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나발니 1주기` 끝없는 추모 열기, 감시에도 헌화 행렬](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802102269061002[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나발니 1주기` 끝없는 추모 열기, 감시에도 헌화 행렬")
16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 앞에 빨간 카네이션을 든 사람들이 눈발 속에서도 긴 줄을 이뤘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1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47세의 나이에 의문사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사람들입니다.
묘지 주변에는 경찰들이 총을 들고 순찰을 다녀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인근 지하철역 플랫폼에도 경찰들은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모 행렬 자체를 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묘지 앞에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거나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 지긋한 나이의 노인들, 요란한 화장과 패션의 젊은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특별한 시위나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대형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사람, 사탕과 과자를 나눠주는 사람 등 제각각의 모습으로 시민들은 헌화를 기다렸습니다. 추모 행렬 옆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연대를 표했습니다. 사람들은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추모객들은 추위 속에서 약 5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묘지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나발니 묘에는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고인을 기릴 때는 짝수의 꽃을 준다는 러시아 전통에 따라 사람들은 카네이션 두 송이 또는 짝수 송이 한 다발을 묘에 두었습니다. 나발니를 추모하는 편지와 성경 구절, "나는 두렵지 않다" 등 나발니가 생전 한 말들을 담은 액자 등도 놓여 있었습니다. 나발니가 주도한 반부패 시위의 상징이었던 오리 인형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한 40세 여성은 나발니 묘 참배 후 "작년 나발니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는 경찰의 감시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것은 나의 의견을 밝힐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오늘은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업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20대 후반의 남성은 "나발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오늘 모인 많은 사람은 나발니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큰 희망을 전했는지를 증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발니는 반부패재단 등 단체를 설립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지요. 나발니는 극단주의, 사기 혐의 등으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했습니다. 그가 세운 반부패재단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습니다.
나발니와 그의 활동에 지지를 표하는 건 경우에 따라 체포 가능성까지도 배제하지 못할 일입니다. 친크렘린궁 텔레그램 채널에선 이날 나발니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추모 활동에 나선 이들이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보내기도 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날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해외에 망명 중인 러시아인들에게 저항 활동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는 (항의 시위에) 나설 수 없는 러시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거리로)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당국의 탄압 위협에도 나발니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러시아 내 시민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거리로 나온 분들은 정말 용감하다"며 "그분들께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발니 사망 이후 푸틴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면서 러시아 야권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종전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해 이날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언론은 나발니 사망 1주기보다는 이 협상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쏟아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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