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길 수석대표, 정부 대표단 20~22일 2차 기술 협상 돌입
균형무역·비관세조치·경제안보 등 6개 분야 협의
"차기 대선 이후로 협상 시간 끌어야 유리"
철강·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소고기 등 농산물 비관세조치 관련 한미 양국의 실무 협의가 20일 미국에서 시작됐다. 22일까지 사흘 간 진행될 국장급 실무 협의에서 우리 정부는 25% 상호관세 감축과 함께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등 의제 중심으로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6·3 대선 전 열리는 마지막 대면 협의인만큼 차기 정부로 협상을 늦추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이 20~22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2차 기술 협상'을 시작한다.
정부 대표단에는 통상 대응 주무 부처인 산업부 외에도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정보통신부 등도 포함됐다.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은 이날 "이번 기술협의를 통해 한미 양측이 그동안 논의한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호혜적 협의안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차 기술협의는 지난 16일 한미 장관급 협의에서 합의한 6개 분야로 균형무역과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이 다뤄진다.
한미 실무진들은 6개 분야에 맞춰 25% 상호관세,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 관세 문제를 협의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 해소를 강조해 온만큼 한국에 에너지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약속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수출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각종 비관세 장벽 이슈도 꺼내 우리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고 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비관세 장벽으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과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문제,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을 언급해 왔다. 미국은 이들 비관세 장벽이 자국 상품과 서비스 수출에 걸림돌이 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미국 측이 요구해온 조선업 등 한미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를 지렛대 삼아 25% 상호관세와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 관세 면제 또는 최소화를 목표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 양국은 '2+2' 고위급 통상 협의 당시 미국이 상호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7월 8일까지 결과를 도출하는 '7월 패키지'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우리로서는 이번 협의가 대선 전 마지막 실무진 대면 협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6월 중순 각료급 중간 점검을 통해 그간의 협의 결과를 확정하고, 합의가 불가능한 의제는 다시 모아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7월 8일까지 예정된 시한을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불가피할 경우 조정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 등 여러 민감한 사안에 대한 협의는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 측으로서는 관세 협의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차기 정부가 최종 협상을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가 완전히 고립주의로 밀어붙이긴 어려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요구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 의제가 6개 분야로 구체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나 캐나다 등 주요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시간을 끄는 전략이 한국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