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탈이념', '실용주의', '친기업' 등을 표방하는 소위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밀착한 여당 지도부의 행보로 강성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가운데,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를 공략해 지지율 정체를 타개하겠다는 승부수다. 다만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보 진영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전략에 실효성이 있을 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기업' 강조=민주당은 6일 국회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집권플랜본부(집플본)를 재가동했다. 민주당의 핵심 가치인 '분배'보다 '성장'이라고 강조하는 등 최근 이 대표를 둘러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은 기업 성장에 방점을 둔 '친기업'행보를 보였다.
주형철 K-먹사니즘 본부장은 이날 발제에서 "기업이 우선이다. 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산업정책 주도와 성장인재 확보전략,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100개 만들기, '헥토콘 기업(기업가치 100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6개 육성 등 10가지다. 김병욱 의원은 "산업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하고 고부가가치,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구조개편을 이뤄내야 한다"며 "국가가 직접적으로 AI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조기 대선 준비에 돌입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모습을 경계해오다가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한 내용도 보수 정부를 연상시키는 성장률 공약과 친기업 성향의 공약으로, 그간 이 대표의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 가상 자산 유예 문제, 한미일 관계 등에서 중도공략 행보를 보이며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부각해왔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를 공략해 정체된 지지율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효과는=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보 진영의 원칙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과격한 '우클릭'이 '집토끼'를 떠나게 하는 역효과를 불어올 수도 있다"며 "그 동안 민주당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괴리감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결국 기존 지지기반인 진보층의 반발을 얼마나 진화하고, 표심을 우려한 당내 반발을 얼마나 달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지지율에 연결되는 효과도 크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은 39%, 민주당은 37%다. 직전 조사(1월 20∼22일)와 비교해 영당의 지지율은 1%포인트(p) 상승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역시 30%대의 벽에 묶여있다. 이날 공개된 이 대표의 지지율은 32%다. 다음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2%, 오세훈 서울시장 8%, 홍준표 대구시장 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6%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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