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아 도시 스토리텔러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100원짜리 맛집을 아시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002102269058001[1].jpg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100원짜리 맛집을 아시나요?")
지속가능한 복지의 새로운 모델
기부와 참여로 기존 인식을 전환
본질은 배급이 아닌 함께하는 것
얼마 전, 한 어르신이 맛집이라면서 아주 신나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점심을 주는데 밥값이 100원이라는 것이다. 음식을 포장도 해줘서 그 어르신은 나흘 동안 점심을 편하게 드실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은 100원이지만, 그 어르신 말씀이 당신께서는 4인분어치 점심으로 2000원을 낸다며 꼭 한번 가보라고 주변에 홍보를 하고 계셨다.
길을 지날 때마다 보았던 '100원의 행복'이라는 곳의 정체가 밥집이었던 것이다. 들어 가보니 따끈한 멸치육수에 갓 삶은 국수를 말아주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100원의 행복'은 단돈 100원으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봉사단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사회 급식 프로그램이다. 봉사자들은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식당으로 손님을 안내하기도 하고, 심지어 먹고 가라고 호객도 열심히 한다. 실제로 100원만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부는 아예 값을 지급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1000원, 2000원을 지급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만원을 내기도 한다.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100원짜리 맛집을 아시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002102269058001[2].jpg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100원짜리 맛집을 아시나요?")
기존의 공공복지는 종종 수혜 대상자를 엄격히 구분하고, 지원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때때로 심리적 부담과 수치심도 경험한다. 반면, 100원의 행복은 단순한 무료 급식소가 아니다. 이곳은 적은 금액이라도 직접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나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희석된다. 외관상 일반 식당과 다를 바 없어 누구든 부담 없이 발을 들일 수 있고,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은 사회적 낙인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작은 차이지만, 이 점이 이곳을 단순한 무료 급식소가 아닌, 사회적 공존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돈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용자의 심리적 위치가 중하다. 100원이라도 지급하는 순간, 이용자는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구매자' 내지는 '손님'이 된다. 음식값이 시중보다 현저히 낮더라도, 돈을 지급하는 행위는 '내가 선택한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능동적 참여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줄이고, 서비스 이용자를 '수혜자'가 아닌 '참여자'로 재정의한다. 복지 수혜자라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주체성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교환 관계를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적은 금액이라도 자기 부담이 있는 모델이 오히려 더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단순한 경제적 논리를 넘어선 사회적 심리에 기반한 현상이다. 이 작은 차이가 복지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는 흔히 복지를 '정부가 100% 설계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복지는 이용자와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경험'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을 돌볼 능력을 잃는 것도, 뺏기는 것도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정부가 모든 것을 촘촘히 설계하고 통제하기보다, 적절한 '여백'을 남겨 사용자가 도시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만들어가도록 기다리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100원의 행복'이 무료급식으로 시작했지만, 사용자의 곤궁하고 난처한 여건으로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게 100원이라는 값을 매긴 것이 오늘의 밥상이 된 것이다. 일반인과 무료급식 대상자를 구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을 사회 일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100원이든 1000원이든 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조금 더 많이 내는 사람은 작은 밥값으로 끼니도 해결하고 사회에 기부도 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경제적 취약 계층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밥을 먹는 작은 행위로도 사회적 소통이 될 수 있다.
'희망곳간'과 같은 제도적 접근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배급'의 일방향적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참여'의 쌍방향적 경험으로 재구성될 때 더 많은 이들이 심리적 저항 없이 복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100원의 행복'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종종 '평등'(Equality)이라는 개념에 집중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이다. 겉보기에는 정의롭고 차별이 없어 보이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분배적 평등이 아닌 '공평'(Equity), 즉 각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합리적인 지원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를 '급식소'라고 부른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먹는 점심도 '급식'이지만, 모든 학생이 이용하기 때문에 격리감이 없다. 또한 '배급'이라는 인식도 없다. 저소득층과 노인을 위한 공공 식사 공간도 '사회적 관계의 일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공동 식탁'이나 '마을 밥상' 같은 용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휘는 사고를 지배하고, 용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복지는 반드시 공짜여야 할까? '100원의 행복'은 우리가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복지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작은 100원짜리 밥 한 끼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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