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트럼프의 ’관세 전쟁’,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702109969061001[1].jpg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트럼프의 ’관세 전쟁’,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병 주고 약주는 협상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다. 두 나라가 국경 보안 강화 조치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캐나다는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한 캐나다-미국 국경에 인력 1만명을 배치하고 국경 강화에 13억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멕시코 역시 마약 및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1만명의 군인을 파견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에는 예정대로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이에 중국은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각각 추가로 부과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양국 정상 간 통화 가능성 등 극적인 타결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점진적으로 양보를 이끌어내는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강경한 발언과 극단적인 조치를 예고함으로써 상대국이 불안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이후 돌연 완화된 조치를 취하며 타협을 유도하는 것이다. '나는 예측불가하며, 비이성적이고, 앞뒤 계산없이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상대에게 심어 원하는 뜻을 관철한다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이를 '미치광이 전략'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상 적대국으로 간주되는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약발이 먹히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무역 상대국과 벌인 이판사판 대립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부글부글', 캐나다인의 분노
트럼프의 '마피아식 매드맨' 전략이 단기적으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동맹국 간 신뢰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캐나다를 꼽을 수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 중 하나다. 두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면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깊이 얽혀 있다. 특히 두 나라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동맹국으로 함께 싸웠다. 한국 전쟁 때도 나란히 참전했다.
그러나 지금 양국 관계는 관세 문제로 인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해 캐나다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현재 캐나다 전역에서 상당한 분노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이런 감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은 개막에 앞서 15세 가수가 미국 국가(國歌)를 부르는 내내 야유를 보냈다. 뒤이어 캐나다 국가가 울려퍼질 땐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미국 제품 불매와 자국산 애용 운동도 일고 있다. 일부 캐나다 상점은 미국산 제품을 방출하고 대신 '캐나다 제품을 사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퀘벡주는 미국산 주류 등을 자체적으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캐나다는 매물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라고 적힌 모자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온화한 국민성의 캐나다에서 미국 국가에 야유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일시적 감정이 아니다. 트럼프의 강압적 외교가 캐나다 국민들에게 깊은 불신, 나아가 배신감까지 심어줬음을 보여준다.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트럼프식 '협박 외교'는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상대국이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일단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한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보복 관세의 영향을 받게 된다. 물가는 오를 것이고, 보복 조치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농업과 제조업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미국에 대해 신뢰감을 잃은 동맹국들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 할 것이고, 이는 미국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장 성과에 집착하는 트럼프의 강경한 무역 위협이 '종이 호랑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식 '협박 외교'는 국제 사회에 새로운 변수를 도입했다. 그의 전략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지, 아니면 자책골이 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괴롭힘'은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며, 되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이다.
만약 동맹국들이 미국 대신 중국과 손을 잡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베팅을 했다가 모든 것을 잃은 도박사와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승리자는 결국 시진핑 중국 주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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