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선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현대 사회에서 간첩, 테러, 마약, 사이버 범죄 등은 점점 더 조직적이고 지능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첨단범죄에 대한 수사에서 상당한 제약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폰 감청 수사가 불가능하다. 범죄 혐의자가 통신기기를 통해 공범과 연락, 범행계획 은닉, 증거 인멸을 자유롭게 하는 현실은 수사기관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상황의 핵심 배경에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구조적 결함, 특히 감청 협조의무 조항의 실효성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감청을 허용하는 법원의 영장이 있더라도, 통신사업자가 이를 실질적으로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현행법 제15조의2 제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의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강제할 실질적 제재 수단이나 감청에 관한 기술 표준이 부재하다.그에 따라 수사기관이 보충적 수사 방식인 감청을 포기하고 일반적 수사에 안주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마약 거래, 불법 모의, 해
2025-06-19 18:41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2025년 한국의 거시경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1%에서 1.5%로 낮췄다. OECD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긴 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하향 조정폭이나 성장률 수치, 모든 면에서 훨씬 더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은 다시 올랐고, 가계부채는 또 늘고 있다. 경제가 위축되면서도 불균형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과 불균형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바람직한 거시경제정책 조합은 무엇인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가, 아니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중요한가. 최근 일부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추경보다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고, 반대로 한국은행은 금리정책은 한계가 있으니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경제의 문제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더 심각한 것인지,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등의 문제에 대해 거시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블록버스터` 경제의 정책 기조와 현실 바
2025-04-16 15:28
유상선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한 작가가 사각기둥의 나무 막대를 그렸다. 왼쪽에서 보면 네 개로 보이고, 오른쪽에서 보면 세 개로 보인다. 그림의 중간쯤에 블라인드 처리하면 왼쪽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하늘이 무너져도 네 개라고 말하고, 반대로 오른쪽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죽어도 세 개라고 주장한다. 이런 다툼은 블라인드를 걷어내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필자는 이 그림의 구성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쟁, 혼돈을 잘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은 정치와 법률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국회의 의결이나 정부의 집행을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종종 봐왔다. 최근 국회 거야가 주도한 줄탄핵과 예산삭감이 그렇고, 그에 맞서 발령한 비상계엄 과정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신문방송이나 뉴미디어를 통해 각자 오른쪽이나 왼쪽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전체 맥락이 블라인드에 가려있어 생업에 바쁜 국민은 쉽게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블라인드가 걷히면 마침내 깨닫게 된다.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2025-02-20 16:02
이연희 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 미국 시카고대 발레리 니콜라예프 교수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을 이용한 재무제표 분석 인공지능`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률을 뛰어넘었다. 이는 AI 기술이 전문가 수준의 분석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한편으론 작년 4월 금융 도메인에 특화된 대규모 언어 모델인 블룸버그GPT(BloombergGPT)가 출시되어 금융 분야의 자연어 처리 작업을 수행하고 다양한 금융업무 자동화와 새로운 금융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이렇듯 최근의 화두가 생성형 AI에 집중되고 있으나, 중요한 국가적 파급력이 있는 정책 결정에 당장 활용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가트너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의 활용 영역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특히 미래 예측과 계획, 의사결정 지능, 자율시스템에 이르는 정책지능 개발 영역에서의 생성형 AI 기술 활용은 아직 실험적 단계라고 할 수 있다.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디지털트윈 기술과 AI의 결합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대상이나 시스템을 가상환경에서 정확히 재현한 것으로, 실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
2024-07-18 18:30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이 해양수산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2개 부처 25개 기관과 합동으로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이어졌던 남부지방의 긴 가뭄이 해소된 후 곧바로 이어진 여름철 집중호우, 3월과 9월의 이례적인 고온 현상, 겨울철 장기간 지속되는
2024-05-10 18:29 안경애 기자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22대 총선과 한국정치의 명암 유권자는 선거를 기다린다. 선거만큼 주권자이자 권력자로서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출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은 유권자에게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설렘을 준 선거였을까? 높은 투표율과 역대급 정권 심판이라는 결과를 놓고 보면, 유권자는 그 어느 총선보다 22대 총선을 기다리고, 참여하고, 심판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는 권력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엄중하게 심판받는다는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대통령과 여당이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고, 불통하는 태도를 바꾸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라고 경고장을 보냈다. 권력이 선거를 통하여 민심의 무서움을 느끼고 변화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내는 것은 한국정치의 밝음이다. 한편 22대 총선은 분노라는 감정에 기반한 심판 중심의 선거였다. 정권 심판론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였다. 정책과 인물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었고, 자질이 의심되는 후보들도 공천을 받고 당선되었다. 유권자는 상대방을 혐오하고 조롱하는 막말이 난무하는 상
2024-05-07 18:13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R&D혁신연구단장 R&D(연구개발) 패러독스는 `R&D 투자는 많은데, 경제적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90년대 스웨덴 패러독스와 유럽 패러독스 현상이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경부터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해 지난 10여년 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혁신 성과 부진을 비판하는 용어로 자리 잡아 왔다. 유럽 패러독스와 스웨덴 패러독스의 경우 관련한 이론적·실증적 연구들이 수반되어 왔으나 코리아 R&D 패러독스 현상은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거의 다뤄지지는 못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작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코리아 R&D 패러독스 현상의 실재 여부, 심화 및 개선 여부 등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 전체 R&D와 정부 R&D를 구분하여 그 성과의 투입 대비 효율성, 질적 수준,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결과들을 종합할 때 `코리아 R&D 패러독스`라 할 만한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효과 및 효율성 측면에서의 부진은 드러나지 않았다. 먼저 누적 투입 대비 효율성 관점에서 비교분석한 결과, 논문의 생산 측면에서는
2024-04-28 18:58
유재택 안양대 전 교학부총장·명예교수 요즘 기후위기 대응이 화두처럼 떠오르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도입 주장과 CF100(무탄소에너지 100%) 도입 주장이 있다. 양쪽 주장을 아우르고 현실적 방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RE100은 2년전 대선 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시작한 관계로 많이 진척되고 있으며, 제도도 완비돼 있다. 현재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그를 소요로 하는 산업체 간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거래하게 돼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해 그 전력량을 인증받고, 그를 필요로 하는 제품생산 산업체는 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를 제품 생산에 사용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제도다. CF100은 개발 중인 제도로서 2021년에 시작돼 지난해부터 우리 정부도 추진하는 정책이다. 아직 이의 인증서인 EAC(에너지인증서) 거래제도는 준비가 안 돼있는 실정이다. CF100은 무탄소 전력을 거래하게 하는 제도다. RE100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에 추가하여 원자력과 풍력 및 수소 에너지 등을 포함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알기 쉬우니 최근
2024-04-23 18:45
배상근 LX공간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올해는 1994년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30년이 된 해다. 아현동 사고와 이듬해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국내에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전격 도입했다. 지하에 매설된 각종 관로시설물의 정확한 정보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14년 서울 송파구 일대를 시작으로 대전, 광주, 경기 평택, 충북 단양 등 전국 각지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며 지하에 매설된 관로뿐 아니라 지하공간 전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6년 정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을 시작했다. 기존의 관로시설물뿐 아니라 6종의 지하구조물과 3종의 지반정보 등 15종의 지하정보를 3차원으로 표현한 지도이다. 2022년에는 송유관까지 포함되며 구축 대상은 16종으로 늘어났다.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하정보 전담기구로서 통합지도의 구축과 갱신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하공간통합지도는 지하철, 지하보도, 지하도상가 등 구조물형 지하시설물의 외곽 구조에 대한 데이터만을 구축하는 한계가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신속
2024-04-21 18:54
박환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갈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그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한 국가나 특정 연구기관이 단독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기에는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현장에 적용하고 확산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글로벌 사회가 최고의 자원을 활용해 함께 수행하는 과학기술 글로벌화는 개방형 혁신의 무대를 글로벌 사회로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과학기술 글로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겠지만, 특히 과학기술혁신 관련 정책의 글로벌화 및 글로벌 의제의 선도가 요구된다. 정책과 의제가 함께 글로벌화되어야 과학기술 글로벌화의 지속성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과학기술혁신 정책의 글로벌화는 과학기술 글로벌화 전략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된 제도, 규제 등 정책기반을 글로벌 수준에 맞게 정비하고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부와 연구기관 등 과학기술계는 성과 중심의 연
2024-04-18 18:57
백용순 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우리는 지금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반도체 패권이란 최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지배하려는 국가 간 경쟁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반도체 부족 현상은 그 중요성을 크게 인식시켰고,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견제와 핵심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 정책으로 반도체 생산 지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이에 필요한 GPU 품귀현상으로 이어지며 AI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 반도체는 1950년대 최초의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진 이후 18개월마다 집적도가 2배 향상되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실현하며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성능 및 효율 향상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를 극복하는 한 방편으로 화합물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란 두 개 이상의 원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반도체다. 단일 원소 기반의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우수한 물성을 제공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높은 전력
2024-04-16 18:33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중소기업의 이질성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최적의 지원수단을 찾아 집행하기 전에 지원 대상의 특성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올해 이례적으로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규모가 줄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의 예측가능성을 강화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념해야 할 3가지 사항을 제시해 본다.첫째, 중소기업 유형화를 통해 정책 목표와 지원 대상 간에 정합성을 강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소기업 및 기업가를 다양하게 유형화하여 분석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유형을 업력, 분야, 오너십(ownership)으로, 기업가는 연령, 성별, 인종 등으로 유형화한다. 그리고 정책목표 즉, 성장(growth)·혁신(innovation)·녹색화(greening) 등의 관점에서 이들의 지원 형태를 분석한다.지원 대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이유에 대해 OECD는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기여하며, 중소기업과 기업가의 특정 상황을 고려한 기업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우리나라도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
2024-04-15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