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스트래티지(Strategy)는 전 세계 상장사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BTC)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설립자 마이클 세일러는 지난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스트래티지는 최근 기준 57만623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죠. '한국형 스트래티지'를 꿈꾸는 국내 상장사가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입니다.
비트맥스의 원래 사명은 맥스트였습니다. 2021년 확장현실(XR) 테크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죠. 당시 국내 공모주 사상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XR이 주목을 받았지만, 점차 팬데믹이 종식되며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죠. 실적은 고꾸라졌고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21년 8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380억원까지 줄었습니다.
이에 맥스트의 최대주주인 박재완 대표는 메타플랫폼투자조합과 경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 박 대표가 보유 중이던 지분 390만주 중 90만100주를 메타플랫폼투자조합이 3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또한 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586만2646주를 매입했죠.
최대주주가 메타플랫폼투자조합으로 바뀐 뒤 회사는 비트코인을 떠올리게 하는 '비트맥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가상화폐 투자업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토큰 발행 및 토큰증권(STO) 관련 사업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1분기에만 132억원을 들여 비트코인 88개, 이더리움 500개를 사들였습니다. 4월에도 44억원어치의 비트코인 37개를 양수했죠. 600개가 넘는 가상자산을 양도한 주체는 김병진 회장입니다.
김 회장은 비트맥스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사실상 회사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인물입니다. 비트맥스의 최대주주는 메타플렉스투자조합인데, 이 투자조합의 최대주주는 플레이크(50.0%)와 딥마인드플랫폼(50.0%)입니다. 플레이크의 지분을 100% 소유한 자가 김 회장이고요. 김 회장은 경남제약, 라이브플랙스, 클라우드에어 등 여러 기업 인수와 매각을 통해 차익을 거둔 인물이기도 합니다.
기업 정체성을 대대적으로 바꾼 만큼 비트맥스는 블록체인 가상자산에 사업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분기 보고서에도 "장기적으로 자산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국판 마이크로스트레티지'로 불리며 가상자산을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설정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기재해 놨습니다. 또 최근에 500억원 규모의 4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 중 400억원을 올해 가상자산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환사채 발행 직후인 지난 23일 44억원어치의 비트코인 29.22개를 김 회장에게 추가로 양수했고요.
다만 아직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가 완전히 열리지 않았고, 기존 회사에서 추구하고 있던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비트맥스의 매출액은 76억원인데 반해 영업손실은 34억원, 순손실은 43억원에 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판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사가 탄생하는 것은 관심을 끌만한 요소이나, 투자자의 입장에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주가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일반 법인의 거래가 완전히 허용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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