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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테니스장 이용 시간표를 직접 짜고 보고서 오탈자까지 손수 챙길 정도로 꼼꼼했다. 그런 그의 ‘디테일’은 당시 미국이 오일쇼크, 살인적인 물가상승, 이란 인질 사태와 같은 커다란 국가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독이 됐다. 비상 시국에 언론에 폭로된 대통령의 ‘테니스장 일화’로 그는 잡무에 신경 쓰느라 ‘큰 그림’을 놓치는 무능한 리더로 낙인찍혔다. 대통령의 과도한 간섭이 부른 이 촌극은 결국 1980년 재선 실패로 이어졌다. 지도자의 ‘빗나간 디테일’이 제국을 멸(滅)한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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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2기 내각 발표 성명은 서슬 퍼랬다.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난에 신음하던 국민들은 서민 주거 안정을 향한 국가 통치자의 결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기에 충분했을 듯하다. 하지만 공개된 장관 후보자들의 이력에선 그 결기가 거대한 자가당착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올릴 예비 내각의 면면은 가히 부동산 실전 투자 일타 강사를 뺨칠 정도다. 위장전입을 통한 철거민 특별공급을 챙기고 부친과 아들에 걸쳐 3대가 투기 의혹을 받는 강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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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절반은 ‘내 집’이 없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최근 집계(2025년 11월 기준)를 보면 전체 2229만4419가구 중 48.4%인 961만320가구가 무주택이다. 서울로 시야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415만9502가구 중 절반이 넘는 52.0%(216만354가구)가 자가 없이 남의 집을 전전하는 실정이다. 자산 형성기에 있는 2030(20~39세) 청년 세대의 지표는 주거 취약성을 더 명확히 드러낸다. 전국 무주택 가구 중 37.6%인 361만2321가구가 청년 세대다. 서울은 무주택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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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신에 찼을 때가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다. 지난 1년 자신만만했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런 면에서 정확히 이 명제를 따랐다.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자만에서 설계된 부동산 정책은 시작부터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부동산을 ‘최대 국정 과제’로 선포했다. 6·27 대책으로 대출 한도부터 파격적으로 조였다. 9·7 대책에선 빠른 공급을 약속했다. 10·15 대책으로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올해 1·29 대책까지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나온 굵직한 규제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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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그럴듯한 말이 때로는 가장 위험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하며 내세운 ‘실무형 총리’라는 수식어도 그렇다. 화려한 이력의 닳고 닳은 정치인이나 낡아빠진 관료 대신, 현장을 아는 민간기업 IT 전문가를 앉혀 민생경제와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이끌겠다는 설명은 그래서 산뜻하지만 동시에 위태롭게 들린다. ‘실무형’이라는 포장에서 총리의 위상을 단순 정책 집행자로 격하하고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운전대를 직접 쥐겠다는 ‘원격 통치’의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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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권력의 독선이 간신(奸臣)의 화려한 수사와 만났을 때 어떤 재앙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12세기 초 북송 8대 황제 휘종은 사치와 예술에 탐닉해 국고를 탕진하면서 나라 근간을 흔들었다.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지만 당시 재상인 채경은 그의 학식과 명필을 앞세워 황제의 실정을 “태평성대의 증거”라며 화려한 ‘글발’로 황제의 잘못을 정당화했다. 간언(諫言) 대신 아첨의 붓을 든 채경은 결국 북송을 멸망의 나락으로 이끄는데 한몫했다. 900여 년 전 사례를 소환한 건, 금융 시스템의 기본과 시장 논리를 저버린 듯한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