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미래변화 대응체계 빨리 강화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702102369058003[1].jpg "[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미래변화 대응체계 빨리 강화하자")
이러한 불확실성의 증폭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한 기술혁신과 세계화로 인해 경제, 산업, 도시, 생산과 소비 패턴이 얼마나 변할지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다. 복잡한 사회에서는 구성 요소 간 상호작용의 인과 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비선형성, 환류 그리고 시간 지체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더라도 다른 상태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 교훈은 쓸모가 거의 없다.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은 정교한 분석으로 제거할 수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즉 불확실성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적응과 관리의 대상이다. 당연히 정답은 없다. 양자, 인공지능 등 신흥기술을 예로 살펴보자. 과연 우리는 기술발전 경로를 예측할 수 있을까? 과도한 자신감에 개발 초기에 통제하는 것은 발전을 막을 수도 있고, 너무 늦게 통제하면 비용이 많이 들거나 아예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 후 일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 대비란 다양한 미래 상황을 그려보고 유연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화재가 나면 소방관이 대응하듯이 그때그때 반응하는 수동적인 대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향성을 견지하되 극적인 상황 변화에 적게 놀라는 역량을 의미한다.
적게 놀라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래를 사전에 상상해 보아야 하고, 멀리 보아야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연구는 사회적 변화가 초래하는 기회 및 위협을 식별하고 중장기 비전과 실천 계획을 수립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정책적 수단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작은 규모라도 미래연구 전담 조직을 내부에, 그것도 의사결정 상부에 만들어 보자. 물론 우리나라에 이런 사업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정권마다 만들고 없애고 하는 와중에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조직은 일상적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자유도가 주어져야 한다. 다양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각 출처의 지식과 증거를 결합하고 종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기술이 미래사회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기술영향평가를 확대해 보자. 딥시크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터져야만 고민하기 보다는 꾸준히 인공지능의 발전과 영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기술의 사회적·경제적·환경적·법적 영향을 살펴보는 기술영향평가는 대표적인 미래 활동이다.
어떤 국가나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미래 연구의 결과가 전략으로 잘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능력이 갑자기 생길 수 없는 데 가장 큰 원인은 미래문해력 부족이다. 예를 들어 정부나 국회를 위한 미래 교육이나, 미래연구 참여 또는 미래연구자의 정책결정과정 참여 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올릴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2023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수출입 비율은 88.9%에 이른다. 우리의 미래가 외부변화에 크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시각으로 우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제가 필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기후협약, 지구공학, 대기 및 해양오염 대응, 인공지능 윤리와 규제 등은 국가와 부문을 초월하여 세계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증거 및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는 걱정스러운 상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너무 빠르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때의 성공 공식이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데도 과거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는 양상이다.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에서 새롭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 세대를 걱정한다면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