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현실적 장벽" 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 중인 황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월가 분석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는 20년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양자컴퓨터의 발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매우 유용한(useful) 양자컴퓨터에 대해 15년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초기 단계일 것"이라며 "30년은 아마도 후기 단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20년을 선택한다면 많은 사람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기까지는 20년은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말했다.
황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진전을 강조하며, 큐비트 수의 대폭적 증가와 안정성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기술로는 유용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의 발언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아르킷 퀀텀 등 여러 양자컴퓨팅 기업들의 주가는 각각 30~45% 폭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앨런 바라츠의 반박 "상용화는 이미 진행 중"
이에 대해 디웨이브 퀀텀 CEO 앨런 바라츠는 정면 반박했다. 그는 "양자컴퓨터 상용화는 이미 이루어졌다"면서 "양자컴퓨터 상용화는 30년 후도, 20년 후도, 15년 후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젠슨 황의 발언이 양자 컴퓨팅 기술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디웨이브의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다면서 마스타카드와 NTT 도코모 등 고객 사례를 들어, 디웨이브의 양자컴퓨터가 비즈니스 운영에서 실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웨이브는 최근 5000큐비트 시스템을 선보이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다고 주장했지만, 매출 규모는 아직 한계가 있는 수준이다.
디웨이브는 양자컴퓨팅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하나로,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해왔다. 양자 어닐링은 특정 유형의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화된 방식으로, 게이트 기반 양자 컴퓨팅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바라츠 CEO는 젠슨 황의 발언이 게이트 기반 양자컴퓨팅에는 적용될 수 있지만, 디웨이브가 채택한 양자 어닐링 방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자어닐링 방식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으며,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 기술의 다양성 있어
황과 바라츠 간의 의견 차이는 양자컴퓨터 기술의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다. 황은 주로 게이트 기반 양자컴퓨팅(gate-based quantum computing)의 장기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바라츠는 양자 어닐링의 현재 활용 가능성을 강조한다. 게이트 기반 방식은 이론적으로 더 강력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 장벽이 높다. 반면 양자 어닐링은 특정 문제에 대해 제한적이지만 실질적 응용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기 예측은 기술 발전의 속도, 응용 사례의 확장, 경제적 수익성이 가를 전망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디웨이브와 같은 기업들이 제한된 환경에서 상용화 사례를 제공하며 기술의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문제 해결에 국한되며, 대규모 채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엔비디아와 구글 같은 기업들은 더 강력하고 범용적인 양자컴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안정적인 큐비트와 오류 수정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최근 구글이 양자컴퓨터의 성능과 오류정정 문제에서 획기적 진보를 가져오면서 종전에 예상돼온 기술 발전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이미 초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범용적 활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젠슨 황과 앨런 바라츠의 논쟁은 기술적 가능성과 현실적 한계 간의 균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양자컴퓨팅은 암호 해독, AI,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약속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과 더불어 상용화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젠슨 황은 양자컴퓨터 개발이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경제적 실현 가능성과 생태계 구축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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