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년 12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은 오늘날 체코 지역인 아우스터리츠에서 전투를 치렀다. 아우스터리츠 전투다. 이 전투는 ‘세 황제의 전투’로 불린다. 프랑스 제1제국의 나폴레옹,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1세가 모두 참전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기만 전술을 펼쳤다. 일부러 전력을 약화된 것처럼 보이게 해 적을 유인했다.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은 대패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군사적 천재성을 만천하에 입증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패권국으로 급부상했다. 나폴레옹은 이 승리를 ‘영원히 기억될 기념물’로
2026-04-19 17:36 박영서 논설위원
21세기 인류는 원자를 쪼개고 우주의 기원을 탐색할 만큼 똑똑해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어떤 ‘절대적 가치’에 집착하는 원시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가치의 부재가 아니라 특정 가치를 의심 없이 신성시하는 태도, 즉 ‘우상화’다. 작금 서아시아(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난무 역시 핵개발, 에너지자원, 혹은 지정학적 헤게모니 다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양쪽 사회 깊숙한 곳에 각기 다른 가치가 절대화되며 충돌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은 종교적 정체성과 신정 질서를 국가의 정당성
2026-04-19 17:35 이규화 대기자
趙客縵胡纓(조객만호영·조나라 협객은 거친 갓끈을 매고) 吳鉤霜雪明 (오구상설명·오구검의 칼날은 서릿발처럼 빛나네) 銀鞍照白馬 (은안조백마·은 안장이 흰 말에 번쩍이며) 颯沓如流星 (삽답여류성·날래기가 마치 유성과 같구나) 十步殺一人 (십보살일인·열 걸음에 한 명을 베어 넘기며) 千里不留行 (천리불류행·천 리 길을 가도 멈추지 않네)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의 ‘협객행’(俠客行)이란 시다. 한때 협객을 꿈꿨던 그는 당나라 시대 무(武)를 숭상하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거나 의리를 위해 목숨을
2026-04-17 06:00 강현철 논설실장
마담 잔 파캥(Jeanne Paquin)은 1900년대초 파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살롱엔 새 옷과 모델들을 구경하기 위해 파리의 멋쟁이 여인들이 물려들었다. 앙리 제르벡스의 ‘파캥 살롱에서 다섯시간’(Cinq Heures Chez Paquin)은 20세기 초 파리 상류사회의 화려한 패션과 ‘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 문화를 담은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오트 쿠튀르는 최상급의 맞춤복 패션을 뜻한다. 파캥의 살롱은 단순히 옷을 사는 곳을 넘어, 부유한 여성들이 최신 유행을 공유하고 사
2026-04-15 17:47 강현철 논설실장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결과는 특히 충청권에서 충격적이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수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대전과 충남, 충북 광역단체장 모두를 야권에 넘겨줬다. 당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이전이었는데도 이명박 정부의 기업도시 추진에 반발하는 충청 민심은 거셌다. 기초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나라당 시장·군수 후보들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엷은 지선에서 특정 이슈가 이처럼 폭발력을 발휘한 경우는 드물었다. 제9회 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가 세종시의 핫이슈로
2026-04-14 17:26 송신용 세종본부장
주식회사란 각각의 개인들이 공동의 목적, 즉 영리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한 만큼 유한한 책임을 나누고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 형태다. 투자한 만큼 책임을 지는 대신 그 과실도 나눠가진다. 주식회사의 근간은 주주에 있다. 노동자도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이익을 배분할 때 주주가 우선이고 노동자는 그 다음이다.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가가 통제해 노동자에게 똑같이 나누는 사회주의식 기업과의 차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인 ‘반도체’ 산업에서 사회주의 기업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2026-04-14 16:50 박정일 산업부장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26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여의 합의로 확정됐다. 정부가 추경안을 낸 지 10일만이다. “대한민국이 중동 전쟁으로 전시 상황에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반복적인 주문이 있었다 해도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초스피드급이다. 합의문 발표 후 “국민의힘은 전쟁 핑계 추경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 민생에 필요한 부분이 있어 국익을 위해, 민생을 위해 합의해 처리하는 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차라리 그 말은 안 하는게 나을뻔 했다. 비겁한 변명처럼 들린다. ‘전
2026-04-12 18:37 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 국장
CXMT(창신메모리), SMI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추격’이 무섭다. 일각에선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년도 채 안남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지금 어느 수준일까. 지난 3월 25~27일 사흘간 상하이에서 열린 ‘SEMICON CHINA 2026’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급자족 의지와 기술적 성숙도를 한눈에 보여준 전시회였다. 1500개의 기업이 참가해 5000여 개 부스를 운영한 이번 전시회는 ‘Transform
2026-04-12 18:36 강현철 논설실장
이란 전쟁이 2주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서로가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전쟁의 역사는 강자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장면이 나온다. 힘의 격차가 분명하면 약자는 정면 충돌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싸움의 방식 자체를 바꾼다. 이것이 약자의 전략이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왔다. 이란 전쟁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결국 전쟁은 누가 더 강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냐의 문제다. ◆나폴레옹 무너뜨린 약자의 전략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수적 열세였던 그리스 연
2026-04-10 07:42 박영서 논설위원
1977년 2월 2일, 취임한 지 불과 보름 남짓 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에너지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컸다. 하지민 미국내 석유 생산은 줄어들고 있었고 수입은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절약할 수 있지만 낭비되는 에너지의 양은 우리가 외국에서 수입하는 전체 에너지 양보다 큽니다. 미국의 에너지 적자는 영구적 구조입니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에너지 위기를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의 소비 구조에서 찾은
2026-04-08 16:28 박영서 논설위원
2030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꼴로 참여하는 ‘에너지 소득’ 시대가 열릴까.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00만명이 참여하는 에너지 소득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이 계획을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내놓았다. 햇빛·바람은 물론 송전망 건설 때 주민이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계통소득을 늘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다. 청사진에는 2030년 신차 보급량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조기에 채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목표는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이다. 빛이 강하면 그
2026-04-07 17:34 송신용 세종본부장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지역은 단연코 대구일 것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심사숙고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간청을 받아들여 출마를 결심했다. 김 전 총리의 출마로 대구는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구가 사상 최초로 민주당 소속 시장을 선출하는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장을 역임하고, 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전 시장이 김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단순히 전직 시장의 돌발 행동이라 치부하기엔 그 파장이 크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이 ‘민주당’을 선
2026-04-07 13:52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최근 한 신문에서 본 사진 한 장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격납고에서 일본항공(JAL) 그룹 신입 사원들이 입사를 기념하며 단체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로이터 통신의 사진이었다. 사진엔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대졸자 취업률은 98.1%였다”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우리 청년들이 처한 혹독한 현실을 떠올렸다. 지난 2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7.7%로 5년 만에 최고였다.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그냥 쉰다’
2026-04-05 16:17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의 역사에는 수많은 책사(策士)가 등장한다. 권력자나 지도자의 곁에서 계책을 세우고 조언하며 정책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주군(主君)을 도와 자신의 기량과 포부를 펼치며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평천하’(平天下)의 꿈을 실현시키려 노력했다. 전국시대 위나라 문후의 오기, 월나라 구천의 범려, 오나라 합려의 오자서, 진시황의 이사, 촉나라 유비의 제갈량, 당태중 이세민의 위징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가운데 중국 제일의 책사를 꼽히는 이는 단연 항우와의 ‘초한 전쟁’(楚漢 戰爭) 끝에 천하를 평정한 한(漢) 고조 유방을 도운
2026-04-03 06:00 강현철 논설실장
포연이 걷히자 전쟁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미군의 정밀 타격은 메스로 도려내듯 날카로웠다. 전쟁 한 달 동안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주요 지도자 250여 명이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치밀한 계산의 결과였다. 전 세계는 인공지능(AI)이 설계하고 진행한 이란 전쟁에 놀랐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전쟁을 "AI가 주도한 첫 전쟁"이라고 입을 모은다. AI는 기존의 전쟁 문법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과거의 승패가 병력과 화력에 달려 있었다면, 이젠 데이터 처리 속도가 전장을 지배한다. 미군은 최근 이란 공습 작전에서 팔
2026-04-01 18:16 김광태 기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격언이 있다. 요즘 국민의힘 당사 주변을 감도는 공기는 딱 그 ‘설마’가 ‘공포’로 변하는 지점에 맞닿아 있다. 6·3 지방선거를 고작 70여일 앞둔 지금,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영남권마저 흔들린다는 흉흉한 전망이 당내를 휘젓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은 지금 시험대를 넘어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양새다. 민심은 냉정했다. 타이밍을 놓친 ‘절윤(絶尹)’ 선언은 결단이 아닌 미련으로 비쳤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불협화음은 뼈아프다. 오 시장이 두 차례나 후보 등록을 거부하며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2026-04-01 17:15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