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김화균 칼럼] 마주 달리는 탄핵 열차… 외국인 눈이 두렵지 않은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902102263040001[1].jpg "[김화균 칼럼] 마주 달리는 탄핵 열차… 외국인 눈이 두렵지 않은가")
현 탄핵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여야의 카드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기승전 탄핵'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 퇴진으로 정국 수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정국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조를 호소했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 직무정지만이 헌법 절차"라고 거부했다. 탄핵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치권이 합리적이고, 설득 가능한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지리한 정쟁 속에 외교와 안보는 무너지고 경제는 망가질 것이다. 기업은 허걱대고, 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지옥행 열차에 실리고, 정치권은 집단 탄핵을 당하는 비극적 막장 결말만이 그려진다. 결코 억측이 아니다고 생각한다. 과거 경험칙이 그런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중요하다. 한국은 "당신들이 어떻게 봐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라고 외칠 수 있는 강한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내수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버팀목인 수출은 반도체 한바퀴에 기댄 수출도 부정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가 'K'를 연호하고,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한국은 그들에겐 분단 국가일 뿐이다. 분단 국가의 숙명적 취약점인 외교·안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출발점이다.
계엄 사태 후 국내 시장에서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과 주가 하락, 원화 가치 절하 사태는 아직은 잔물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탄핵안 부결로 더 깊어진 갈등의 골은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주말을 쉬고 9일 문을 여는 한국 증시에는 대폭락 사태, 즉 '블랙 먼데이'가 찾아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외국인은 탄핵안 부결 전까지 한국에 대해 기대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들은 깜짝 계엄 선포, 이어진 계엄 해제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계엄 사태는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탄핵안 부결 후에는 그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던진 과제는 명확하다. 문구는 제 각각이나 '정치력을 발휘해 한국이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는 투자 안전국이라는 확신을 다시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신속하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국인들이 우리 정치 상황을 잘 몰라서 더욱 불안해 하는 것 같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의 정치 상황을 굳이 이해해 줄 이유가 있는 것인가. 그들에게 탄핵이건, 질서 있는 퇴진이건 그 방식은 중요치 않다. 탄핵안 부결 전후 전개되는 평행선 갈등구도는 외국인의 우려만 키우고 있다.
계엄 정국에 베트남 출장을 다녀 온 필자의 20대 아들은 "현지 직원들이 너희 나라 진짜 괜찮은 거냐"라고 물을 때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우리 세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당당히 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말을 외칠수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모든게 무너졌다"라고 했다.
시계제로다. 윤 대통령은 즉시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탄핵을 자청이라도 해야 한다. '나는 억울하다' 라는 고집은 갈등과 오점만 키울 뿐이다. 한 대표도 레토릭이 아닌 윤 대통령의 확실한 퇴진, 그리고 질서 회복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이제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확실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해외 언론에 계엄의 부당함과 탄핵의 정당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정국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적어도 '신뢰 호소인'이라도 돼야 한다. 그게 2024년 12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먹사니즘'이다.
국가 비상사태다. 수십년간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무너진 공든탑이 무너지고 있다. 뜨거운 가슴 못지 않게, 차가운 머리가 절실하다. 국민 모두에게.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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