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장인정신`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어디에 가면 누가 몇 대째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가게는 언제 적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문구를 흔하게 볼 수 있다.혹자는 이를 두고 과거 봉건 체제에서 일본 서민들이 주거이전 및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었던 데다, 우리나라처럼 외국에 지배당하는 등의 사회적 신분체계가 송두리째 헝크러질 큰 사건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의 전통극 공연장이 늘 가득 차고, 전통극 배우의 인기가 높은 것을 보면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지난주 넓은 의미의 내부자에 의한 PDP(Plasma Display Panel) 제조회사와 휴대폰 제조회사의 첨단 기술유출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이런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물리적 보안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핵심기술 개발자에 대한 처우개선 등을 통해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차원의 강력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강성 처방도 제시되고 있다.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냉정하게 본다면, 사실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
인류가 이룩한 세계 4대 발명품은 제지술, 인쇄술, 화약, 나침반이다. 이중 제지술과 인쇄술 발명으로 인류는 방대한 정보저장체계를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인쇄기로 종이 위에 문자를 복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늘날 인터넷의 발전에 비견될 만큼 인류문화의 놀라운 성취였다. 중국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기전까지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사용한 나일강변에 야생하는 파피루스(papyrus)가 가장 종이와 가까웠다. 페이퍼(paper)란 말의 어원이 파피루스에 연유한다.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이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종이소비는 아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지난해말 기준으로 국가별 1인당 종이생산량을 보면 미국이 전세계의 33% 정도를 차지하고 유럽연합 35%, 아시아 17% 등이다. 그러나 소비량은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를 차지한다. 한국은 생산량 세계 8위, 소비 9위 등이고 국민 1인당 종이소비량은 연간 154㎏으로 21위로 조사됐다. 나무로 환산하면 국민 한사람이 1년에 30년생 소나무 3그루를 종이로 소비한 셈이다.이처럼 여전히 국내 종이소비가 많은 것은 사람들이 컴퓨터 모니터로 정보
-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패한 것은 공군력에서 열세였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군은 전자레이더기술에서 미군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무리 공중전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레이더로 재빨리 포착해내는 미군을 도저히 당해낼 수는 없었다.놀랍게도 일본군의 이같은 치명적인 문제점은 그들 스스로에게 있었다. 일본군 최고사령부는 새로운 병기를 평가하고 어떻게 활용할 지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그 역할은 참모본부의 엘리트요원에게 맡겨졌고 그 결과 기술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오늘날 우리나라의 금융업은 어떤가. 오늘날 국내 금융권의 최고경영진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최고사령부와 같은 낡은 사고와 방법으로 `핵심기술에 관한 경영의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현재 금융기관의 CEO들은 IT를 단지 `업무의 기반`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IT전략에 관한 중요 의사결정을 정보시스템부서에 위임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일선영업ㆍ상품개발부문 참모와 정보시스템부문 참모간에도 엄청난 간격이 존재한다.금융기관의 영업과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정보시스템부문 담당자들을 혹평한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나
-
MIT대학의 토머스 말론과 로버트 로버처 등 두 교수는 지난 2000년 9월 "앞으로 10년안에 중세형 길드조직이 재탄생하여 인력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공동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10~15세기에 걸쳐 상인과 수공업자들 사이에 `상인길드`와 `동직길드(Zunft)`라는 일종의 동업자조직이 형성됐다. 상인들에 의해 결성된 `상인길드`와 수공업자들이 만든 `동직길드`가 대표적이다. 상인길드는 구성원간의 상호부조 목적이 강했지만 동직길드는 동업자들끼리 서로 상호경쟁을 하지말자는 일종의 담합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이들은 원료를 공동구입하고 선매를 금지시켰으며 사용하는 도구의 종류와 수를 규제하는 등 성원간의 평등을 물리적으로 유지해 `지역영업독점권`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자신들만의 배타적 이익에 집착한 길드는 산업혁명이후 기술이 진보하고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몰락하게 된다.말론과 로버처 두 교수는 "최근 기업의 인수합병 속도가 빨라져 대기업이 번성하고 있다고 잘못 판단할 수도 있으나 디지털경제의 진전으로 기업조직은 이미 중세형 장인들이 지배하는 산업혁명 이전의 모델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
-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트리에(Trier)란 이름을 가진 도시를 만나게 된다. 독일 라인주와 룩셈부르크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인구 10만여명의 아담한 이 도시는 바로 공산주의이론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마르크스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네덜란드 귀족 출신인 어머니를 둔 자유롭고 교양 있는 유태인 가정의 7남매중 셋째아들로 대학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었다. 무엇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마르크스로 하여금 당시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회의를 갖게 했을까.그 이유는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간의 빈부격차였다. 두 계층간 격차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계층간, 인종간, 민족간, 국가간 갈등의 원인이 돼왔다. 특히 마르크스가 살았던 때와 같이 산업변화가 급격히 진전돼 사회변혁의 물결이 거센 시기에는 이런 갈등이 크게 노출된다.최근 디지털정보화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디지털지식정보를 미처 가지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자 계층이 중산층에서 탈락돼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가 극단적으로 양분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이다. 디지털경제시대의 경제적 사회
-
우리는 산업사회시대의 기업을 `굴뚝기업`, 디지털 정보혁명을 근간으로 한 기업을 모험투자기업이라는 뜻에서 `벤처 기업`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속성상 모든 기업은 벤처 기업이다. 벤처펀드를 지원한다고 기업이 저절로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재무와 법률, 때로는 기술 확보를 위한 기회도 주선해줘야 한다.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는 신산업화 초기에는 신생기업이 시장을 통해 직접 투자재원을 조달하고 기업 운영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이런 점에서 은행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본래 은행은 신용 공여를 통해 산업을 육성하는 `사회적기능`을 수행해 왔다. 특히 세계 유수 은행은 2차 대전 이후 60~70년대 고도성장기에 은행의 `산업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에 충실했다.이 은행들은 앞으로 어떤 산업이 성장성에 있고 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금과 어떤 노하우가 필요한지 등 산업지식과 시장상황에 관한 방대한 정보와 조직을 축적해놓고 있다. 이는 은행의 최고경영자들이 은행의 `사회적기능`을 제대로 인식한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이 6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과
-
지난 수년 동안 금융권의 구조조정 여파로 수많은 금융인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최근에는 조흥은행 매각을 놓고 또다시 말들이 많다.2차대전 이후 세계 연극계의 최고걸작으로 꼽히는 아서 밀러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이 떠올려진다. 주인공인 윌리 로먼은 부지런히 일한다면 언젠가는 세일즈맨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져 갔다. 수입은 줄어들었고 설상가상으로 해고를 당한다. 아들들도 빗나갔다. 마침내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의 사망보험금은 주택부금 마지막회를 물기에 알맞은 액수였다.윌리 로먼이 세일즈맨을 택하게 된 것은 데이브 싱글맨이라는 성공한 세일즈맨 때문이었다. 그에게 싱글맨은 호텔방에서 전화 한대로 바이어들을 불러들여 손쉽게 물건을 팔아치우는 놀라운 인물로 비쳐졌다. 싱글맨이 세상을 떠날 때도 `화려한 세일즈 맨의 죽음`답게 수백명의 세일즈맨과 바이어들이 줄지어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윌리 로먼이 싱글맨으로부터 물려받아 사용했던 전화는, 예전엔 첨단의 세일즈 수단이었을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보통의 것이 돼버렸다. 또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
-
20세기 독일의 대표적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항상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besorgen), 타인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을 쓰고(fuersorgen), 자기 자신에 대하여도 항상 마음을 쓰면서(sorgen) 사는 존재` 라고 규정했다. 인간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살며 인간의 존재방식이 곧 `관심`(Sorge, care)이고 결국 `무관심도 관심`이라는 것이다.디지털경제의 진전으로 산업주도권이 공급자로부터 소비자로 이동하게 됨에 따라 기업경쟁력이 `비용과 품질`에서 `속도(speed)와 관심(care)`으로 바뀌고 있다. `관심`이 철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디지털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의 하나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공급자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도 소비자의 관심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해야 해 개별소비자의 관심을 배려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발달은 이러한 소품종 대량생산중심의 생산자 조직을 소비자의 관심, 즉 니즈(needs)에 맞게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전문화 분업화체제로 재편시키고 있다.특히 지금과 같은 웹(Web)경제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이 더욱 절대적이다. 웹을
-
미국 상무성은 1998년과 1999년에 발간한 `디지털경제보고서`에서 이미 미국사회에는 디지털정보혁명이 진전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상품과 경제활동이 출현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조직도 수평적ㆍ민주적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과 정부정책에 대해 시민참여가 늘고 소비자와 주주,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보고서는 이어 세계 각국은 21세기 국가전략의 초점을 디지털혁명에 맞추고 있고 그 결과 디지털화에 뒤진 기업이나 국가는 앞으로 선도군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디지털사회란 무엇인가. 산업경제시대의 물리적 네트워크와 디지털시대의 디지털네트워크는 어떻게 다르고 이 사회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또 디지털시대는 어떤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가.디지털시대의 네트워크는 아날로그적인 인적네트워크가 아니라 디지털형 컴퓨팅네트워크다. 또 과거 위계적인 호스트-클라이언트 수직형 컴퓨팅이 아니라 인터넷기반의 수평적 웹네트워킹이다. 양방향성 수평적 네트워크로의 이동은 경제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
예부터 동양에서는 돈이나 곡물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을 죄악시하지 않았다. 불교에서는 재산형성의 방법으로, 유교에서는 흉년 기근때 소시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편으로 여겼다. 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성경과 코란에 이자금지 사상을 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서양에서는 칼빈의 종교개혁 이전까지 단 1%의 이자징수도 죄악시했다. 초기 르네상스시대 기록을 보면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려는 은행가들과 상인들이 임종시에 이자받은 사실을 고해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띈다. 단테의 `신곡`에는 고리대금업자들이 제 7지옥에서 살인자들 옆에서 불의 비로 고문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이러한 사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화폐는 새끼를 낳지 못한다`는 `화폐불임설`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리대`란 화폐가 화폐를 낳는 것을 뜻하는데 이것을 식리(殖利)의 방법 가운데 가장 비자연적인 방법으로 보았다. 이슬람에서는 이자(Riba)를 금지하는 대신 자산을 생산활동에 적극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서구 최초의 자본주의 개척자로 평가받은 11세기 영국의 무역상 성 고드릭(St. Godric)은 거대한 부를 일궈낸 후 신과 이
-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체화하는 `프로슈머(Prosumer)`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디지털혁명은 `속도의 경제`를 탄생시켰다. 시장과 소비자 욕구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상품도 그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객니즈를 조사ㆍ분석해 상품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발매하는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품의 개발단계부터 소비자도 함께 참여시켜 적기에 소비자 욕구를 채워주고 필요하면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또다시 신속하게 채워줘야 한다.이같은 프로슈머형 상품의 성공사례는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다. 리눅스는 기업이 개발ㆍ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어 개발이 자유롭고 사용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유닉스와 동등한 기능을 갖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략상품인 윈도우 NT와도 경쟁관계에 있다.리눅스는 개발자인 핀란드 헬싱키대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유닉스와 동등한 기능을 가지면서 PC에도 기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고 싶다`는 정열과 집념에 의해 시작됐다. 이는 전세계 개발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
-
정보통신업체와 유통업체는 금융업체의 진정한 동맹군일까, 아니면 `트로이 목마`(Trojan horse)일까. 또 전통금융업은 진정 소멸할 것인가.영국 로보러(Loughborough)대학 데이비드 리웰린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은행업에 진출하고 있는 유통업체나 정보통신업체가 트로이 목마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내셔널웨스터민스터은행은 이미 이러한 위험을 자각하고 대형유통업체인 테스코사와 협력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최근 모바일결제서비스를 앞두고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업체와 금융권간 협력ㆍ업무영역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아쉽게도 양측은 마치 그리스와 트로이처럼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3000년전 트로이 전쟁에서 강대국 그리스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가진 트로이를 무력으로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군사들을 숨기고 철수하는 꾀를 낸다. 목마를 성안에 들여와 승리를 자축하던 트로이군이 술에 취해 잠이 들자 목마안에 숨었던 군사들이 성문을 열어 결국 그리스군에 의해 함락되고 만다.그러나 금융권과 이동통신업체가 그리스와 트로이 대결처럼 `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