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추형욱 투톱체제 전환
재무구조 개선 위한 중대 결단
배터리 '캐즘'속 투자 지속 의지
재무구조 개선 위한 중대 결단
배터리 '캐즘'속 투자 지속 의지
SK그룹이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의 수장을 장용호·추형욱 투톱 체제로 전격 교체했다.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수장을 바꾼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의 늪에 빠진 배터리 사업을 살리겠다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추형욱 대표이사와 장용호 총괄사장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장용호 SK㈜ 대표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해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추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대표로 SK이노베이션과 E&S 사업 시너지를 가속화한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건강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수장 교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SK는 지난해 11월 알짜 계열사인 SK E&S와 SK이노베이션을 합병시키는 등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자회사인 배터리 제조사 SK온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SK그룹은 배터리를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전기차 캐즘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그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부진은 곧 자회사인 SK온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SK온의 1분기 시설투자 금액은 2조4300억원에서 1조5218억원으로 37.4% 줄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투자를 멈출 경우 SK는 물론 K-배터리 전체가 중국의 파상공세에 완전히 밀리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지난해 합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18.4%를 기록한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36.6%에서 37.9%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통인 장 총괄사장을 앉힌 것은 SK온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장 총괄사장은 2015년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으로 재직하면서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 인수를 주도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 총괄사장은 우선 SK이노베이션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상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 자금을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유치할 당시 약속했던 기업공개(IPO) 시한인 2026년이 어느덧 내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박 사장이 수행해온 업무를 이어받아 조속한 조직 안정화와 흔들림 없는 사업전략 실행을 위해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현직 이사를 대표이사와 총괄사장으로 새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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