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옥 한국오라클 부사장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업과 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우수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다.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고, 누가 통제하며, 어떤 법과 규제에 따라 운영되는지에 대한 고려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이 클라우드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이유다.디지털 주권은 데이터를 생성한 주체가 그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적 위치뿐 아니라 관리 주체와 접근 권한, 규제 충족 여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럽연합(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 미국의 클라우드법과 중국의 데이터 보안법 등과 같이 각국 정부는 데이터를 자국 내에서 관리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제 글로벌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처럼 복잡해진 규제 환경에서 기업은 클라우드를 단순한 기술 인프라로만 볼 수 없다. 데이터의 흐름과 거버넌스를 사전에 설계하지 않으면 기술적 혁신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기업이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데이터 주권을
2025-06-08 18:30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3일 대통령 선거는 어쩌면 요식행위였을 지도 모른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국민들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예상했다. 다만 과반수의 지지율을 얻을지 반신반의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투표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1728만 7513표(49.42%)를 획득해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되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재명 후보과 과반을 넘기지 못했고, 김문수 후보는 41.15%나 득표했다는 사실이다.이번 대선에선 명분과 준비 등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월 3일 계엄령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심판의 결과로 치러졌다. 말하자면 윤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이 짙었다. `내란 종식`이라는 민주당의 캐치프레이즈로 계엄령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4월 27일 대통령 후보자를 최종 선출했지만 국민의힘은 후보 교체 파동을 겪고서야 2주 늦게 후보자를 선출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역 구도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 다음날인 4일 신문에 보도된 득표결과 지도는 매우 상징적이
2025-06-08 18:26
김승열 법무법인 로하나 제이씨지 대표변호사 최근 일련의 사법 사태는 조금 당혹스럽다. 일부는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에 반발하기도 한다. 사법 독립성 침해 운운의 주장도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이 두 개념은 필연적 공존이지 결코 상반된 개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원래 사법권은 왕실 등에서 유래한 주권적권력이었다. 따라서 이 권력은 일반 시민들보다도 당연히 높은 위치에 있었으며, 이 권력의 행사자는 특권적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사회에서는 그 위치가 재조명돼야 한다. 판사와 기타 준사법기관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 제공자일 뿐이다. 사법 작용의 결과가 강제력을 띤다고 하여 달리 해석될 이유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사법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좀 심각해 보인다. 예를 들어, 소액 민사사건에서는 법률상 판결 이유의 설시(쉽게 설명함)를 생략할 수 있다. 이는 `원님 재판`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실로 놀라운 전근대적 발상이다. 물론 항소 절차 등에서 그 정당성이 검증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잘못의 지적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2025-06-05 19:11
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피 흘린 아내들의 슬픈 기록손병희 딸 "눈 뜨라"며 단지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배우자가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남성의 비율은 49%로, 여성(2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성별 간 인식 격차는 오랜 시간 축적된 성 역할 고정관념의 반영일 수 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당시 신문에는 남편의 병을 낫게 하겠다며 자신의 허벅지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이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른바 할고(割股; 허벅지의 살을 베어 냄)와 단지(斷指; 손가락을 자름)다. 이러한 행위는 `열녀`나 `효부`라는 미명 아래 미화되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성에만 희생을 기대하는 구조는 아직도 여전한 듯 하다."전남 곡성군 겸면 마전리 이기영(李基永)의 장남이 우연히 병을 얻어 백약이 무효함에 그 처 진(陳)씨는 당년 20세라. 그 남편의 병을 완치하고자 하여 작년 9월경에 할고하여 남편에게 먹이고, 10월경에 할장육(割掌肉; 손바닥을 자른 고기)과 단지하여 그 피를 남편에게 먹였으나 효과가 없이 11월 말경에 병이 더욱 심해서 목숨이 끊
2025-06-04 18:09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대선이 끝났다. 이제 새 정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우선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매년 수십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작년보다 37만명이 감소했다.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의 인구에 비해 두 배가 넘고, 노인 부양비는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성인역량 조사(PIAAC) 결과에 따르면, 성인 문해력과 수리능력은 모두 OECD 국가 평균 이하다. 생산성, 자본, 그리고 노동의 성장기여도도 모두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이후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중 수출 경쟁력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새 정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재택근무 공무원의 사무실 복귀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2025-06-03 23:20
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햄버거일 것이다. 맛있고 부드러우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이다. 그런데 모건 스퍼록이라는 영화 감독이 스스로 맥도날드 메뉴만을 한 달 동안 먹고 지내면서 `수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여 2004년 개봉했다. 결과는 단 한달만에 11.1kg의 체중 증가, 구토, 우울증, 간질환과 성기능 감퇴를 겪고 이 후 회복되는데 무려 1년이나 걸렸다. 이 영화는 미국 햄버거점에서 영양분석표를 공개하고 초대형 크기의 수퍼 사이즈 햄버거가 메뉴에서 삭제되는 변화를 가져왔다.2022년 발표된 연구 결과(7만2000명 대상)에 의하면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이 10% 정도 늘면 치매 위험이 25% 증가했다. 이탈리아 연구의 대상자 중에서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은 25%의 참가자가 가장 적게 먹은 25%와 비교했을 때 전체 사망률이 26%나 높았다. 작년 하버드 연구팀이 발표한 20만명 이상의 미국 의료진을 대상으로 30년간 관찰한 방대한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그룹의 심장병 발생 비율이 11%, 그 중에서도 협심증은 16% 증가했다.브라질의 예방
윤태승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전담관 최근 발생한 SK텔레콤의 악성코드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와 기업의 사이버보안 태세에 심각한 경고를 던진 사건이다. 이는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겼다. 통신 인프라를 겨냥한 이번 공격은 한순간에 수백만 명의 일상과 기업 활동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공간이 곧 전장이며, 정보통신 인프라가 전략자산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안 취약점을 대규모로 노출시키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악성코드와 피싱 기법은 이제 AI의 학습을 통해 더욱 정교해졌고, 사람의 판단을 교묘히 우회할 수 있다. 여기에 양자컴퓨팅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수십 년이 걸릴 연산을 단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어, 공개키 기반 암호시스템(PKI) 등 현존 보안 체계를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보안 패러다임
2025-06-01 18:08
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삶은 설득의 연속이다. 사랑도, 인간 관계도, 정치도, 선거도, 국가 관계도 모두 결국 `설득`이다. 내 생각과 마음을 호소하여 타인의 마음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인간 사회 속 모든 작용의 시작점인 것이다. 인간은 이 과정들을 오감을 통해 나타내고 받아들인다. 이는 한 인격체가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보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속에는 수많은 인격체들이 존재하며,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각각의 인격체들이 바라보는 동일한 세상을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작용들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사회와 역사가 만들어진다.국가는 과연 무엇일까? 현대 국가에서는 어느 국가, 혹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국적` 혹은 인격체를 형성할 환경적 요소들이 주어진다. 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부모로부터,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되었고 한국어를 학습했으며, 대한민국 사회의 사고방식과 사회 구성 요소들이 내 오감을 통해 흡수되어 내 정체성을 만들었다. 어느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지 그 환경을 기반으로 `나
2025-05-29 17:54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포퓰리즘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농어촌기본소득, 아동수당 확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을 비롯하여 김문수 후보의 각종 감세정책 등도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제시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난 경우가 많다. 국민들도 무리한 공약을 실천하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선 공약은 대통령 임기 내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같은 당의 차기 대선 후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선 공약은 신중해야 하며, 실천 가능해야 한다.특히 포퓰리즘 공약,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공약은 대한민국 전체를 나락에 빠뜨릴 수 있다. 한때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어떻게 되었는가? 그의 쿠데타 및 독재 정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는 경제적으로는 석유 등의 국가자원을 국유화하고, 이를 복지 확충에 투입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얻었
2025-05-29 08:02
김은아 도시 스토리 텔러 살고는 있지만 살고있지 않은 곳인간보다 지갑이 우선이 된 세상앉을 곳은 많지만 앉고싶지 않다시민들의 질문이 터전을 바꾼다 23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 산책로를 걸으니 공기가 다르다. 같은 공간인데 위 공기와 아래 공기가 확연히 차이난다. 매연과 소음, 각종 상점이 가득한 시가지. 같은 길인데 사람이 다니는 그 길은 걷고 싶지가 않다. 각종 새와 다람쥐들이 사는 이곳은 걸을만하고 걷고 싶은데, 왜 그런 것일까.답은 단순하다. 아래 거리는 `머무는 곳`이 아닌 `소비`를 기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벤치는 있지만 앉을 만하지도, 쉴 만하지도 않다. 특히 요즘처럼 더위가 일찍 찾아온 계절엔 더하다. 그늘로 들어가 잠시 쉴 수 있는 곳은 앞 상점에서 차려놓은 파라솔 아래나 실내 카페뿐이다.영국 사회학자 스티븐 마일즈 등 여러 연구자는 도시 공간이 소비를 전제로 설계되고, 시민이 점차 소비자로만 다뤄지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도시가 브랜드가 되고, 공공 공간이 마케팅 채널이 되면서, 도시 정책조차 `문화`라는 이름으로 소비 실적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모
2025-05-28 18:07
이수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VUCA`.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을 의미하면서 현재의 행정 환경 및 사회 문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이다. 많은 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을 갖는 현대 사회의 난제들이 기존의 행정에서 접근하던 방식으로는 성공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OECD도 `Global Trends in Government Innovation 2024` 보고서를 통해 국가의 복잡한 과제를 전통적인 행정의 틀 안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이러한 국면에서 인공지능(AI)은 사회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며, 강력한 변화의 물결로 주목받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AI가 불이나 전기보다 더 영향력이 심대하다"며 AI를 혁신적인 문제 해결 대안으로 주목한 바 있다. 이미 구글, 메타 등 민간 빅테크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AI 선도국들은 공공부문에서 AI를 활용한 정책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대항해
2025-05-27 17:52
하재근 문화평론가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조수미의 목소리를 두고 "신이 주신 최상의 선물이다. 이는 조수미 자신에게뿐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의 자산으로 인정받은 조수미가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프랑스 문화 예술 또는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이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코망되르(Commandeur), 오피시에(Officier), 슈발리에(Chevalier) 이렇게 총 3개의 등급이 있는데 이번에 조수미는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았다.이 훈장은 주로 프랑스인이 받지만 외국인이 받을 때도 있다. 한국인 중에선 발레리나 박세은(2023), 배우 전도연(2009),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2000) 등이 슈발리에를 받았고 화가 김창열(2017), 영화감독 봉준호(2016), 김지운(2018) 등이 오피시에를 받았다. 그리고 2002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원장이었던 김정옥과 2011년 지휘자 정명훈이 코망되르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조수미가 세 번째 코망되르 수훈자가 된 것이다. 공연 예술인으로선 한국인 두 번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