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작년 초고령사회 진입… '정년 연장' 공론화 중요성 역설
생성형 AI 출현·기후위기 등 선제적 대응방안 제시 노력
작년 초고령사회 진입… '정년 연장' 공론화 중요성 역설
생성형 AI 출현·기후위기 등 선제적 대응방안 제시 노력
![[오늘의 DT인] "사회적 대화 절실… 갈등·불신 내려놓고 대화·타협 위한 결단 기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002102102054001[1].jpg "[오늘의 DT인] \"사회적 대화 절실… 갈등·불신 내려놓고 대화·타협 위한 결단 기대\"")
대한민국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국가경쟁력이 곤두박질 친 가운데 정년 연장을 포함한 노동개혁도 현안 중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생산적인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권기섭(사진) 위원장은 "경사노위는 외환위기를 비롯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을 노사정 대타협으로 극복하는 성과를 거둬왔다"며 "2002년 주 5일제 도입을 위한 기본합의, 2010년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 등 굵직굵직한 합의를 이끌며 현실 노동문제는 물론 미래지향적 노동정책의 산실로서 그 몫을 다해왔다"고 자평했다.
사실 국민들로서는 경사노위 보다 그 전신인 노사정위원회가 더 익숙할지 모른다. 위원회는 1997년 말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발족해 2년 뒤 제도화됐고, 숱한 어려움을 거쳐 주요 고용·노동정책을 논의하고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25년 넘게 역할에 충실해왔다.
권 위원장은 "최근엔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제 해결에 천착하고 있다"며 "극명하게 갈라진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해법 마련 논의와 복합전환 대응 전략도 노사정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또 4차 산업혁명과 생성형 AI 출현, 저출생·고령화, 기후위기 등에 대비해 산업의 성장과 노동자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기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정통관료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노동·고용·산업안전 분야 3개 정책실장을 모두 거쳐 윤석열정부 초대 차관을 역임한 '정책통'이다. 지난 8월부터 장관급 대통령자문위원장인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구체적인 해법 논의를 위해 위원회 산하에 특별위원회와 의제별위원회 등이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위는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가 운영 중인데 산업전환, 불공정 격차해소와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및 활력제고 등을 핵심적으로 다룬다"라며 "고령자의 계속고용 문제를 맡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와 근로시간 제도개선 방안 및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제고 방안을 다루는 '일·생활 균형위'가 꾸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업종·계층 위원회가 없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사회적 대화에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발족을 앞두고 있었다"라며 "지난 연말 정치적 변수가 없었다면 청년위는 이미 발족했을 것이다. 한국노총이 논의를 잠시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이 순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이 다시 복귀하면 바로 출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종별위원회도 노동계를 중심으로 산업전환 관련 다양한 업종의 문제를 다루자는 요청이 있어 발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소신을 감추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노인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라며 "오래 사는 것은 축복할만한 일이지만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은 주요국들이 20년 전부터 서두른 것에 비하면 때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고 했다.
![[오늘의 DT인] "사회적 대화 절실… 갈등·불신 내려놓고 대화·타협 위한 결단 기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002102102054001[2].jpg "[오늘의 DT인] \"사회적 대화 절실… 갈등·불신 내려놓고 대화·타협 위한 결단 기대\"")
그는 지난 1월 열린 계속고용토론회에 대해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공론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크다. 노사의 입장차는 여전했지만 노사정 모두 정년 연장 논의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데는 모두 공감했다"라며 "법적 정년에 앞서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이라는 청년유니온 위원장의 발언도 나왔다. 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의견수렴을 해 국민적 여론을 모아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AI산업 대응 방안도 내놓았다. 권 위원장은 "AI 산업의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우선적으로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구회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도입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해 노동시장에 충격 없이 AI 산업이 발전하는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AI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근로자 보호 방안 마련을 병행해 총고용이 유지 발전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제도개선 문제와 관련해선, "이번 정부 초 정부주도로 만든 대안이 '주 69시간제' 프레임에 가로막혀 좌초한 이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측면이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최근 논의를 재개해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성 그리고 건강권 보호 방안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새해 계획에 대해선 "올해 위원회는 우선 고령자 계속고용 등 핵심 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할 것"이라며 "근로시간과 임금 등 여건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제도의 혁신은 물론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를 위한 현안, 플랫폼 노동, AI 등 미래 노동시장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노사정 대화만큼은 합의를 통해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정치적 변수로 인해 사회적 대화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치는 정치고 대화는 대화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화되고 논의가 속도감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라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주체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노사정 주체들이 바라봐야 할 곳은 내가 아닌 우리, 그리고 현재가 아니라 미래여야 합니다. 기성세대의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청년세대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겠죠.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위원회가 아니라, 노사정 대표들입니다. 갈등과 불신을 내려놓고 대화와 타협을 위한 결단을 기대합니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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