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의 재산권 보호와 군사시설 설치와 관련된 보안 유지가 충돌하는 상황인데, 이같은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이 부재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소재 A아파트 단지 옥상에는 방공호 등 군사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달 말쯤 A아파트 내 공사 장비가 오가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일부 입주민들은 옥상에 올라가 해당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공호 신축공사 도면 역시 현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 입주자 모집공고 어디에도 군사시설 조성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옛날 군사정권도 아니고 적어도 설치될 수 있다는 정도는 얘기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조합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소통이 없어서 답답하다" 등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A아파트 입주민 약 25명은 강북구청 앞 인도를 점거하고 재개발 조합장과 강북구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내 집 위 군사시설 누가 허락했나', '대낮에 벌어진 옥상 무단 점령 공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사기 분양 강북구청", "군사시설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입주민 대표는 "이 상황을 묵인할 수 없다"며 "입주민 동의 없는 시설은 철거하고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A아파트는 재개발 추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의 심의를 통해 군사시설 설치가 결정됐던 곳이다. 하지만 재개발조합 측이 인허가 과정에서 수방사 측에 약속한 군사시설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준공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8월 준공 승인 만료 기한을 앞두고 군사시설 조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공진지가 A아파트 옥상에 들어선 것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단지 높이가 위탁고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공방어 협조 구역 내 위탁고도(77~257ｍ) 높이로 건축되는 건축물은 군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공방어 협조구역이란 원활한 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국방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을 뜻한다.
실제로 A아파트는 지난 2020년 건축 심의에서 수방사로부터 단지 설계상 높이가 군이 허용하는 건축 높이를 초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군은 심의 통과를 위해 재설계를 통해 건축물 높이를 낮추거나 군사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재개발조합 측은 군사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 심의를 통과시켰다.
A아파트 재개발조합장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군사시설은 보안 대상이라 구청이나 군에서도 분양공고에 포함하라는 지침이 없었다"면서 "입주민 민원 이후 수방사에 어느 범위까지 공개 가능한지 문의했으며 곧 가이드라인을 받아 공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모집공고에 내용을 적시한 곳도 있다지만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구청이 모집공고에 사실 기재를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방사 관계자는 "재개발 등으로 대공방어 작전에 제한이 발생하면 보완 시설 설치를 조건으로 (아파트 건설) 사업에 동의하고 있다"며 "국가 방위를 위한 작전 활동에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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