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으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저장능력의 90%까지 쌓였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수요 절벽' 현상이 이어지면서 추가 생산라인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4일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를 회원으로 하는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시멘트 내수 실적은 445만톤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1~2월 기준) 내수 판매 중 가장 낮은 실적이다.
시멘트 업계는 올해 내수를 4000만톤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4000만톤 출하를 위해서는 1~2월 최소 500만t대의 출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나온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내수 4000만톤은 지난 1991년 4420만톤으로 처음으로 4000만톤 대에 진입한 이래 IMF 외환위기 시기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실적"이라며 "내수 4000만톤은 1991년 당시 생산능력(4361만톤)을 초과 달성한 수요지만, 현재는 약 6200만톤 생산 능력 대비 내수가 급감한 것이라 단순 수치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시멘트 재고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지만, 지난 2월말 재고(클링커+시멘트)는 약 340만톤으로 저장능력(379만톤·클링커+시멘트 합산) 대비 약 9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생산량 조절을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생산라인 6기 중 2기를 가동 중단했다. 다른 시멘트 업체 역시 저장시설 용량이 초과해 일부를 임시방편으로 야적하고 있지만 추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본격적인 성수기에도 전체 생산라인(35기) 중 8기를 가동 중단했고, 내달 중 추가로 2기를 더 멈출 계획"이라면서 "건설경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극심한 수요절벽이 야기하는 시멘트 업계의 경영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1·4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 고착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등 '뉴노멀'로 자리 잡은 상황에 국제 유연탄 가격 하락 등 원가 절감요인은 모두 희석됐다"며 "결국 건설경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극심한 수요절벽이 야기하는 시멘트 업계의 경영위기는 당분간 속수무책"이라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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