 작고 사소한 의사결정이든 말이다. 그런데 이 신념이 독단주의, 민족주의, 극단주의로 치달을 때 문제가 시작된다. “왜 어떤 사람은 보수이고, 어떤 사람은 진보일까?” 이 질문은 그간 과학의 렌즈로 인간의 정치적 태도와 의사결정을 밝혀내기 위한 주요한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정치-신경과학’의 선구자인 저
2025-07-01 18:24 강현철 논설실장
이재명 정부는 100조원을 투입해 대한민국을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기술만 앞서는 사회는 위태롭다. 기술의 중심화는 새로운 사회적 불균형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AI가 대한민국의 진짜 미래가 되려면, AI 기술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작동돼야 하고, 그 수혜와 위험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리와 책임, 공공성과 민주성을 기준으로 기술사회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책은 이 점에서 중요한 문제 제기를 한다. 이미 AI는 대기업과 고소득층, 특정 국가에 집중되고
2025-06-30 18:37 박영서 논설위원
‘돈을 더 찍어 내면 안 될까?’, ‘현금 없는 사회는 정말 올까?’ 당연하다고 믿어 온 경제 상식을 새로운 시선으로 되짚어 보는 책이다. 돈과 시장의 시작부터 자본주의, 인플레이션, 불평등, 국제 무역,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회피까지, 어렵게 느껴졌던 경제와 그 이면을 흥미로운 역사 속 사례와 함께 신선하게 풀어낸다. ‘경제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경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들을 곁들여 돈과 경제 시스템에 관해 새로운 시선으로 설명한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경제의 시작
2025-06-29 19:06 강현철 논설위원
수면의 뇌과학 크리스 윈터 지음 / 이한음 옮김 / 현대지성 펴냄 많은 현대인들이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다. 이유는 `수면의 질`에 있다. 수면 장애는 3명 중 1명이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한 질병이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무려 124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만성 피로와 불면증이 일상화된 시대, 책은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면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저자는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의학 전문가다. 메이저리그 야구팀과 NBA리그 농구팀의 수면 자문도 맡아왔다. 저자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왜 우리는 잠을 자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잠들지 못하거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문제까지 단계별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수면과 각성 시스템은 별도로 작동하기 때문에 `잠잘 타이밍을 놓치면 밤을 새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한다. 꿈을 꾸면 잠을 설친다는 통념도 잘못이다. 꿈 수면은 통증을 완화하고 몸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고정관념 역시 비과학적이다. 사람은 일정한
2025-06-25 17:27 박영서 기자
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고구레 다이치 지음 / 명다인 옮김 / 갈매나무 펴냄 "내 말이 모호한 건가? 왜 이해를 못 하지?" 업무를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봤을 것이다. 분명 제대로 설명한 것 같은데 엉뚱한 일을 해오면 "내 설명이 부족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조직이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 저자는 젊은 시절에는 성과가 부진한 팀원을 보면서 막막함을 느꼈다. 리더로서 무능함을 느끼고 리더십 관련 책과 세미나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은 `모호한 업무 지시`, 즉 `리더의 말`이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던 시대"에서 "무수한 정답이 존재하는 시대"로 변했다고 말한다. 숱한 정답 속에서 서로의 정답이 부딪히면서 문제가 생긴다.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매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대에게 무엇을 지시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일을 `위임`하는 리더가 요구되는 이유다.책은 리더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팀원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행
2025-06-24 17:46 강현철 기자
AI와 맥주우지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스웨덴의 오미펠 양조장은 `소셜 브루잉`(Social brewing)이라는 공동 창작 모델을 도입했다. 지역 소비자들이 제출한 맛 선호도와 로컬 재료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입력하면, 브루마스터가 이를 토대로 레시피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해당 양조장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2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일본 아사히맥주도 AI 기술을 양조 현장에 도입했다. AI를 통해 발효 중 발생하는 휘발성 화합물(VOC)을 실시간 감지하고 향미 변화를 예측한다. 덕분에 맥주 맛의 일관성을 확보했고, 소비자 불만 사례를 크게 줄였다.맥주는 가장 오래된 음료 중 하나다. 이 전통의 술이 이제 AI를 만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비어 테크`(Beer Tech)라 불리는 AI와 맥주 산업의 융합이다. 책은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양조장들이 AI를 도입해 어떻게 맥주를 혁신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AI는 맥주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해 맞춤형 레시피를 제안하고, 품질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더욱 정밀한 생산 공정을 가능케 한다. 유통 경로를 최적화하고,
2025-06-23 18:29 박영서 기자
세상을 뒤바꿀 새로운양자혁명쥘리앙 보브로프 지음 / 조선혜 옮김북스힐 펴냄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프랑스 파리 사클레 대학 교수가 풀어쓴 양자 컴퓨터에 대한 책이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혁신적인 컴퓨팅 시스템으로, `중첩`과 `얽힘`에 기반한다. 책은 양자 컴퓨터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본다. 나아가 양자 컴퓨터가 암호 해독과 약물 개발, 인공지능(AI)에서 가져올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준다.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중첩`(superposition)은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는 공중에 던져서 회전하는 동전이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런 중첩 상태를 이용하면 양자 컴퓨터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또다른 원리는 `얽힘`(entanglement)으로, 두 입자가 얽혀 있으면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만으로 다른 입자의 상태를 즉시 알 수 있다. 이러한 얽힘 상태는 계산 속도를 엄청나게 높일 수 있다.양자 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특별한 정보 단위를 사
2025-06-22 17:24 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