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檢, `내란 수괴` 尹대통령 금주 소환 가능성

입력: 2024-12-10 18:30 박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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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받으면 현직 대통령 첫 사례
상설특검안 국회 통과… 수사 속도
불소추특권 적용 안돼 구속 가능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지목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르면 금주 중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헌정 사상 대통령이 재직 중에 검찰 수사를 받은 전례가 없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첫 대통령이 된다.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법률대리인 선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청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에게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란죄는 우두머리, 모의에 참여·지휘하거나 그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 부화수행 또는 단순 폭행 관여자로 구분해 처벌한다"면서 "검찰이 김 전 장관을 우두머리가 아닌 종사자로 적시한 만큼, 사실상 윤 대통령을 '윗선'인 우두머리로 간주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내란 수괴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윤 대통령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 전 장관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 소환 시기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수본은 이날 김 전 장관 영장에 윤 대통령 외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내란죄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날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 요구안'은 재석 287명 중 찬성 210명, 반대 63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여기에는 여당인 국민의힘도 당론 없이 자율 투표로 참여해 2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 63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상설특검안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계엄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특검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당장 특별검사가 도입되는 건 아니다. 다만, 자존심과 공명심이 강한 집단인 검찰 속성상 특검에 밀리지 않으려고 윤 대통령 소환을 최대한 서두를 공산이 크다.

현재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검찰과 경쟁하고 있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공수처는 경찰과 검찰에 수사 공정성을 위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라며 '이첩요구권'까지 발동한 상황이다. 이처럼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여러 수사기관 간의 경쟁 구도로 인해 사건 수사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통령은 원래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있다. 전례를 보더라도 검찰이 탄핵심판 결과를 보거나,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야 실질적인 강제 수사가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나온 뒤 검찰 소환조사와 구속이 이뤄졌다. 하지만, 내란죄에 대해선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재직 중에도 검찰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로 적시된 만큼 현직 신분으로도 기소 전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도 가능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로 체포나 구속되는 상황을 가정할 때 권한 행사에 관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헌법 제 71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 등이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직 대통령의 체포나 구속이 없었다는 점에서 헌법 제71조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