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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과정 시절, 실험실 해외 기자재가 고장 날 때마다 수리에 애를 먹었다. 의욕이 넘쳤던 필자는 “우리가 직접 국산 장비를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교수님께 제안했고, “그럼 네가 만들어보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게 첫 창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확신만 있었을 뿐, 시장이 원하는 것은 몰랐다. 사업화 전략 없이 시작한 회사는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두 번째 창업도 비슷했다. 반도체 공정용 플라스마 기술은 있었지만, 사업 모델을 잘못 잡아 6년 넘게 정체기를 겪었다. 플라스마 발생 모듈을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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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792년 24명의 증권 딜러들이 월스트리트에서 협정을 맺고 서로간에 주식 거래를 시작하면서 설립되었다. 대공황 이전에는 증권 거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거의 없었다. 상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남대문 시장에서 각종 상품이 거래되듯, 딜러들에 의해 형성된 NYSE에서 주식이 거래되었다. NYSE에 대한 법적 규율은 그로부터 140여년이 지난 1934년 대공황 이후 증권거래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이렇게 민간의 이윤 동기에서 출발한 NYSE와는 달리, 한국의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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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는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를 통해 과학기술인재 확보와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인재 확보 측면에서 1980년대까지는 정부와 기업이 행복한 시기였다. 별다른 정책이나 사업 없이도 우수한 인재들은 제 발로 이공계에 진학했다. 우리 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고 우리나라가 최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었다. 이공계 인재를 위한 법을 만들고 계획을 세우고 해마다 태스크포스팀도 꾸려보지만 고교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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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한국관광공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전철에서 우연히 집어든 잡지 한 권이 내 인생의 항로를 바꾸었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이 무엇인지 다룬 글이었는데, 첫 번째가 바로 화장실이었다. 당시 한국의 공중화장실은 ‘푸세식’이 많았고, 악취와 위생 문제는 관광객들에게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관광객이 호텔에서 나온 뒤 하루 종일 화장실을 참고 여행해야 했다는 외국인 경험담은 한국 관광의 부끄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다음날 공사 논문시험 주제는 외국인 관광 불편과 해결 방안.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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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세청이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고가주택 취득 과정에서 드러난 편법 증여를 조사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다시 한 번 증여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예로부터 부모가 자녀의 주택 마련에 도움을 주는 일은 어느 정도 당연시되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지역에 어느 아파트에 사는 게 하나의 신분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는 편법을 통해 자녀에게 아파트를 주는 부의 대물림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방식이 부담부증여를 이용한 절세 시도다. 부담부증여란, 쉽게 말해 주택을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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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2024년 특허 등록이 100만건을 넘어 미국의 3배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 특허출원 비중의 약 50% 수준으로 2014년 34.6%서 크게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 특허 출원신청의 93.1%가 중국 거주자가 한 것이며 지난 10년간 북미와 유럽 등의 국제출원 비중은 감소했다고 한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질적 성장의 초기 단계라고도 하지만 향후 첨단산업 기술 선점과 특허 공세 등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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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3중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물가·금리·환율에서의 3중고는 인구 고령화 및 저출산과 함께 한국 내수경제가 침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3중고 중에서 고물가와 고금리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소비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가장 크게 경제에 어려움을 미치고 있는 것은 고환율이다. 러우 전쟁 발발 시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수준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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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과 12월, 롯데삼동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의 시간은 말 그대로 숨 가쁘게 흘러왔다.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셨던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철학을 나침반으로 삼아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리고 잠시 걸음을 늦추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난 시간 우리는 과연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솔직한 답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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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아노를 다른 위치로 밀기 위해서 유치원생 수십 명을 데리고 와봐야 서로 우왕좌왕하고 제대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덩치가 좋은 장정 몇 사람만 오면 쉽게 밀 수가 있다. 요즘 인공지능(AI)은 초거대 AI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 그리고 장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빅테크 회사에서 AI 개발자를 일반 사람들의 연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액으로 채용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 것이다.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그렇지 않은 수 십 명의 성과를 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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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 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커넥티드 TV 광고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상 광고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광고 시장에서 영상은 ‘인공지능(AI)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AI가 영상을 오직 단순 이미지 모음이나 자막의 텍스트 데이터로만 소화한다면 결코 이야기 전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영상의 본질은 프레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는 움직임과 소리, 즉 ‘감정의 연속성’에 있기 때문이다. 왜 기존 AI는 영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이는 대부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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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코어(TeX-Corps)가 정식 출범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연구성과 기반의 실험실 창업 탐색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공식 사업으로 편성해 이를 운영해 왔다. 연구실의 기술이 시장으로 스며들 가능성이 있는지를 아이코어(I-Corps) 방법론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검증하고, 안정적인 실험실 창업 단계로 연결될 수 있는 체계적 발판을 정부가 마련해 준 셈이다. 10년차를 맞은 텍스코어는 수많은 성공사례들을 만들어내며 실험실 창업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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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흐름 속에서, 세계는 지금 치열한 기술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가 어떠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가 안보와 동맹 관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국가적 기밀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간첩과 이를 방조하는 행위의 처벌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지난 12월 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간첩법’ 개정안은 R&D(연구개발) 현장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반도체, 전기전자, 디스플레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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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처벌은 강화됐는데, 왜 사고는 줄지 않는가. 기술은 고도화됐는데, 왜 국민의 불안은 커지는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사회 전반의 기반이 된 지금, 개인정보 보호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준법 문제나 사후 제재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발표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2026년도 업무보고는 단순한 연례 계획을 넘어 우리 개인정보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하나의 이정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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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역 혁신 정책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전국을 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성장 거점을 재편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새로운 공간 전략이다. 이는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고 2~3개 지방의 광역연합을 출범시키는 것은 교통·통신의 발달 상황을 고려해 보나, 규모의 시장경제적 측면에서 보나 매우 유효하고 기대되는 전략임에는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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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합작법인(JV) 프로젝트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투자 규모와 재무 부담에만 초점을 맞춘 단편적 시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해외 설비 증설이 아니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게 될 전략적 위상을 가늠하는 문제다. 기업 전략과 재무구조를 함께 놓고 보면, 이 프로젝트는 오히려 고려아연이 세계적 핵심광물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에 가깝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고려아연은 아연·연·구리 같은 기초금속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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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우리는 각 분야에서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을 만큼 빠른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고 있다. 기술·산업·사회 전반의 변화 주기는 ‘대응’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급격히 짧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선제적 예측과 과감한 실행 없이는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은 변화의 신호를 읽고, 우리만의 관점으로 해석해내는 강력한 도구로써 빛을 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는 AI 기본사회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보급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