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이 the삶 대표
![[기고] 인구가 먼저일까, 일자리가 먼저일까](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402102369036001[1].jpg "[기고] 인구가 먼저일까, 일자리가 먼저일까")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대화의 결론은? A는 포기하고 서울에 가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B는 이미 서울에 산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현실을 재치 있게 풍자한 이미지지만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재확인하니 씁쓸해진다.
정말로 인구가 먼저일까, 인프라가 먼저일까? 닭과 달걀 같은 관계일까? 이 이미지에 사람들이 달아놓은 댓글을 보니 비록 표현은 거칠어도 각자의 생활 속에서 얻은 통찰이 녹아 있었다. 다수 의견은 인프라보다 '일자리'가 먼저라는 것. 일자리가 많아지면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생긴다고들 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아파트도 지어져 있고 큰 복합쇼핑몰도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결국 노인들만 남는다고 증언했다. '아파트와 바다, 그리고 노인', 이 누리꾼이 어디에 사는지 짐작이 가시는가? 다른 누리꾼들은 "지방에서는 최저임금도 안 챙겨준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면 주휴수당은 몰라도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는데, 지역에서는 최저임금조차 받기 어렵다는 소리다.
최저임금도 안 주는 건 불법이니 신고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어떤 지역에서는 그런 신고를 하는 순간, 아니 최저임금은 지급해야 한다고 따지는 순간, 사장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 신상이 공유된다. 그래서 그 구직자는 다른 곳에서도 일하지 못하게 된다. '블랙리스트'가 있는 셈이다. 취업방해 목적의 블랙리스트는 작성과 배포 모두 불법인데도, 현실은 그렇다.
누리꾼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신고도 못 하는 지역으로 특정 도시를 많이 이야기했다. 어딘지 혹시 짐작이 가시는가? 검색을 해보면 '○○ 편의점들은 왜 최저임금을 안 줄까?'라는 제목의 기사와 동영상이 뜬다. 이 지역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6000원대 시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온다. 심지어 편의점 사장들은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최저임금에 맞춘 임금 액수를 등록해 놓고, 막상 구직자가 찾아가면 최저임금을 못 준다고 구두로 설명하기도 한다.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설정하면 사이트 등록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데, 구직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다. MZ세대가 이런 것을 다 용인하고 참아야 할까? 그러면서 지역에 남아서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라고? 쉽지 않다.
청년들이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찾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지역은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 많다. 비정규직 비율, 5인 미만 사업장 비율, 초단시간 근로자 비율이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다. 공단에 가서 장시간 교대근무를 해도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근무여건이 안 좋은 곳을 다 거르면 갈 곳이 없다.
임금 수준이 낮으면 가계가 소비를 늘리지 못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저임금 미준수율이 높다는 이 지역의 경제 동향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지표가 좋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12월 이 지역의 제조업 생산, 수출, 수입, 대형소매점 판매가 모두 감소했다. 설비투자지표와 건설투자지표도 마이너스. 고용은 정말 심각했다. 12월중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2만3000명 감소했고, 특히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많이 감소했다. 편의점 사장님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다. 지역 경제가 좋지 않으니 아파트 매매가격도 2024년 내내 하락했다. 슬픈 악순환이다.
인구 문제도, 인프라와 정주 요건을 갖추는 문제도 결국 일자리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그리고 일자리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이 높아져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임금 수준이 낮은 지역에 인구가 유입되거나 인프라가 풍부해지기는 어렵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딘가에서 끊어내야 한다. 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최저임금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조치가 '지역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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