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열리는 AI 콘퍼런스 ICLR 2025에 논문 5편 제출
세상에 없는 이미지 생성 요청도 '척척'...게임산업에 창작성 공급
전사 임직원 95% 챗GPT 사용 등 AI 적극 행보 결과물
3월 28일 신작 '인조이'로 이용자와 교감하는 CPC 선봬
크래프톤이 글로벌 어떤 게임사보다도 생성형 AI(인공지능)를 게임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면서 AI발 게임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에 이어 오픈AI와 손잡고 'AI·게임 융합'을 꾀하는 한편 3월 '인조이'를 시작으로 AI를 녹여넣은 게임을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공격적인 AI 연구개발(R&D) 활동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오는 4월 열리는 글로벌 AI 3대 콘퍼런스 중 하나인 'ICLR 2025'에서 5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출한 논문은 △비전·애니메이션 분야 3편) △음성 합성 분야 1편 △데이터 센트릭 AI 분야 1편이다. 논문으로 공개하는 AI 기술들은 게임업계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산업군에서도 활용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비전·애니메이션 분야는 텍스트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에 초점을 둔다. 3편의 논문은 각각 TweedieMix, R2F(RARE-TO-FREQUENT), 이미지 다양성을 다루는데, 기술의 지향점은 AI가 프롬프트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도 창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이미지 생성 AI는 '화성에 자라난 벚꽃을 바라보고 있는 초록색 모자를 쓴 고양이를 그려달라'고 하면 프롬프트의 일부 정보를 누락한 채 이미지로 생성하는 경우가 있다. 크래프톤은 AI가 프롬프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은 고정돼 있던 기존의 게임 창작 공식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게임 세계관을 설정하고 게임 배경과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제작하려면 개발자들이 '수작업'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보다 범용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 신화들을 게임에 많이 활용한다. 특히, 중세 판타지나 미래 사회를 그려낸 게임들은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크래프톤은 AI를 활용해 새로움과 다양성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커스터마이징이 활발하게 시도되면서 게임의 2차 창작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프톤은 CPC(Co-Playable Character·상호작용 가능 캐릭터)에도 공들이고 있다. 기존 AI 학습 기법은 새로운 정보에 집중하다 보니 과거 데이터를 잊어버리는 '망각'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크래프톤은 AI가 과거 데이터를 기억하면서도 새로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기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CPC는 이용자의 새로운 패턴을 학습하는 동시에 게임사가 의도한 행동 패턴을 유지, 게임의 몰입도를 해치지 않고 이용자와 교감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CPC는 게임 속 캐릭터이면서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특성이 있는 NPC(Non-Playable Character·플레이 불가능 캐릭터)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크래프톤의 AI 연구는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장 의장은 2020년 게임의 다음 흐름을 AI로 보고 AI와 게임을 결합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크래프톤은 전사 임직원에 챗GPT 사용을 장려해, 95% 이상이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딥러닝본부가 개발한 AI 결과물을 개발 중인 게임에 적용하는 실험도 꾸준히 해왔다.
크래프톤은 이같은 노력이 집약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3월 28일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지난해 산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마법소녀 루루핑', '언커버 스모킹 건' 등에 크래프톤과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했지만, 인조이야말로 수많은 알고리즘을 연산하는 병렬처리 기법, CPC 등 진일보한 '크래프톤식 게임 AI'를 담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프톤은 특히 인조이의 CPC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의 'ACE' 기술을 도입, 자체 기술과 결합해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았을 때도 AI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대형언어모델(LLM) 대비 성능이 제한적이다. 게임 이용자는 주로 '온라인'으로 게임을 즐기는데 SLM은 게임 이용자와 CPC 간 교류 시 대화의 맥락을 기억할 수 있는 임계점이 LLM보다 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통해 LLM을 클라우드로 연결하면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크래프톤과 오픈AI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은 이 부분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AI 선두주자인 오픈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참신하고도 혁신적인 AI를 선보이고, 오픈AI는 크래프톤을 통해 게임산업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오픈AI와 고품질 LLM을 기반으로 한 CPC 개발과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오픈AI와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에 더욱 혁신적으로 적용할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