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코드 공개·수정 허용여부 등
오픈소스SW 요건 일부 미충족
학습데이터 전체공개 아직 없어
"상용 배포판에 가까워" 지적도
오픈소스SW 요건 일부 미충족
학습데이터 전체공개 아직 없어
"상용 배포판에 가까워" 지적도
![[팽동현의 테크픽] `무늬만 공개?`… `개방과 폐쇄 사이` 애매한 `AI 오픈모델`](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302109931081003[1].jpg "[팽동현의 테크픽] `무늬만 공개?`… `개방과 폐쇄 사이` 애매한 `AI 오픈모델`")
중국발 '딥시크' 충격으로 인공지능(AI) 업계에 다시 개방성(openness)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선 오픈모델이 곧 오픈소스SW(OSS, 공개SW)에 해당하느냐를 두고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일각에선 '무늬만 오픈', 즉 '오픈워싱'이란 지적도 제기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이용자들과 가진 AMA(질의응답) 세션에서 향후 AI모델 가중치와 연구논문 공개 의향을 묻는 질문에 "논의 중"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있었고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픈AI는 생성형AI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지만 그 이름과 달리 점차 폐쇄성을 띠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개방형 AI 연구라는 당초 설립취지를 어겼다며 공동창립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딥시크가 막강한 가성비로 시장에 충격을 줬을 뿐 아니라, 개방성을 강조하며 모델과 논문을 공개한 게 오픈AI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실제로 딥시크-R1처럼 추론모델의 사고과정(CoT)을 일부 공개하는 업데이트도 o3-미니 등에 2일 적용했다.
앞서 AI 4대 석학 중 하나인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는 딥시크의 성과에 대해 "오픈소스 모델이 독점적 모델을 능가하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메타는 '라마(LLaMA)' 모델들을 개발·배포하며 이런 오픈모델 움직임을 선도적으로 이끈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모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오픈소스인지는 라마 등장 때부터 줄곧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구글 등이 '젬마(Gemma)' 등을 내놓으면서 오픈소스가 아닌 오픈모델이라 칭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오픈소스SW는 △차별·제한 없는 '자유로운 사용' △내부 동작 파악을 위한 '소스코드 공개' △원본 보완·응용 등 '수정 허용' △이를 바탕으로 한 '2차 저작물 배포 가능' 등을 요건으로 한다. 소스코드에 대한 변경 등 접근권한이 최초 제작자와 동일하게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깃허브 등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며, 관련 권한과 활용 범위 등에 대해선 라이선스 체계로 규율한다.
리눅스와 그로부터 파생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을 이룬 오픈스택 및 쿠버네티스, 여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하둡 등 데이터플랫폼을 비롯해 각종 오픈소스SW가 개발·활용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기술이나 노하우를 접목하는 상용화 비즈니스모델도 일반적이다. 현재 오픈소스라 표방하는 모델들은 일견 오픈소스보다는 이런 상용 배포판 쪽에 가까워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오픈소스이니셔티브(OSI)는 '오픈소스AI'에 대한 정의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AI 개발·실행에 쓰이는 전체 코드, AI가 결과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 설정 및 가중치가 공유돼야 한다. 특히 AI 학습에 쓰인 데이터의 세부정보 액세스해 이를 이해하고 다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도 해당 데이터에 대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모델은 딥시크를 포함해 현재도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앨런인공지능연구소(Ai2)의 모델들이 이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일찍이 메타는 라마의 상용 목적 이용도 허용하는 식으로 자체 라이선스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고, 미스트랄은 자사 모델 이용 관련해 기존 오픈소스SW의 아파치 라이선스를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핵심인 AI학습 데이터셋을 모두 공개한 곳은 없다시피 하다. 허깅페이스가 딥시크-R1 모델을 역설계하는 '오픈-R1' 프로젝트를 발동한 것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모두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OSI의 해당 발표에 대해서도 논란이 뒤따랐다. 학습 데이터에도 일괄적으로 오픈소스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공개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데, 이는 반대로 잠재된 저작권 이슈 등과 맞닿아있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당시 메타는 "오늘날 빠르게 발전하는 AI 모델의 복잡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입장을 내놨다.
나아가 오픈모델 활용에 대해서도 모두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빠르게 AI 응용 생태계를 확산시킬 수 있지만, 그 특성상 기반모델(FM) 등 원천기술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IT업계에서 오픈소스SW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나, 국내에선 이를 순수 자체개발인양 포장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이 지원책을 펼쳐왔지만 여전히 오픈소스SW 기여도나 저변은 IT강국이라 하기 무색하기도 하다.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앞으로 오픈소스와 오픈모델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오픈AI도 모델 가중치 공개 의향을 밝히는 등 AI업계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차원에서도 제한적인 공개 정도는 지속적인 확산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다. 또 유럽연합(EU) AI법은 오픈소스 AI모델에 대한 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두고 있고, 반대로 미국에서는 중국군의 라마 악용 등을 계기로 오픈모델의 수출 제한이 검토되고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만큼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도 오픈모델 또는 오픈소스 모델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논의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AI 분야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이 개방성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며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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