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승진 인사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축소하면서도 최태원 회장이 올 한 해 강조해 온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또 AI반도체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의 '일류 DNA' 전파에 나서는 동시에 기술통을 전면배치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사·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원 조직 슬림화…현장·기술통 전면 배치= SK그룹은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 인사는 2명이다.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은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 안현 SK하이닉스는 N-S Committee 담당(부사장)은 개발총괄(CDO) 사장을 각각 맡게 된다.
안 사장을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돼 회사의 기술과 전략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다.
앞서 SK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수시 인사를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3사는 작년 10월 이공계 출신 기술 CEO를 각각 선임했고 SK스퀘어는 7월, SK에코플랜트는 5월 CEO 인사로 조직의 조기 안정에 나선 바 있다.
올해 승진인사는 75명으로 2022년 164명, 2023년 145명, 작년 82명과 비교해 꾸준히 감소했다. 대신 올해 승진자 중 3분의 2가 사업, 연구개발(R&D,) 생산 등 현장·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로 기술통을 전면배치했다.
◇'반도체 DNA' 계열사 전파=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제조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 1위 AI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선 '일류 DNA'의 계열사 전파에도 나선다. 대표적으로 SK온은 피승호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그는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연구개발(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바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는 AI반도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일환으로 사업부문을 AI인프라(CMO·최고마케팅책임자), 미래기술연구원(CTO·최고기술책임자), 개발총괄(CDO·최고개발책임자), 양산총괄(CPO·최고제품책임자), 코퍼레이트센터 등 5개 조직으로 구성했다.
특히 개발 총괄과 양산 총괄을 신설했다. 안현 사장이 맡는 개발 총괄은 D램과 낸드, 솔루션 등 모든 메모리 제품의 개발 역량을 결집해 차세대 AI 메모리 등 미래 제품 개발을 위한 전사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양산 총괄은 메모리 전(前)·후(後)공정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해 국내외에 건설할 팹의 생산기술 고도화를 통합적 관점에서 주도하게 했다.
◇AI 중심 조직개편…최태원 "2027년 AI 대확장"= 조직 측면에서는 AI와 DT에 중점을 뒀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디지털전환) 태스크포스(TF)를 확대했다. 또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맡고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고, 윤풍영 SK㈜ C&C CEO가 맡고 있는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도 신설한다.
이 외에도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도 나선다.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해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7일 'SK 디렉터스 서밋 2024'에서 "2027년 전후 AI시장 대확장이 도래했을 때 회사가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운영개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등 올 한 해 'AI 경쟁력 확보'를 수차례 강조해 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8개 위원회 조직 구조와 소수 정예 기조는 지속 유지하면서 기존 육성된 인력은 계열사 현장으로 전진 배치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술·현장·글로벌 중심 인사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연중 한발 앞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