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미국 영토 확장 역사’ 소환한 트럼프...팽창주의 신호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402109969061001[1].jpg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미국 영토 확장 역사’ 소환한 트럼프...팽창주의 신호인가?")
▲파나마 운하·그린란드 또 눈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노골적 팽창주의'를 선언했다. 서부 개척 등을 비롯한 미국의 영토 확장 역사를 설명하면서 "개척자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으며 다음 모험에 대한 부름이 우리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다시 부(富)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겠다고도 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도 "국제 안보를 위해선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매입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덴마크는 그것(그린란드)을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든다"면서 "그린란드의 사람들은 덴마크에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하면 행복할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협의 대상이 된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견제를 위해 유엔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엘로이 알파로 주유엔 파나마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유엔 헌장에 근거해 회원국 주권을 지지하고,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위해를 끼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데 총리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명확히 하겠다"며 "우리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영토 확장의 시작은 미미했다. 하지만 미국은 큰 꿈을 품었다. 1783년 파리조약으로 영국은 미시시피강 동쪽의 영토를 미국에 양도했다. 독립국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미국은 이로써 서쪽으로의 확장을 꿈꾸며 도전을 시작했다.
루이지애나(미시시피강 서쪽에서 로키산맥에 이르는 지역)는 기회의 땅이었다. 1803년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여 영토를 두 배로 확장했다. 1500만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거액의 투자였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경제 발전과 자원 확보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남부로의 도약을 상징하는 땅이었다, 1819년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를 양도받아 미국은 남동부로 발을 넓혔다. 1845년 미국은 텍사스 공화국을 합병해 미국의 주로 편입했다. 이는 1946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텍사스 합병은 미국 영토 확장의 의지가 외교를 넘어 무력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부 지역으로 확장은 태평양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1846년 체결된 오리건 조약은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 태평양 연해 북서부 영토를 확보한 사례다. 현재의 오리건·워싱턴·아이다호 및 몬태나 서부 지역이다. 1848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 지역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알래스카와 하와이 획득은 전략적 해외 확장을 의미한다. 알래스카 매입은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주도했다. 당시 미국 의회, 언론, 국민들은 알래스카를 쓸모없는 동토(凍土)라고 강력히 반대했다. 알래스카 매입은 '수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으로 강하게 비판받았다. 그러나 수어드는 소신을 굳히지 않고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헐값에 사들여 미국 영토화했다. 오늘날 알래스카는 석유 등 자원의 보고이자 군사 요충지다.
1898년 하와이 합병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넓히며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되었다.
같은 해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 등을 확보했다. 이는 미국의 영토 확장이 단순히 대륙 내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에도 군침을 흘렸다. 1903년 미국은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독립하는 것을 지원하는 대가로 파나마 운하에 대해 모든 권리를 갖는 조약을 맺었다.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는 운하 운영권을 돌려주기로 결정했고,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는 운하를 돌려받았다
영토 확장 외에도 미국은 전 세계에 해외 군사기지 구축에 힘을 쏟았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약 800개의 해외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광범위한 군사기지 네트워크는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투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삶은 파괴됐고 타국의 주권은 침해되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발전과 번영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며 세계적 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21세기 제국주의', 세계가 용납 안해
외신들은 주권 침해 논란을 촉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는 19세기 제국주의 세계관이 엿보인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이 국부 축적을 목표로 식민지를 확장했던 제국주의 열강의 '팽창주의'와 맥이 같다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는 '신확장주의' 논란과 함께 향후 파장을 예고한다. 현재의 글로벌된 국제사회에서 트럼프의 팽창주의는 국제법과 주권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미국의 영토 확장은 미국의 국력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21세기 세계 질서에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는 현대 국제 관계에서 팽창주의가 가지는 위험과 그에 따른 대안을 숙고하게 만든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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