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을 호가하는 '억대 수입차' 판매량이 1년 만에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여파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차 비율이 낮아진 대신 억대 수입차를 소위 '내돈내산'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누적 1억원 이상 수입차 모델 판매량은 2만8084대로 작년 동기보다 18.5%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6%에서 25.5%로 높아졌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주요 브랜드가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법인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단행한 가운데,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슈퍼카 브랜드들은 법인차 판매 비중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다시 심화되는 양상이다.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2023년(5월 누적) 2만8782대를 기록하는 등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작년 1월부터 '공공·민간 법인이 신규·변경 등록하는 8000만원 이상 업무용 승용차' 제도가 시행되고, 대상 차종에 연두색 법인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하면서 지난해엔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올 들어 고가 모델 차종이 다양화된 데다, 주요 브랜드들이 전략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고가 수입차 모델의 판매량도 다시 뛴 것으로 풀이된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플래그십 세단을 중심으로 법인차 전용 추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판매량을 늘렸다. BMW 7시리즈의 올해 판매량은 2147대로 작년보다 38.9% 급증하며 벤츠 S클래스(1617대)를 크게 앞질렀다.
모든 차종의 가격대가 사실상 1억원을 넘는 포르쉐는 올해 4707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42.8% 급증해 고가차 시장을 이끌었다. 주력 모델인 카이엔, 파나메라의 인기가 공고한 가운데, 올 들어서는 성수·양재에 신규 서비스센터를 개소했다.
롤스로이스는 86대로 14.7%, 람보르기니는 158대로 1.9% 각각 늘었고, 이 밖에 페라리 158대, 벤틀리 92대 등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슈퍼카 브랜드도 여전히 약진했다.
법인차 판매 비중은 예전 90%를 훌쩍 넘던 것에서 올해는 벤틀리 67.4%, 롤스로이스 70.9%, 람보르기니 78.5% 등으로 크게 낮아져 '연두색 번호판'을 어느정도 의식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 오프로더 이오네스 그레나디어 등 1억원대의 신규 차종도 확대됐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그레나디어의 올해 판매량은 42대를 기록해 연착륙 기조를 이어갔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BMW 등 일부 브랜드들은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일부 차종에 한해 이달부터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가 차종 고객들은 할인 프로모션보다 브랜드 이미지, 서비스, 사후관리 등 부가적인 요소로 차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시행으로 작년 영업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올 들어서는 이런 이슈가 어느정도 해소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