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식 코딩 과정서 ‘%’ 빠져...교차 검증 허점
"재발 방지 위해 상호 점검체계 강화할 것"
"재발 방지 위해 상호 점검체계 강화할 것"
5일 통계청은 기자단에 문자로 "금일 보도 예정인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도자료 중 수치 오류로 인해 보도 계획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소득분배지표의 공식 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고, 경제적 삶의 수준 및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다.
통계청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전국 2만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통계청은 이날 오전 10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보도와 공표 시점은 정오였다.
그러나 공표 전 기자단에 배포된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돼 예정된 브리핑과 자료 배포 시점을 9일로 연기했다.
자료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이터는 '장기요양보험료'였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4만1000가구원 중 연계가 안 되는 551가구원을 대상으로 장기요양보험료를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제도 변경 사항을 반영해 산식을 새로 만들었는데, 여기서 장기요양보험료율 0.9082%를 0.9082로 '%' 빼서 잘못 적용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된 건강보험료와 공적연금, 비소비지출, 처분가능소득 등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의 실수가 뒤늦게 발견된 이유는 '검증 시스템'이 문제였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조사자료와 행정자료 30여 종을 연계해 작성하는데, 여기서 데이터가 불명확해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가구원은 산식을 적용해 추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통계 코딩프로그램에 산식을 만들어 넣는 과정에서 '교차 검증'을 했어야 했는데, 담당 실무자가 혼자 전담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복잡한 전문적인 언어로 돼 있어, 이 부분은 전문적인 분야라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 정도 있다"며 "전문적인 분야는 한 직원이 맡아서 하고, 결과표는 직원들이 통제하는 사람이라 크로스 체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 실무자가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잘못된 통계 수치가 그대로 공표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였다.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하는 연간 지표에서 공표 당일 오류가 발견돼 일정이 연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공표 예정 당일 일정 변경 등 혼란을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통계청이 작성하는 모든 통계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코딩 등 세부 작성 과정에 대해 상호 점검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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