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떠났던 대기업 속속 귀환
삼성SDS, 국회·행안부 입성
LG CNS, 예탁원 차세대 수주
KT 가세… '범정부 AI' 촉각
공공 IT시장에 대기업이 돌아왔다.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다시 허용하는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삼성SDS, LG CNS, KT 등이 시장에 뛰어들어 연초부터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기술 접목이 늘어나면서 참여제한 예외가 허용되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 연이어 불거진 공공IT 시스템 장애, 최근 경기불황이 복합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행보가 눈에 띄게 달라진 곳은 삼성SDS다. 그동안 일부 공공사업에 참여한 LG CNS, SK C&C와 달리 사실상 시장을 완전히 떠났었는데, 연초 2개 경쟁입찰에 참여해 '2전 2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SDS는 최근 KT, 메가존과 경쟁해 117억원 규모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디지털 플랫폼 국회' 구현을 목표로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국회 특화 AI모델과 생성형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어 지난 14일 행정안전부가 총 6000억 규모의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사업에 앞서 청사진을 수립하는 정보시스템마스터플랜(ISMP)수립 사업도 가져갔다. 이 사업은 17개 시도 및 228개 시군구 37만 공무원들이 쓰는 핵심 시스템으로, 20여년 전 구축돼 노후화가 심각하고 보안 수준도 낮아 전면 재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ISMP 사업은 8억원 수준이지만, 본사업은 공공IT시스템 중 최대 규모다. 과거 삼성SDS가 공공사업을 활발하게 펼칠 때 꽉 잡고 있던 텃밭이기도 하다. 삼성SDS는 이전에 공공사업에서 자주 호흡을 맞췄던 브이티더블유, 솔리데오시스템즈와 팀을 짰다. 아이티센그룹의 아이티센엔텍(쌍용정보통신)도 함께한다.
LG CNS와 KT는 중소기업 오케스트로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참여해 삼성SDS와 경쟁했지만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90점 만점의 기술점수에서 삼성SDS 85.617점, 오케스트로 85.23점으로, 0.387점이란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LG CNS는 720억원 규모 한국예탁결제원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 수주가 유력하다. 예탁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체 업무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사업으로, 한 번의 무응찰을 거쳐 두번째 입찰에서 LG CNS가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이 예상된다. 13년간 운영돼 노후화된 IT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편하고 문서 처리 및 회의록 작성 등에 AI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경쟁이 예상되는 다음 사업은 3월초 공고 예정인 범정부 AI 공통기반 구축 사업이다. 정부부처와 기관마다 제각각 AI 기반을 구축할 필요 없이 여러 AI모델로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개발·활용하는 프로젝트다. 본사업에 앞서 업무재설계(BRP)·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을 지난해 투이컨설팅·LG CNS 등이 수행했다.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대구 정부데이터센터에 정부와 기업이 민관협력모델(PPP) 방식으로 공동 투자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삼성SDS·LG CNS·KT·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 클라우드·IT서비스 대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이미 대구센터에 입주해 있는 삼성SDS·KT·NHN클라우드, 작년 ISP·BRP을 수행한 LG CNS 간에 어떤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지 주목된다. 정부는 1차년도 100억원, 2차년도 150억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10여년간 시장을 비웠던 대기업들이 AI와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새롭게 열린 기회를 온전히 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다만 이를 위해선 SW 대가체계 현실화를 비롯한 사업환경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이 떠난 사이에 시장을 지켰던 중견·중소기업과 건강한 경쟁과 협력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숙제다.
권헌영 행안부 디지털혁신위원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공공IT사업이 갈수록 대형화하고 AI 투자도 커지다 보니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국민 서비스 품질과 공공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가장 우선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공SI에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SW산업진흥법에 따라 2013년 시행됐지만, 2015년부터 신기술 분야에 한해선 발주처 신청과 과기정통부 심사를 거쳐 예외적인 참여가 허용되고 있다. 클라우드와 AI의 부상으로 대기업들의 참여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데다, 지난해 행정망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사업비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는 참여가 허용되도록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두고 수년간 이견을 빚어왔던 업계에서 상생협력점수 및 사업참여한도 조정 등을 바탕으로 최근 대중소 기업간 의견 조율이 이뤄짐에 따라 올해 본격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위한 SW진흥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발의돼있다.
![[기획] AI가 `공공 IT판`도 바꿨다](//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702100131081001[1].jpg "[기획] AI가 `공공 IT판`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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