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부결 이후 여야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반도체 특별법 등 관련 법안 논의가 상당 기간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다. 반도체업계는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될 지 여부를 주목했는데, 국회에선 탄핵 정국 여파로 소위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 법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선 이 법이 통과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치적 혼란 가중으로 이 법안 추진을 진행하지 않았다.
반도체 학계에선 첨단 반도체 개발 시기에 맞게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정부 지원을 앞세운 후발 기업들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말 10조엔(95조원)을 지원하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중국도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64조원의 반도체 투자기금 '빅펀드'를 조성한 상태다.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을 책임질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언제 논의가 재개될지 불명확해졌다. 이 법은 반도체 설비에 필요한 전력 공급 인허가 절차 간소화, 주민 수용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 법의 통과가 늦어지면 조성 시기가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확정하고 미국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2기의 관세 리스크와 보조금 축소 등에 대한 정부-기업 간 대책 논의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내실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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