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새 국제질서 리더 노리는 푸틴](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502102269061001[1].jpg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새 국제질서 리더 노리는 푸틴")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협상에 나섰지만 푸틴 대통령의 야망은 종전을 넘어선다고 짚었다. CNN은 "푸틴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세계 질서를 보고 싶어하며, 러시아가 그 안에서 주연을 맡길 원한다"고 진단했다. 비록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발을 들여놓고는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냉전 시대 규모로 축소되길 원하는, 애초의 '큰 꿈'을 버릴 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금도 그 꿈을 접지 않았다. 나토의 확장을 되돌리고,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의도는 전쟁 개시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푸틴이 종전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은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지, 푸틴의 세계관이나 전략이 바뀐 것은 아닌 것이다.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새 국제질서 리더 노리는 푸틴](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502102269061001[2].jpg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새 국제질서 리더 노리는 푸틴")
푸틴이 트럼프의 '전면 휴전' 제안은 거절한 채,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에 한정된 30일짜리 제한적 휴전만을 수용한 것을 보면 그의 속내는 여실히 드러난다. 외형적으로는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는 한편, 실리적인 이익과 협상 주도권을 챙기겠다는 계산된 움직임이다.
영국 노팅엄대 모니카 화이트 교수는 CNN에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인 열망은 러시아를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시키는 것"이라면서 "유럽과 미국 사이에 균열을 만들고 서방의 다른 적대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모든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어한다"며 "유럽에서의 영토 정복이 아니더라도 중국이나 이란 등을 포함하는 더 강력한 세력권에서 주연급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의 크리스틴 베르지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러시아가 G8 복귀 정도로는 절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은 러시아가 세계 최대 자원국이자 대국임에도 단순한 참여자 취급을 받는 것에 만족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러시아를 세계 질서를 이끄는 '최고위 플레이어'로 복귀시키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푸틴에게 있어 종전 협상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겉으로는 평화의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러시아 중심의 세계 재편이라는 야심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직접 협상해 전쟁을 조기에 끝내 러시아를 중국에서 떼어내려고 한다. 이후 러시아와 손잡고 북한과 수교를 한 후 미·러·북 연대를 구축해 중국을 포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외교 전술은 되레 푸틴의 야망만 키우고,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한 종전협상 그 이상으로 신중한 접근과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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