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동산 과다 보유 법인의 골프장·골동풍 감정평가 강화
국세청은 "내년부터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신고된 주거용 부동산 등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시가를 크게 밑도는 주거용 부동산은 그동안 감정평가 사업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가 가능해 실가를 반영하지 못했다. 고소득자로서는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실제로 273㎡ 기준 나인원한남(서울 용산구)의 경우 추정 시가는 220억원이나 공시가격은 86억원으로 40%가량이다. 아크로리버파크(서울 서초구) 235㎡도 시가는 약 180억원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추정이지만 공시가격은 75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하다. 서울 용산구 1257㎡짜리 단독주택의 시가는 163억원 상당이지만 공시가격은 68억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상속·증여재산은 시가로 평가해왔다. 다만 예외적으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공시가격 등 기준시가 등 보충적 평가 방법을 이용한다. 여기에는 비교 대상이 없다는 맹점이 있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초고가 아파트가 중형 아파트보다 증여세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국세청은 또 내년부터 감정평가 대상에 비주거용 외 주거용 부동산을 추가하고 선정 기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고가액이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 하도록 손질한다.
앞서 국세청은 2020년부터 개별 기준시가가 공시되지 않는 중소 규모의 건물 등 이른바 '꼬마빌딩' 감정평가 사업을 해왔다. 사업 시행 이후 2020∼2023년 동안 총 156억원의 예산으로 기준시가 신고한 꼬마빌딩 727건을 감정평가했다. 결국 신고가액(총 4조5000억원)보다 71% 높은 7조7000억원을 과세했다.
올해 기준 45억원인 사업 예산은 내년 정부안에서 96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부동산 상속·증여 시 실제 가치에 따라 과세함으로써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꼬마빌딩 감정평가는 다음 연도로 상당 부분 이월된 상태다. 국세청은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꼬마빌딩 감정평가를 확대하고 부동산 과다 보유 법인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골프장·호텔·리조트와 서화·골동품에 대해 감정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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