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현 ICT과학부 기자
![[현장칼럼] AI 총력전, 말로만 할 게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102102369081001[1].jpg "[현장칼럼] AI 총력전, 말로만 할 게 아니다")
중국 생성형AI '딥시크'의 등장은 관련 업계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기면서 AI분야 관계자들을 설 명절 연휴에도 편치 못하게 했다. 생성형AI 선두주자인 오픈AI와 맞먹는 성능을 보였을 뿐 아니라, 이들이 거론한 AI모델 훈련비용이 미국 빅테크들 대비 5~10% 수준인 약 558만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체 생태계를 빠르게 꾸릴 수 있도록 오픈모델 방식을 취함으로써 오픈AI 등 선발주자들이 점차 폐쇄성을 띠어가던 흐름과 대조를 이뤘다.
물론 딥시크의 이런 가성비는 이후 의혹에 휩싸여, 실질적인 총 개발비는 이들 주장의 90배에 달하는 5억달러로 추산된 바 있다. 타사 모델이 출력하는 답변을 바탕으로 자사 모델을 학습시키는 식의 '증류(distillation) 작업'을 통해 오픈AI의 최신 추론모델을 무단으로 베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또 오픈모델들이 오픈소스를 표방해도 데이터와 알고리즘 및 소스코드 등을 전부 공개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와는 구분할 필요도 있다.
다만 위 개발비를 추산한 시장조사업체도 딥시크가 달성한 효율성은 선도적이라 평했듯, AI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다.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는 SW 기술역량으로 하드웨어(HW) 격차를 메꿨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평이 있었다. 그간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도 해볼만 하다는 인식을 다시 심어주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런 흐름 속에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사업에 참여할 민간 컨소시엄 선정을 거쳐 공공 51%, 민간 49% 비율의 합작 투자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이 SPC 주도로 최대 2조원 규모의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 1엑사플롭스(EF) 이상 AI인프라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이나, 기존 시설을 활용해 연내 서비스를 개시하고 2027년 정식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7일 개최된 사업설명회는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AI·클라우드 업계 종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행사가 끝난 뒤 분위기는 다소 예상과 달랐다. 6년간 공공출자는 최대 2000억원으로, 정책금융을 통한 저리대출이 제공되긴 하나 부족한 자금은 민간에서 차입해야 한다. 사업자로선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수요가 아직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 등의 AI 연구개발을 위한 저렴한 운영도 요구된다. 분산에너지특별법으로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당연한 조치일 수 있지만, 이런 맥락에서 사업 부지가 비수도권으로 한정된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민간에서 입지와 전력 확보 방안을 제안해야 하므로 컨소시엄 구성에는 지방에도 인프라를 충분히 보유한 이동통신사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2030년까지 국가AI컴퓨팅센터의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50%까지 높여가도록 미리 정해놓은 것도 걱정스럽다.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빠르게 발전 중이나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일각에선 NPU가 아직 표준화·가상화의 한계로 동적할당이 제한적이라 전체 컴퓨팅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 어려운 점도 지적한다.
물론 GPU와 NPU의 용도를 달리해 쓸 수 있겠지만, 현재 업계·학계가 목말라하는 것은 국내에 2000장뿐이라는 엔비디아 H100과 같은 고성능 GPU이고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높다. 명칭은 'K-클라우드'지만 실상 국산 AI반도체 테스트베드 위주인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이기도 하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치는 일이 없도록, 국가AI컴퓨팅센터 만큼은 설립 취지에 집중하면서 유연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서 AI 선도국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자마자 오픈AI와 오라클 및 일본 소프트뱅크를 주축으로 2029년까지 미국내 AI인프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동했다. 연이어 '딥시크 쇼크'까지 벌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AI 관련 보폭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시가 바쁜 우리나라에선 관련 예산부터 삭감과 표류가 이어질뿐더러 여전히 SW보다는 HW 위주인 것 같다. 진정 AI G3 도약을 목표한다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말이 단지 구호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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